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은 재외국민에게 너무 가혹했다. 쏟아지는 고국의 뉴스에 불안과 좌절을 느끼며, 해외에 나와있을수록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해외에 나와 산다고 해서 출신국가의 국력과 상관없이 호의호식할 수 있는 이민자는 없다. 밖에 나가기만 해도 이웃, 친구, 회사동료들 - 국제정세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괜찮냐고 묻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내 입으로 듣고 싶어 한다. 나에겐 언제나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였는데, 어느새 격동의 풍랑 위에 올려놓은 연약하고 아슬아슬한 종이배 같은 나라가 되어 있더라. 이 상황을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일상에서는 잘 쓰지도 않던 단어를 찾아봐야했다. 또한, 선의로 한 질문에 신세한탄으로 대답하지 않도록, 최대한 담백하게, 최대한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