2024년 9월 1-7일 블랙뷰티 토마토가 익었습니다 + 나폴레옹 큰딸샌드위치 해먹기 (순도 100% from garden) + 영국식 오이샌드위치 해먹기 + 삼계탕과 닭죽의 하모니
* 하이라이트: 레이즈드베드에 심은 토마토 익어가는 과정
9/2 - 9/4 - 9/5 순서.
9/8에 드디어 수확 ~ (스포)
결국 11월이 되어서야 쓰는 9월 첫째주 농경일지. 이 정도면 거의 타입캡슐 아닙니까..? 잘 기억이 날 지 모르겠으나 사진을 보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찍었던 건지 잘 유추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렛츠기릿!
9월 1일
Trader Joe's에서 프렌치 브리오슈 식빵을 사왔다. 폭신하고 촉촉해서 맛있는 식감이었다. Whole Foods에 파는 패스트리 식빵이랑 쌍벽으로 맛있다. 맛있는 빵이 없어도 너무 없는 미국.. 요런 아이템 하나씩 찾으면 얼마나 보물찾은 기분인지.
초여름부터 꽤 공들여 복원중인 앞마당 잔디. 멍청하게 서서 이상하게 구멍난 고무 호스로 물주고 있기가 너무 귀찮아서 물을 제대로 안 줬더니 열심히 뿌린 씨앗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결국 20몇불짜리 자동스프레이를 샀다 ㅋㅋㅋ 각도와 물의 강도를 조절해서 지나가는 행인분들이 물을 맞지 않게 위치를 놔두면 알아서 앞마당 전체에 물을 주니까 매우 편하다. (겁나 당연한 소리다) 근데 나처럼 ADHD+깜빡깜빡 잘하는 사람들은 꼭 물꺼야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춰두어야한다 ㅠ 안그럼 한 4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도 ㅋㅋㅋㅋㅋㅋ 물을 주게 된다.. (수도세...)
앞마당 잔디에 물만 주러 나갔는데, 필연적으로 발걸음은 뒷마당으로 향한다. 이제 딸기 털어먹던 도둑놈은 오지 않는건지, 딸기가 줄기에 달린채로 빨갛게 익는다. 방울토마토는 미친듯이 연달아 달리고 있어 이제는 좀 무서울 지경이다. 우리집 마당 4월은 수선화, 5월은 네모필라/비올라/팬지, 6월은 작약과 장미, 7월은 수국, 8월은 샐비어, 9월은 토마토가 지배하나보다. 토마토 왠지 여름 채소같은데 봄가을에만 힘내고 너무 더워지면 뻗는거 좀 웃김ㅋㅋㅋ
보일러실에서 키울 상추 모종 내는 중인데, 어째 애들의 발육상태가 별로다 싶었더니, grow light에 비집고 들어가는 이상한 놈이 있어서 그런거였다 ㅠ
9월 2일
9월은 토마토의 달이다. 기다리던 black beauty가 드디어 익었다. 생긴것도 색깔도 너무 예쁘다.
Traveler's tomato의 친척인 Phil's one 토마토도 노랗게 익었다.
어쩌다보니 예쁘고 특이한 토마토를 많이 심은 이번 시즌. 그 중 유독 검은 토마토가 많다. 사실 검은건 아니고 어두운 보라색을 띄는데,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가 많이 발현되는 종들이 이런 색깔을 보인다. 그 중 하나인 indigo rose. 햇빛을 많이 받을 수록 보라색이 짙어지는것이 재밌다.
무지무지 기다리던 수세미. 드디어 암꽃이 몇개 보인다. 대체 얼마나 일찍 심어야 가지에서 바싹 마른 수세미 수확할 수 있는거냐고요 ㅠㅋㅋㅋ
Black beauty 토마토 예뻐서 좀 더 vine에서 익힐까 하다가 맛이 궁금해서 못 참고 결국 냉큼 수확해버림.
