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이드퀘스트 6

버드아이칠리(페페론치노) 씨앗부터 모종까지

프로개님 블로그의 열혈 팬이자 독자로써, 페페론치노 키우기를 안해볼 수 없었다. 다만 나는 그 광기의 페페론치노 씨앗 1000개 줄세우기 같은건 도무지 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씨앗을 구매했다. 게다가 ‘페페론치노(pepperoncino)’라는건 사실 해외에선 그저 이탈리안 매운 고추를 일컫는말이고, 우리가 흔히 아는 ’파스타에 넣는 건고추‘ 같은 뜻으로는 통용되지 않는다. 구글에 pepperoncino를 검색하면 복수형인 pepperoncini로 자동 변경되거나, 피클용인 sweet pepperoncini pepper가 검색되기도 한다. 프로개님의 글에 따르면, 페페론치노 안에 쓰이는 건 크게 버드아이칠리(bird’s eye chili) 종류거나 칼라브리안 칠리 페퍼(calabrian chili pe..

[실패x3] 아몬드 씨앗부터 키우기 (드루이드퀘스트)

식물계 드루이드 최고봉으로 유명한 프로개님. 그 블로그에는 만우절 바나나 키우기 때문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그 전인 금전수(ZZ plant) 키우기로 유입된 사람이다. 해외에 살면서도 본가로 배송시키면서까지 모두의 pH 책도 사고, 이번 텀블벅 펀딩으로 '드루이드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민트버젼도 주문해놨다. 매번 내 택배를 받아주시는 엄마는 공부와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내 책이 도착할때마다 '얘가 또 뭘하려고 하나'하고 한탄하시는 중. 뭐든지 펑펑 잘 길러내는 그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아무(?)씨앗이나 잡아 발아시켜도 거대한 식물로 키워내는 게 제일 부럽다. 문제는 이 블로그를 보고 있다보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것 같은데'하고 따라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따라하기 시작한게,..

[다람쥐 때문에 실패] 미국에서 한국 고구마 키우기

흔히 고구마를 영어로 하면 sweet potato라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국에 처음 와서 로컬 식료품 마켓에서 sweet potato라고 적힌 걸 사서 찌면, 대부분 속이 주황색에 가깝고 물이 흥건한 이상한 채소를 마주하게 된다. 질감은 호박고구마보다 3배는 묽고 그렇다고 달거나 고소하지도 않다. 이 땅에 갓 도착한 한국인은 주로 오이같은 식감에 아무맛도 나지 않는 미국 딸기에 처음 놀라고, 물 같은 미국 고구마에 두번째로 충격을 받는다. 한국딸기는 미국땅에서 눈씻고 찾아봐도 비슷한 맛을 내는 것도 구하기 어렵지만 한국고구마와 같은 식감의 고구마는 있다. 물론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밤고구마 같은 자잘한 분류를 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한국고구마와 가장 비슷한 것을 찾으려면 분하게도 ‘Jap..

미국에서 한국 미나리 키우기

요약본1. 어디서 구하는가?- Etsy에서 모종 구매 또는 H mart 등 한인마트에서 구매 (보스턴 벌링턴 지점 2024년 기준 모종도 판다)2. 어떻게 키우는가?- 질석에 꽂아 뿌리를 내린 후 화분에 옮겨 심기- 프로개 블로그에 미나리 뿌리 내리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있음. 3. 주의사항- 가끔 H mart에 미나리(dropwort)라고 파는 것 중에 뿌리 내릴 수 있는 마디가 없는 것들이 있음. 얘네는 아무리 물에 꽂아둬도 절대로 뿌리가 나오지 않는다. '미나리는 무조건 뿌리 나온다던데 왜 안되지? 내가 똥손인가?' 싶어도 당신 잘못이 아니다. 미나리 윗부분이거나 미나리과의 다른 종으로 추정됨. (이런거 미나리라고 써서 팔지 마라!!!!!!!!!)  2월 26일 H마트에 미나리가 나왔길래 마디 위 ..

2023년 3월 12일 보스턴 농경일지 [8종의 고추와 함께 출발하기]

솎아주기는 어려워요 심기도 많이 심었는데, 발아율까지 뻐렁쳐버리면 어쩌란 말이냐. 처음에 그 이상한 스펀지 발아로 시작했을때, 발아율이 영 시원찮아 보여서 조급해진 내가 여기저기 물발아도 하고 흙에도 심어보고 했더니 꽈리 밀도가 폭발수준이다. 프로농사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솎아주기'가 정답이라고 알려줬을거다. 나도 동의하는바이다. 그러나 난 어정쩡한 2년차 농사꾼이라 그런지 좁은 포트에서 뒤늦게 얼굴을 내민 저 아이들을 매몰차게 뽑아낼 자신이 없다. 연두빛으로 뿅하고 올라온 쌍떡잎들이 새초롬하고 어여뻐서 그냥 조금 더 키울까.. 하고 몇백번을 고민했다. 어떻게든 다 살려서 나눠심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뒷마당을 내다보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고추를 심으면 될지 시뮬레이션을 골백번을 더 해보았다. 해가 잘..

2023년 늦겨울 보스턴 농경일지 [눈은 계속 오고 있지만 씨앗은 뿌려야지]

보스턴의 늦겨울에 대처하는 자세 메사추세츠의 2월말은 지독하게 눈이 많이 오는 시기이다. 목빠지게 봄을 기다리는 농부에게는 고통스러울만큼 시간이 느릿하게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처음 이 곳에 왔던 해에는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눈이 오기시작해서 3월말까지 두어번의 스노우스톰이 오고서야 겨우 봄이 되었었다. 이번 겨울엔 12월 내내 눈발이 날리는둥 마는둥 하며 시작하기에 남편에게 ‘올해는 눈이 많이 안온다, 그치?’하고 말했었다. 남편도 맑기만 한 하늘을 스윽 올려다보더니 ’그러게…’하고 수긍했었다. 다음날 남편이 직장동료와 스몰톡을 하던 중 내가 했던 말을 똑같이 했는데, 어릴적부터 메사추세츠에서 쭉 나고 자란 그 동료가 비장하게 웃더니 ‘not yet, just wait’이라 했단다. 1월이 되자마자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