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늦겨울에 대처하는 자세
메사추세츠의 2월말은 지독하게 눈이 많이 오는 시기이다. 목빠지게 봄을 기다리는 농부에게는 고통스러울만큼 시간이 느릿하게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처음 이 곳에 왔던 해에는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눈이 오기시작해서 3월말까지 두어번의 스노우스톰이 오고서야 겨우 봄이 되었었다. 이번 겨울엔 12월 내내 눈발이 날리는둥 마는둥 하며 시작하기에 남편에게 ‘올해는 눈이 많이 안온다, 그치?’하고 말했었다. 남편도 맑기만 한 하늘을 스윽 올려다보더니 ’그러게…’하고 수긍했었다.
다음날 남편이 직장동료와 스몰톡을 하던 중 내가 했던 말을 똑같이 했는데, 어릴적부터 메사추세츠에서 쭉 나고 자란 그 동료가 비장하게 웃더니 ‘not yet, just wait’이라 했단다.
1월이 되자마자 미친 폭설이 오기 시작했다. 한번 왔다 하면 종아리 높이 넘게 쌓이는 게 당연했다. 오후 2-3시쯤 잠깐 해가 났을때 부지런히 우체통까지 가는 길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날 앞마당은 꽝꽝 얼어버리고, 그 위로 또 눈이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땐 염전 수준으로 촘촘히 염화칼슘을 뿌려야 겨우 길과 길을 이을 수 있다.
우리 부부가 여기 온 첫 해에는 우리 표정에 묻어나오는 ‘naive함’때문인지, 스노우스톰이 온다는 뉴스가 뜨면 남편의 직장동료부터 시작해서 옆집 피터 할아버지까지 무진장 살뜰히 우리를 챙겨주었다. 다들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그땐 그저 눈이 좀 많이 오는것뿐인데 뭘 그렇게까지 잔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 고마운 일이다.
스노우스톰이 오면 전신주가 쓰러져 정전이 되기도 하고, 차가 눈에 덮여 움직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스톰이 다녀간 이후 마트에 가면 눈에 갇혀 움직이지 못한 물류트럭들의 여파로 우유나 계란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들이 있어야할 곳이 죄다 텅텅 비어있다. 이제는 조금 덜 naive해진 우리는 스톰 소식이 들려오면 롱패딩 지퍼를 턱끝까지 채워 입고 얼른 마트에 다녀온 뒤 전자제품들을 충전한다.
메사추세츠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미국 동부에는 ‘we don’t have earthquake, we don’t have hurricanes, we don’t have alligators’라는 밈이 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영상 속에서 보스터니안들은 저 문장을 구호처럼 외치며 산더미같이 쌓인 집앞의 눈을 치우고, 눈 속에 갇힌 차를 구출(?)하는데, 지진이나 허리케인, 악어 같은게 없으니 눈 정도는 치우고 살아야하지 않겠느냐~하는 뜻이란다.
미나리가 반가운 이유
긴긴 겨울이 지나고 마트에 미나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나리는 서늘한 눈서리가 내리는 늦겨울에 뿅하고 나타나 조금 있으면 봄이 올거라는 희망을 주는 채소이다.
작년에 미나리 모종을 구입해서 두 계절 내내 잘 먹었는데, 겨울에 실내로 들여오기 부담스러워 그냥 두었더니 다 식물별나라로 가버렸다. 올해는 마트에서 사온 미나리에서 뿌리를 내려 키워볼까 하고 질석(vermiculite)을 주문해 꽂아놓았다.
물꽂이를 하고 남은 미나리로 상큼한 미나리초무침을 해먹었다. 알싸하고 쌉싸름한 봄향기가 입안에 맴돌았다. 긴 겨울 좀이 쑤셨던 게으른 농부에게 미나리 한줌은 이른 봄내음을 끼얹어버렸고, 겨울밤 내내 참아왔던 것에 갑자기 욱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결국 나는 봄기운을 참지못하고 어두운 곳에 고이 넣어두었던 씨앗 상자를 꺼내 묵은 씨앗 몇개를 파종해버렸(?)다.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을 올렸더니 프랑스에 사는 친구 으네가 보고서 ‘홍고추면 홍고추지, 신호탄 홍고추는 뭐냐’며 웃었다. 이 친구는 아파트에 살다보니 베란다 창가에서 깻잎을 키우는 정도가 전부인데, 그 마저도 햇빛에 타고 냉해를 입기도 한단다. 나도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어 농사 고수들의 포스팅을 보고 배워서 하는 농사인데, 이 친구에게 늘 나는 보스턴의 대단한 영농후계자 포지션이다. 몸둘바를 모르면서도 혹시 내가 아는 선에서 질문해주면 알려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이번에도 신호탄 홍고추에 대해 '홍고추 종류 중에서도 아시아종묘에서 나온 내병성의 좋은 고추'라는 설명을 해주려다가 너무 덕후냄새 날까봐 애써 함께 웃고 치워버렸다.