토마토를 수확했으니, 한동안 트위터(X로 바뀐건 알지만 입에 안 붙음)에서 핫하던 나폴레옹 큰딸 샌드위치를 만들어봐야겠다. 그럼 바질을 뜯어야지 후후
수확바구니 챙겨 나가는걸 매번 까먹어서 티셔츠 자락에 줍줍해서 오던 시기. ㅋㅋㅋ
이쯤에서 나폴레옹 큰딸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은 요기. 짤이 너무 오래되어 그런지.. 디지털 풍화를 겪었넼ㅋㅋㅋ 읽을수는 있으니 패스. ㅋㅋㅋ
난 토스트한 식감이 더 좋아서 빵에 버터발라 살짝 구웠다. (빵은 맨위에 있던 트레이더죠 브리오슈)
샌드위치와 치즈 플레이트를 준비해서, 뉴튼 트레이더조에서 파는 뉴질랜드 말보로 쇼비뇽블랑 the pass와 함께 먹었다. (이 근방에선 거기서밖에 안 판다.. 트죠 독점인걸까?) 아주 아주 훌륭한 주말 브런치 아닙니까? 후후
비비안이 말보로 쇼블을 추천해준 뒤로 이것저것 사먹어보는데, 유명한 cloudy bay도 있지만, 꽤 비싸다. 그보다 1/3 가격으로 저렴한 the pass. Cloudy bay 못지 않게 상큼하고 괜찮다.
이때쯤 빠져살았던 샴페인 포도. 씨가 없고 알이 작은 머루같은 포도인데 많이 달지 않고 많이 시지 않고 딱 적당한데 크기도 작아서 좋았다. 과일을 잘 안 챙겨먹는 남편과 나에게 딱 적당한 사이즈. (물론 나는 샴페인 포도 나무를 찾아보고 있다.. 그냥 사먹으면 제일 편한 인생일텐데 왜 다 키우고 싶어하는걸까)
샌드위치를 먹고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나니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각.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긴 귀찮아서 트죠 냉동 갈비와 치킨윙을 데웠다. 너무 고기고기인가 싶어 감바스 알 아히요를 곁들였다. 전부 그릇에 담아 테이블에 올려두니 돼지들을 위한 훌륭한 식사가 또 완성되었다...! ㅋㅋㅋ
9월 3일
꽈리고추와 미인풋고추, 샐러리와 한련화는 무관심속에 정글의 일원으로 자라나고 있다.
ancho white 토마토 하나는 노랗게 색을 내며 익어가고 (이 종류 참 맛있다)
바람인지 짐승인지 언놈이 내 귀한 가시오이를 몽창 떨어뜨려 놓았다.
오늘도 티셔츠 자락에 수확물을 쌓아본다. 오늘의 메인 수확은 phil's one tomato.
보일러실에 심어 키우기 시작한 배추 모종. 그리고 무 새싹들이 무럭무럭 잎을 내고 있다.
9월 4일
firepit을 설치해뒀던 자리. 불티가 잔디로 튀어 불이 날까봐 걱정하던 남편이 잔디 위에 pavement stone을 얹어두었는데, 가든 디자인을 바꾸면서 firepit 자리를 옮겼더니, 잔디없는 그 부분이 볼품이 없다. 씨앗을 새로 뿌리고 잔디 깎은 클리핑을 멀치처럼 얹어두었는데, 아직 클리핑들이 마르지 않아 마치 새로 잔디가 자란것 같아 보인다.
김장고추 심어둔 베드는 한여름 폭염이 지나고 나니 더욱 에너제틱해지는 중.
날씨와 상관없이 에너지 0 상태인 둘째녀석.
앞마당의 알록달록한 꽃밭. 오늘도 산책하던 댕집사분이 사진 찍어가셔서 뿌듯하다.
달리아 베드는.. 음.. ㅋㅋㅋㅋ 이파리 폭발 중.
고추베드 전체샷만 너무 찍어놔서, 이맘때 여기 고추가 얼마나 달렸는지 나중에 기억 못할까봐 상세샷도 서둘러 찍어봄.
선비콩과 purple beauty pepper가 주렁주렁 달림.
Listada de Gandia 가지는 엄청나게 키가 커지는 중이다. 베드에 심은 애들이 확실히 크게 자라고, 열매도 많이 다는걸 보니, 내년에는 토마토도 가지도 고추들도 웬만하면 깊은 베드에 심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Black beauty 2호가 익어가고, 예쁘게 익은 ancho white를 하나 수확해 티셔츠 자락에 닦아 입에 쏙 넣어본다. 훌륭한 농부의 간식이다.
