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31일 어린 수세미 수확, 이탈리안 김장(토마토소스 만들기), 해피할로윈!
10월 25일
옮겨심은 에키놉스가 잘 활착되고 있는 모양이다. 해를 좋아하는 꽃인데, 작년에 그늘진 베드에 심어둬서 꽃대도 올리지 못하고 잎만 치렁치렁 무성해졌다. 에키놉스는 내한성이 꽤 좋은 다년생이고 앞마당은 뒷마당보다는 해가 더 잘 드니까, 2025년에는 꽃을 볼 수 있길!
대망의 마늘심기. 작년엔 마늘을 베드 가득 심었는데, 키우는 기간이 길어서 양지 공간을 너무 오래 차지했다. 수확한 후 빈 곳에 고추를 옮겨심었지만, 서리 내리는 시기를 생각하면 많이 늦었었지. 그래도 아예 안 심기는 서운하니까, 올해는 재미로 키울 정도만 심었다. 대신 이번엔 코끼리 마늘도 추가~
우리집 파는 심심할 때 파종해서 대충 베드 빈 곳에 옮겨 심어두고, 저렇게 얇디얇아도 봐줄만한 상태가 되면 뽑아다가 초록부분을 잘라주고 깊숙이 옮겨심어준다. 이런식으로 계속 돌리면 텃밭에 대파가 마를날이 없다. 그럼 적어도 봄부터 가을까지는 마켓에서 대파 살 일이 없다. 근데 올 겨울 시작 전에 겨울동안 먹을만큼의 대파를 실내로 들여옮겨심는걸 까먹은 탓에.. 자존심 상하게도 대파를 몇번 사먹었다. 속쓰렸다.
쬐끄만한 그로우백에서 근근이 살던 2년생 아스파라거스. 종이 뭐더라.. 아마도 밀레니엄? 아무튼 3년차부터는 좀 더 굵고 힘찬 슛을 쏴올리길 바라며 뒷마당 베드 더미 중에 그나마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옮겨심어주었다. Roots and Shoots는 무조건 양지에 심으라는데.. 아스파라거스는 빛 없이도 키우니까 잘 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스파라거스만 심기엔 좀 베드가 심심해서. 리크(Leek)를 옮겨심어주었다. 품종은 킹 어쩌고.. 킹 에드워드? 모르겠다. 아무튼.. ㅋㅋ 내년엔 얘들이 내 국물을 다 내주겠지 ㅋㅋㅋㅋㅋ후후후
실파같은 대파 모종과 리크를 옮겨심어주고, 중닭 마냥 적당한 굵기로 자란 대파를 골라 옮겨심어주었다. 얘는 내년 봄부터 당장 수확이 가능하겠구나~
저녁은 우리의 방앗간. 우리의 최애 스페인 타파스집.
이 날 블러드소시지 충격적으로 맛있어서 폭풍흡입함.. 집에 와서도 자기전에 남편한테 소시지 너무 맛있었다면서 3번 말하고 잠 듦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도 남편한테 소시지 얘기했다는ㅋㅋㅋㅋㅋㅋ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와인 리스트가 멋진 우리 아지트. 우리 아지트들은.. 우리가 들어서면 서버들이 얼굴을 알아보는걸 넘어 쌍수 들고 환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는데만 가고, 먹는것만 먹는데 그걸 자주 가서 많이 먹으니까 그런듯... (사장님 아직도 너 기다림)
10월 26일
오늘은 단톡방 정모가 있는 날. 나름 팟럭 파티여서, 각자 뭔가 준비해서 오기로 했는데 나는 오징어 볶음을 해서 가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든에서 수확해둔 맵지않은 고추와 대파를 썰어두고, 냉장고에 고이 모셔둔 텃밭 토마토를 갈아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처음에 손 든 사람은 대여섯이었는데, 어느새 12명까지 늘어난 참가자 리스트에 놀라면서도 푸짐한 음식을 준비해주신 호스트님. 무려 방어회가 ㅠㅠㅠㅠㅠㅠ 세상에 보스턴에 와서 제대로된 방어회 먹는건 얼마나 오랜만인가! 다들 같은 마음이라 그런지, 생선회는 금방 동이 났다.