고추 풍년을 기원하며
가장 먼저 파종한 것은 고추씨앗이다. 올해 이렇게 고추 파종을 미리미리 시작하는 이유는 작년에 모종 만들기를 너무 늦게 해버린 탓에 고추가 달리기 시작하고 몇 주 안되어 찬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고추나무에서 풋고추를 따지 않고 내내 두면 빨갛게 익는데, 작년에는 고추가 빨갛게 익을새도 없이 서릿발 섞인 찬 공기에 홀랑 얼어죽어버렸다.
쌀랑하게 불어오는 칼바람에서 겨우 구해온 홍고추, 오이고추 한그루씩이 있다. 이 두 그루는 방아다리 (Y자 부분) 바로 윗부분을 잘라 화분째로 실내로 들여왔다. 뿌리에 붙은 outdoor soil을 털어내고 indoor soil로 바꿔줘야 해충들이 따라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작년엔 그걸 몰라 그냥 들고 들어왔다. (이웃에 있던 망고나 레몬나무들이 자잘하게 해충에 시달린건 그때문일까 싶어 마음이 아파온다)
고추는 원래 온대성 지방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라, 원래는 다년생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겨울이 찾아오는 곳에 사는 죄로 고추를 한해살이 식물로 키워내야 하는 우리와 달리 원산지에서는 다음 해, 그 다음 해 더 나무가 굵어지며 크게 자라고, 그럴수록 또 그 나무에서 생산되는 고추 개수도 늘어난다나. 이 두 그루와 올해 새로 심은 고추나무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한번 잘 살펴봐야겠다.
이름표를 붙여 내 마음에
파종 트레이에 종이포트를 얹고 저면관수로 각 모종이 마르지 않도록 수분을 공급했다. 귀찮아서 포트별로 다 이름을 쓰진 않았는데, 남편이 지나가다 쓰윽 보더니 ‘왜 어떤건 이름이 있고 어떤건 없냐’고 한 마디 하더라.
이름표를 각자 다 꽂아주었더니 이번에는 왜 어떤건 날짜가 있고 어떤건 없냐고 한다. 그것까지 하긴 귀찮아서 그 두번째 잔소리는 그냥 귓등으로 흘려들어주었다. 이름표는 내 마음에 있다오. (그리고 금방 까먹어버리지만)
새로운 파종템은 실패인걸로
오른쪽 트레이에는 흰 부분이 길게 자라는 금장외대파와 꼬꼬마양배추, 꽈리고추를 파종했었다. 저 네모난 스펀지 같은건 얼기설기 섬유를 압축해놓고 물을 부으면 씨앗이 발아하는 걸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솜발아 시키는거랑 비슷할까 싶어서 한번 사봤는데 결과적으로는 다시는 안 살 것 같다.
일단 표면적이 넓어서 수분증발이 잘 되고, 덕분에 트레이 내부 온도가 자꾸 내려가게 된다. 결국 저기서 발아시킨 것들은 다들 발아가 늦었고, 꽈리고추는 저기서 물만 잔뜩 먹다가 겨우겨우 뿌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왔는데 코코피트를 채운 트레이에 옮겨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나도 머리를 내밀었다.
함께 있던 꼬꼬마 양배추도 지금은 반은 수경재배 포트에, 반은 코코피트 모종 트레이로 옮겨주었고 금장외대파들도 싹이 올라오자마자 마트에서 사온 대파 꽂아둔 화분 곁다리로 다 옮겨주었다.
애호박처럼 암발아 씨앗이면서 물과 흙의 양분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런 방법이 더욱더 독이 되는 것 같다. 12칸 중에 1개 씨앗만 겨우 나왔는데, 그 하나의 호박도 뿌리가 저 섬유에 얼기설기 박혀있어서 옮겨심어 주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대로 땅에 심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없어서 뿌리가 다치지 않게 살살 섬유조직들을 떼어내고 흙으로 이사보내야했다.