9월인데도 아직도 꽃이 피는 감자.
오밤중에 허겁지겁 심은 달래파는 새싹이 올라온다.
이 날도 티셔츠 자락에 담아본 수확물. (진짜 나갈땐 바구니 생각이 왜 안나는걸까)
아직까지 화분에 있는 엘더베리. 햇살을 좀 더 잘 받으라고 앞마당에 뒀는데, 앞마당 어귀에 아예 심어버릴까 고민중이다. 이러나 저러나 지구화분이 최고란말이지. 키가 마구 커지는 종이 아니니 그냥 심어도 되지 않으려나.
우리 뒷집에 요상하게 자라는 나무가 하나 있는데, 스톰이 올때마다 죽은 나뭇가지가 우리집 마당으로 퍽퍽 떨어져서 무서워죽겠다. 우리집 뒷마당 나무를 다 자르는 견적을 받아보며, 저거 내돈 내고 좀 자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옆집 할머니와 함께 저 나무의 위험성에 대해서 막 대화를 나눴는데, 할머니가 "나같으면 저 나무 사진 찍어두고, 저게 네 펜스에 떨어지면 보상을 청구할거라고 내용증명이라도 보내겠어"라고 하셨다. 흐흐 ㅋㅋ 할머니 저도 남편도 그런거 할 수 있는 성정이 못된답니다...? 그치만 뭐 사진을 찍어두는 거 정도는 나쁘지 않지 싶었음. 할머니가 자기집 마당에서 더 잘 보이니까 와서 찍어두라고 따라오라 하셔서 할머니네 뒷마당(이라 쓰고 숲이라 읽는다)에 가봄.
좌 우리집 마당 샷. 우 할머니네 마당 샷. 확실히 우리집 마당쪽으로 기울어져 자라는것이 훤히 보이긴 한다. ㅋㅋ
근데 확실히 할머니댁 뒷마당에 웬갖 잡초가 많고, 수풀이 우거져서 다녀오고 나니 내 원피스 자락에 도깨비풀인지 뭔지 희한한게 엄청 붙어 따라왔다. ㅋㅋㅋㅋ
9월 5일
초록토마토가 넘쳐나는 우리 밭. 나무를 다 자르고 나서 햇빛이 쨍쨍 들어오면 서리 오기 전에 금방 다 익어주려나?
오늘의 고추밭.
한련화는 씨앗이 영글기 시작했다.
오늘의 농부 간식은 Patio choice yellow 토마토.
Everbearing 딸기는 9월에도 열린다. 짐승의 습격이 없는 요즘은 딸기가 달린채로 그대로 빨갛게 끝까지 익는다. 먹어보면 당도와 상큼함이 한국딸기만큼 훌륭하다.
수세미 암꽃은 조금씩 커지며 꽃이 필 준비중.
오늘의 수확물. 풋고추가 특별히 매끈하고 아름답다.
수많은 방토와 phil's one은 하나씩 뗴어 치즈, 크래커와 함께 올려 허브를 곁들여 먹는다. 훌륭한 와인안주가 되어주었다.
다람쥐나 토끼가 마당에 굴을 파놓은 뒤, 새끼를 다 길러 떠나고 나면 그 굴은 땅벌차지가 되기 마련이다. 새끼가 있을땐 차마 구멍을 막을 수 없어 방치했다가, 새끼가 떠난줄도 모르고 있으면 어느샌가 거기서 붕붕 벌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나의 고추, 토마토들을 모두 수분시켜주는 고마운 존재라 처치를 망설였다. 그러나 얘네는 마일드한 벌 종류가 아니라 호전적인 yellow jacket 종인지라.. 다음주에 나무 자르러 온 인부들이 벌에 쏘여 다칠까봐 걱정되어 결국 약을 치기로 했다.
뒷마당 벌들이 화나 있어서, 앞마당으로 피난왔다. 화난 벌들이 전쟁을 벌이는 동안, 나는 오래전 주문해두고 설치를 미뤄온 장미 trellis를 조립해야겠다.