우리 방장님 손 큰거보소... ㅋㅋㅋㅋ 쌈 싸먹을 채소 갖고 갈게요!!! 하셨는데 코스트코 야채코너를 통째로 가져오신듯.. 텃밭에서 수확한 우리집 깻잎 양이 너무 초라해진 순간이었다.
모임에 직접 맞춤케익을 준비해 오신 분도 계시고, 엿기름부터 시작해 직접 식혜를 우려 오시는 분까지.. 방 주제는 다른거지만 다들 먹는거에 진심이라 ㅋㅋㅋㅋ 너무 좋고 행복하다구요
10월 27일
이 날은 별게 없나? 아무것도 한 게 없는지 둘째놈 두툼한 발 사진 뿐이다. 그치만 당연한 일이다. 농번기가 지난 지금 내 사진첩 팔할은 이놈과 이놈 누나다 ㅋㅋ
10월 28일
이제 냉장고에 토마토 넣을 자리가 없다. 더 이상 토마토 소스 만들기를 미룰 수가 없다.
아름다운 로마 토마토. 이탈리아에서 소스만들때 왜 이걸로만 만드는지 알 것 같다. 수확량이 압도적이고, 맛이 무척 좋다. 방울토마토도 아까우니 다 넣었지만, 내년엔 로마 토마토로만 소스를 만들어봐야지.
이탈리안 전통 방식으로 소스를 만들려면 토마토 가는 수동 기계가 있어야겠지만.. 맷돌로 갈아야 맛있다는 두부도 휴롬으로 하면 맛있다니까, 토마토 가는 것도 휴롬으로 해본다.
좀 더 오래 끓여서 걸쭉하게 만드는게 좋았을텐데, 시간이 부족해서 좀 묽게 만들어졌다. 내년엔 좀 더 뭉근하게 오래 두고 끓여서 뻑뻑한 소스를 만들어야지.
하루종일 토마토 갈고 병 소독하고 푸닥거리했더니, 딸래미가 불만이 가득하다. 자기가 시키는걸 제때 대령하지 않는다고 심통이 난 모양이지. 뒤늦게 비타민도 바치고, 물도 틀어드리고 간식도 챙겨줬다.
저녁에는 Cambridge에 있는 Batifol에서 식사를 했다. 남편네 팀원이 보스턴에 출장을 와서 저녁을 사주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ㅋㅋ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레스토랑이라 여기로 예약했는데 식사하면서 대화를 좀 나누려고 하면 서버가 와서 득달같이 다 먹었어? 이제 그릇 치워도 돼? 하고 물어봐서 짜증났다. 아무리 회전율이 중요한 레스토랑이라지만 10분간격으로 오는 건 좀 심하지 않니.. (그리 오래 앉아있지도 않았고, 빈 자리도 많았으며 한적한 시간대였음..) 음식은 나쁘지 않았지만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것~
10월 29일
어제 만든 토마토소스를 넣고 푸실리 파스타를 만들었다. 남편은 사먹는거랑은 역시 다르다며 칭찬일색이었으나, 생산과정을 모두 본 자의 친절하고 배려 깊은 평가인지라 ㅋㅋ 반만 받아들여줬다. (그치만 맛있었다)
그러나 우리 딸래미는 남편이 식사를 할때 절대 가만두지 않지. 맛있는 걸 먹을때일수록, 남편이 배가 고플수록 무릎에 올라가서 꾹꾹이+침흘리기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냥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ㅋㅋ 마음 약한 남편은 딸램 귀에 "배고프다.. 배고프다 끄치.."하고 속삭이는 게 다인.. ㅋㅋ
맛있는 파스타를 먹었으니, 열심히 마당의 낙엽을 치워야지.