꽈리고추와 Padron peppers
한식에 쓸 홍고추들만 파종한 것은 아니다. 맵지 않은 오이고추나 다른 풋고추 종류도 많이 파종하였다. 올해 처음으로 심은 맵지 않은 고추 중에 꽈리고추가 있다. 꽈리고추는 여기서 분하게도 'shishito peppers'로 불리운다. 일본어가 서양애들이 발음하기에 어렵지 않은 덕도 있고, 식물종류 관련해서는 일본애들이 사업을 잘하는 것도 있어서 그렇다.
올해는 꽈리고추를 좀 키워봐야겠다 싶었던 이유는 2가지. 꽈리고추 듬뿍 얹은 효도치킨을 집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첫번째 이유, 다른 이유로는 Tapas 메뉴중에 내가 제일 사랑하는 'pimientos de Padrón'을 해먹고 싶어서다! (결국 다 먹는 거랑 연관되어 있다)
저 풋고추 품종은 무려 '따고 또 따고' 풋고추인데, 12개나 대책없이 심어놓았으니 (게다가 포트별로 2-3개씩 파종했던듯...) 이제 올해 여름 나는 저 풋고추를 따고 또따고 따고 또 따고 또따고 따다 지치고 또 따고 엉엉울며 따서 나눠주고 '풋고추 저장방법' 같은걸 유튭에 찾고 있겠지...
그런데말입니다
꽈리고추를 파종하고 난 뒤 Etsy에서 Padron pepper seed를 판매하는 자를 찾아버렸다. 뜬금없이 Elderberry 나무랑 Creeping Rosmary 나무 사려고 찾다가 '판매자의 다른 상품보기'를 해버린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것만 파시네요?)
피미엔토스 데 파드론 해먹을거야! 라며 과하게 심어놓은 꽈리고추를 잊은건지, 기대치않게 찾아버려서 미친건지.. 나는 씨앗이 도착하자마자 홀린듯이 패킷을 뜯어 물에 첨벙첨벙 부어주었다. 정신이 좀 든 지금에서 보니 파드론고추 씨앗 너무 많이 적셨(?)다. 나는 가뜩이나 태양의 손이고 내 손에서 씨앗은 요상하게 평균 발아율을 상회하며 싹을 틔우는 경향이 있는데.. 저게 다 발아해버리면 나는 또 저걸 다 어디다 심어야 하나...
풋고추 지옥이 끝인줄 알았지?
사실 미국에 있는 한인들 커뮤니티에 갖고 있던 신호탄 홍고추 씨앗 남은걸 다 나눔해버린 후에 내심 속시원해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때 나의 요상한 저장강박증이 도졌고, 김장용 고춧가루를 충분히 만들려면 최소 몇그루가 필요하다~라는 글을 본 뒤에 갑자기 불안해졌다. (왜 불안해.. 고춧가루 사먹으면 되지..) 결국 나는 홍고추 욕심이 뻐렁쳐버렸고, 대과 고추라는 친정집고추 씨앗을 구해다가 추가로 심어버렸다. 이정도면 모종 강박증인가?
늦겨울, 나에겐 저녹색증 증상이 도진다
긴 겨울 저녹색증(이런 질병없음 주의)에 시달리다 보니 하릴없이 침대에 누워 내내 etsy를 뒤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고추나 대파처럼 미리 씨앗을 뿌려 오랜 육묘기간을 보내야 하는 씨앗대신, 이미 푸르름이 보장된 나무들에 눈길이 가더라. 이 엄동설한에 직접 사러 가지도 못하고 택배 박스 안에 갇혀 우리나라보다 큰 주들을 몇개나 건너와야 할 아이들인데, 무책임하게도 그냥 '키워보고싶다'거나 '예전에 엄마가 키우셨던거네'하는 마음으로 주문해버림.