Honeymoon - arbor rose를 사놓고 여름 내내 바닥을 기게 만든 장본인 나다. 심지어 trellis를 주문해두고 조립하는것도 차일피일 미룬 죄인이다. 그래도 너무 추워지기 전에 전지도 하고, trellis에도 묶어주고 싶어서 이 날 꾸역꾸역 조립을 해보았다. 늦게라도 마음 먹은 나 기특하다구...
지금은 허니문 로즈 앞에 달리를 심어뒀는데, 내년에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아스틸베 같은걸 같이 키워줘야겠다. 장미를 방해하지도 않고, 장미의 아름다움도 가리지 않으면서 cut flower로도 손색이 없으니 ㅎㅎ
9월 6일
여름이 지나고 나니 수확바구니가 더욱 풍성한 아이러니. 오늘은 다행히 수확바구니를 챙겨서 나갔다. 왠지 티셔츠 자락으로는 모자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ㅋㅋ
어릴적 엄마께서 종종 해주시던 오이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졌다. 나중에 런던에서 애프터눈 티세트를 주문해서 먹어본 후 그게 영국음식(?)임을 처음 알았던.. ㅋㅋ 마치 리틀포레스트 한국판의 양배추 부침(오코노미야끼) 같은 에피소드 ㅎㅎ 암튼, 가끔 무더운 날이면 엄마의 오이샌드위치가 먹고싶다. (쓰고보니 왠지 아련하게 추억하는 느낌이지만 우리 엄마 건강히 잘 지내십니다 ㅋㅋㅋㅋ)
소소한 개인 일정으로.. 10월중순에 시험을 하나 신청해뒀는데, 여태 가드닝에 몰두해서 미리미리 공부도 안하고 살다가, 이제서야 벼락치기를 시작한 나. 당연히 이런 사정을 모르는 고양이들은 내가 책상에 앉아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가 무척이나 이상하고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우리집 첫째녀석.. 불만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는중. 요놈의 고양이로 말하자면, 내가 학교다닐때도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막론하고 내가 벼락치기를 할때마다 내가 펼쳐둔 프린트물이나 책 위에 털썩 앉으시는 분이다. 오죽하면 내가 쟤를 '학점브레이커'라고 할까.
안팎의 짐승들이 기승이다. 살짝 기온이 쌀랑해지니, 다람쥐들이 겨울잠을 준비하는지 다시 공격적으로 돌변했다. 내내 잘 두던 토마토를 떨어뜨려 짓이겨놓는것을 보니 ㅋㅋ 아니, 떨어뜨렸으면 먹지 왜 먹진 않고 그냥 버리고 가니 ㅠ 나 상처받음... ㅋㅋㅋ
오랜만에 수확바구니가 가득가득 찼으니, 모처럼 그릴에 삼겹살을 올려본 저녁. 수확물로 가득찬 밥상을 보며 뿌듯한 마음을 안고 하루 마무리하였다 ㅎㅎ
9월 7일
뒹굴뒹굴 여유롭게 굴러야 하는 주말인데, 집사들이 웬일로 씻고(?)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하니 고양이놈이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짜자잔 친한 언니께 초대를 받았는데, 무려 시골닭을 구해오셔서 삼계탕을 해주시었다.........!!! 아버님께서 직접 구해주셨다는 귀한 한약재를 듬뿍넣고 푹 고아 주신 영롱하고 아름다운 비주얼. 진짜 냄새맡고 기절하는 줄 ㅋㅋㅋ
두툼하게 썰어 식감을 살린 무생채와 아삭한 토마토 부추무침, 손 많이 가는 나물들까지 ㅠㅠ 하 주말에 이게 웬 호강이랍니까 ㅋㅋㅋㅋㅋ 덕분에 우리는 과음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마지막에 닭죽을 또 주셔서 해장까지 단번에...? 갔다와서 남편이랑 나랑 "으어. 배불러 죽겠다. 근데 맛있었어" 하면서 잠들지도 못하고 눕지도 앉지도 않은 상태로 한시간 정도 있었던듯ㅋㅋㅋㅋㅋㅋㅋㅋ 흐흐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