10월 30일
미국에 사는 건 전반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와 남편에겐 10월말은 너무 가혹한 시기이다. 할로윈...이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동네는 참 어린 아이들이 많다. 출산율이 1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의 어린이밀도를 자랑한다. 여기는 2-3명 낳는것이 기본인지라.. 아무튼 이 애들이 전부 내일. 저녁 6시부터 한 9시정도까지 사탕을 얻으러 온다. 전설의 트릭 올 트릿...ㅋㅋㅋㅋㅋ
나는 각종 이벤트와 데코레이션을 좋아해서 할로윈 아웃도어 데코를 많이 준비했는데.. ㅋㅋ 문제는 데코레이션을 해놓으면 '이 집은 할로윈을 하는(?) 집이에요'라는 사인이 된다는거. 반대로 데코를 하나도 안 하고, 집 불을 다 꺼놓으면 사탕 얻으러 오지말라는 사인이란다. 남편은 후자의 삶을 지향하지만 ㅋㅋ 난 애들이 귀찮아도 데코는 포기 못한다는 쪽이지 후후
할로윈이 왔다는건 오피셜리(?) 크리스마스 데코를 해도 된다는 뜻 아니겠는가?! (원래는 할로윈 끝나고 시작한다) ㅋㅋㅋ 지나고 나서 하는 얘기지만 내가 이렇게 바깥 나무에 크리스마스 트리 오너먼트를 주렁주렁 달았더니, 그 뒤로 12월엔 다른 집 나무들도 이렇게 데코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ㅋㅋㅋ 나때문인지 확인할 수는 없는 사실이지만.. 남편한테 유행을 선도했다고 뻐길 수 있어 좋았다. (아니면 어때 ㅋㅋ)
앞마당 데코가 끝난 뒤, 흉한 잡초 정리도 해주고.
저녁은 남편의 신청 메뉴(?) 지코바 치킨. 맛있다고 또 해달라고 난리 ㅋㅋ 이 다음에 몇번 더 했는데, 처음에 했던 이 레시피가 제일 맛있었던 듯.
10월 31일
커다랗게 주렁주렁 달린 수세미가 4개인데.. 아직 어린 수세미지만 그래도 꽤 딱딱해졌길래, 일단 먼저 열린 두개만 수확해보기로 했다. 미리 따서 선풍기 앞에 두고 내내 말리면 가지에서 익힌것처럼 바삭바삭하게 말려진단다. 그치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냥 오븐 저온 세팅에 두고 서서히 구우며 말리기로 했다.
저녁이 오기전에 동네 아이들 사탕을 준비해야지. 일일이 문을 열고 사탕을 주긴 귀찮으니, 사탕 스탠드를 만들어두고 양심껏 주머니 하나씩 가져가라고 하기로. 물론 이래도 막 쓸어가는 애들도 있다. 부모랑 같이 온 작은 아이들은 하나씩 가져가는데 꼭 시꺼멓게 큰 남자애들이 친구들이랑 와서 이상한 소리 지르면서 막 쓸어감.. ㅋㅋ 많이 두면 한꺼번에 다 털어가버릴까봐 시간대별로 조금씩 내어놓기로 했다.
엄마가 바스락거리면서 뭔가 만들고 있으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괭이녀석. 오도카니 보다가 주머니 하나를 훔쳐서 물고 뜯고 난리다 ㅋㅋ
나의 캔디 스탠드. 나름 마녀의 빗자루랍시고 옆에 브룸스틱도 하나 세워둠. 하나씩 양심껏 가져가라고 메모도 두번 써놨다 ㅋㅋ 잘 안 보일까봐 건전지로 켜지는 스트링라잇도 줄별로 달아놨다.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지만 ㅋㅋ 저걸 못 보고 현관으로 들이닥치는 녀석들이 있을까봐 (혹은 사탕 떨어졌다고 내놓으라고 하거나..) 현관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못 오게 다 막아놨음ㅋㅋㅋㅋㅋ 장애물도 놓고
그래도 무탈하게 잘 마무리된 할로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