Elderberry는 남편의 직장동료 중에 루마니아계 독일인인 분께 'Socata'라는 음료를 소개 받았던 이후로 쭉 키워보고 싶었던 나무다. Elderflower가 피면 제철에 따서 발효 시킨뒤에 마시는 약간의 탄산이 가미된 전통음료라고 한다. 약간 콤부차 같은 개념인가봄. 저 나무가 쑥쑥 자라서 언젠가 꽃을 피우고, 철마다 Socata를 직접 만들어 마실수 있다면 좋겠다. (한 5년쯤 뒤에 가능할듯)
Creeping rosemary는 프로개님 블로그에서 보고 수형에 반해서 어렵게 찾아 주문했다. 전지하면서 나오는 부산물(?) 가지들은 스테이크 구울때 던져넣을 예정. 타임이랑 세이지, 딜과 오레가노 씨앗도 구매했기 때문에 올한해는 풍성한 허브와 함께 할 수 있을거라 기대해본다.
워낙 내가 계절마다 별별 호작질을 다 하니까,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는 남편도 이번에는 적잖이 놀란 것 같다. 하루걸러 하루 계속 박스가 도착하고 그 안에는 새로운 묘목이 들어있었으니까... (묘목 아니면 씨앗)
작년 이맘때쯤에도 같은 열병을 앓았었는데, 그 때 주문한 건 야자나무와 올리브나무였다. 추운 겨울에 배송 받았던 두 나무 중에서 야자는 그래도 튼튼하게 잘 자라주었는데, 올리브나무는 겨우내 실내에서 비실거렸다. 잎의 색깔이 뿌옇게 변하고, 공기난방의 여파로 인해서 가지 아랫쪽 이파리들이 후두둑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그런 올리브나무가 안타까워 조금 따뜻해진 뒤로 쭉 뒷마당 데크 위에 올려두었는데, 찜통같은 여름비를 두달간 맞더니 갑자기 펑펑 자라나버렸다. 겨울에 비실대던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나의 식집사 선배님이자 이런 상황에 언제나 도움을 청하게 되는 쑤기에게 사진을 보내주니 '가지치기를 좀 해줘도 될 것 같아'라고 했다. 그렇지만 내 눈에 자꾸만 이파리를 속절없이 떨구던 겨울나무 잔상이 겹쳐보여 이 씩씩하고 대책없이 자라버린 올리브의 새 가지를 자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겨울이 되어버렸다. 이젠 바깥에 내놓으면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가 된 것 같아 다시 실내로 들여놔주었다. 공기를 데우는 자비없는 미국의 난방 시스템의 최대 피해자로 다시 전락해버린 올리브. 잠깐 여행을 다녀온 사이 온 잎이 찐득하게 변하더니 작은 거미줄 같은것도 생겨있었다. 찾아보니 깍지벌레의 일종인 개각충의 어택을 받으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그제서야 자세히 들여다보니 잎과 가지에 돔 형태의 껍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기까지 했다. 결국 올리브나무는 여름동안 풍성하게 자란 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그래도 나의 반려식물 1기인 올리브를 당장 내다버리는 게 아쉬워서 그냥 화분에 내내 두었다. 봄이 되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개각충은 여기저기 옮겨다닐것만 같아서 딱지가 붙은 가지를 짧게 치고 꽁꽁싸매어 쓰레기통에 버려두었다.
그렇게 한달정도 지났을까, 올리브 화분 옆에 둔 레몬과 망고에 조금 뜨뜻한 물을 주다가 아무생각없이 올리브나무 화분에도 물을 왕창 줘버렸다. '아맞다 이 아이는 가버렸지'하고 돌아섰는데, 며칠 뒤 이 화분을 보니 새싹 같은게 돋아난 게 아닌가?
뿌리가 살아있었구나! 나는 당장 화분을 뒤덮고 있던 마른 이파리와 깍지벌레 시체를 말끔히 걷어내주었다. 그리고 따순물을 듬뿍듬뿍 주고 에어로가든 앞 명당을 내어주었다. 혹 뿌리파리의 공격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뿌리파리 끈끈이도 새걸로 갈아주었다.
나의 뒤늦은 정성을 알아주는건지 올리브는 지난 여름 수준으로 빠르게 자라주었다. 건조한 날씨에서 자라는 아이라서 건조하게 키워야한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특히 공기난방을 하는) 실내에서 키우는 아이들은 거의 매일매일 물을 줘야한단다. 올리브농장을 운영하는 어떤 한국분의 사이트에서 보니, 건조하게 키우려다 초가삼간 다 스러진 올리브를 들고 오는 고객들이 그렇게 많다나.
올해는 여름이 오기전까지 내가 뜨뜻한 물에 늘 첨벙첨벙 시켜줄게 올리브야.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지 말아보자, 연진아
프로개님 따라하기는 끝이 없지
사실 이번에 프로개님 따라 크리핑 로즈마리만 산게 아니라, 생아몬드도 심어버렸다. 프로개님 블로그는 늦겨울 저녹색증 말기 인간에게 얼마나 자극적인지, 보이는것마다 죄다 따라하고 싶을 지경이다. 저 분따라 이번엔 크리핑 로즈마리를 샀고, 그 전 해엔 애플망고를 일부러 사서 씨앗부터 싹을 틔우고, 칵테일 먹을때 쓴 레몬 씨앗을 주워다가 껍질을 벗기고 흙에 넣었다. (이게 또 발아가 성공해서 지금 나무로 자라고 있다...)
이번에 따라한 건 생아몬드 심어보기였는데, 물에 불리면 오히려 발아율이 떨어지는 신비한 녀석이란다. 그래도 조금 불려서 껍질을 벗겨주는게 발아속도를 높인다고 한다. 결국 나는 굳이 또 생아몬드를 주문해가지고서는 물에 불려 또 흙에 촘촘히 박아넣어줬다.
그의 아몬드 퀘스트 첫 글에는 곰팡이 얘기가 없었단 말이다.. 결국 저렇게 10개를 전부 곰팡이에 실어(?) 보내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고, 그의 충실한 블로그 애독자라면 누구나 한병쯤은 갖고 있다는 과산화수소를 꺼내들었다. 1/10로 희석한 과산화수소수를 화분에 잔뜩 부어주고, 두번째 아몬드 발아시도를 하기로 했다. 물에 불린게 오히려 곰팡이를 끌어모으는거 같기도 해서, 이번엔 그냥 생으로 다 때려넣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친구들
지난 해 키우고 다신 안 키우리라 마음 먹은 작물은 단연코 땅콩이랑 허니듀 멜론이다. 멜론은 괜히 하우스 안에서 시작해서 햇빛도 못받고 수분시키는것도 수동으로 해주어야 해서 결국 날 벌에 쏘이게까지 만들었기 때문이고, 땅콩은... 키우기 시작하면 동네 다람쥐, 칩멍크, 라쿤, 그라운드호그, 토끼들이랑 아주 날선 신경전을 벌여야한다. (때론 육탄전도...)
반면에 작년에 키워서 너무 고마웠던 작물들도 있다.
그 중 첫번째는 부추. 작년엔 씨앗에서부터 뿌린건 아니고 근처 한인마켓에서 모종을 사와서 심었는데, 한 계절이 다 지나가기도 전에 포기나누기를 할 수 있을정도로 불어나기도 하고 키도 쑥쑥 자랐다. 월동시키면 더 굵어진다고 해서 화분에 그냥 두었는데 줄기가 황갈색이 되어갔고, 눈이 와서 화분 위로 15cm이상 족히 쌓인것을 보니 저게 다시 살아날리가 없다 싶었다. 결국 올해는 갖고 있던 부추씨를 몽땅 물 발아해서 화분에 심어주었다.
부추 물파종은 2월26일, 뿌리를 내밀길래 흙으로 옮겨준건 3월2일이다. 모종뿐만 아니라 씨앗도 성장이 매우 빠른가보다. 앞으로 더 쑥쑥 자라다오. 매년 함께하자꾸나~
두번째 작물은 참외다. 작년에는 미니오이 화분 옆에 곁다리로 한줄기만 키웠는데, 엄마께서 오셨을때에 맞춰서 아주 달디단 참외 하나를 열어주었다. 그 맛이 참외를 평소에 찾아먹지 않는 내 입에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서 올해는 남은 4개의 씨앗을 모두 파종해보려한다.
2월28일에 물에 발아를 시작한 참외는 2-3일 안에 모두 뿌리가 나왔다. 얼른 화분에 옮겨 심어주었는데, 3월7일쯤 3개의 새싹이 나왔다. 옮겨 심는 과정에서 상처라도 입힌것인가 싶어 나머지 하나의 씨앗에 미안해했는데, 3월10일에 뒤늦게 머리를 뿅 하고 내밀어주었다.
세번째 작물은 미니오이다. 작년에 세그루의 미니오이 나무에서 족히 50개의 오이는 딴 것 같다. 맛도 좋고 피클용으로도 적당한 크기인데 암꽃만 열리는 개량종이라 수분 신경쓸 필요도 없어 키우기 간편하다. 막판에 흰가루병이 덮쳐와도 꿋꿋이 오이를 만들어내던 녀석인데, 알고보니 흰가루병은 농부가 게을러서 생기는 것이더라. 오이 기르는 팁을 찾아보니, 아랫쪽에서부터 오이를 수확하고, 바로 옆에 있던 잎을 제거해주어야 한단다. 오이와 잎을 제거한 줄기는 땅에 닿아도 되니, 점점 trellis를 내려가며 같은 높이에서 오이를 계속 수확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한다.
위 사진에 있는 흑토마토도 사실 작년에 키운 작물이다. 좋은 기억으로 키우는 건 아니고, 오이처럼 내가 너무 무지하고 게으른 농부였기에 올해는 제대로 키워보자!하고 다시 파종한 씨앗이다. 여담인데, 토마토 새싹이 고추 새싹이랑 닮아서 이름표를 일일이 다 붙여주어야 했다. 우리집에 고추 모종이 너무 많다보니 섞이면 도무지 찾을 수 없을 거 같아서...
마지막으로 꼭 다시 키우리라 마음먹은 작물은 단연 '파'이다. 작년엔 우연히 멕시코에서(?) 쪽파 종구를 파는 사람을 찾아서 종구를 사다 열심히 키워 먹었다. 대파가 시퍼렇게 쭉쭉 뻗는 계절이면 마트에서 비싼 대파를 살 필요도 없었다. 남편도 자연스레 뒷마당 데크 위의 raised garden bed로 가서 대파를 숭덩숭덩 뽑아 와 요리에 넣었었다. 올해 raised garden bed에 뭘 키웠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대파'라고 대답하더라. 이유는 가까우니 뽑으러 가기 편하기 때문이란다. (참 단순하고 실리적인 사람이다)
아무튼 올해는 좀 욕심을 내서 갖고 있던 대파, 쪽파, 구조파(잎파) 씨앗을 왕창 뿌려보았다. 모종 육묘 기간이 긴건 고추나 대파나 마찬가지라 이렇게 일찌감치 시작했다. 어차피 저 실같은 것들 굵어질때까지 열심히 물주고 키워야 하기 때문에...
파 끝에 주아(새끼파)가 달려서 그게 종구와 같은 역할을 하고, 그걸 심어 번식시킬 수 있는 삼동파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것도 프로개님 블로그에서 보았지... 나는 근데 저게 한국 전통파인줄 알고, 막연히 여기서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Egyptian walking onion이라는게 삼동파랑 같은 종류라는게 아닌가? 오래전부터 Etsy에서 몇번이나 보았었는데, 나는 이집트파...라는 생경한 이름에 저게 한국말로 무엇인지조차 찾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주문했다. 내일 도착한단다)
아무튼 올해 raised garden bed는 여러가지 파 종류가 복닥복닥하게 자랄 예정이다.
봄나물이 그리워
어릴때 봄이되면 집 마당에 있는 돈나물을 뜯어와 초장을 뿌려 먹곤 했다. (시골사람 아닌데 시골 산 것처럼 말하네) 바위 틈에서도 잘 자라고 그늘에서도 생명력이 질긴 식물인데도, 초봄에 올라오는 순은 여리고 상큼했던 기억이 난다. 알고보니 다육이 종류라서 뿌리가 제대로 없어도 줄기를 아무데나 꽂아두면 뿌리가 다시 나오고, 마당에 잘못 심었다간 온 마당이 다 돈나물 밭이 되어 버린다나. 돌 틈에서도 살아남는다고 해서 돌나물이라고도 한단다.
씨앗으로 번식하는 종류는 아니다보니, 이것도 미국에서 구하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Sedum이라고 불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sedum을 찾으면 죄다 이상한 다육이 종류만 검색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etsy에서 (이정도면 etsy 중독이다) dolnamul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걸 발견했다.
호기심에 조금만 주문해보았는데, 결제하자마자 거의 당일에 발송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아주 빠릿빠릿한 판매자인가보다-하고 마감도 잘 해서 보내겠거니 하고 기대했는데, 받아보니 포장상태가 매우 처참했다.
아무리 그래도 식물을 휴지에 뚤뚤말아(?) 지퍼백에 냅다 넣고 뽁뽁이 봉투에 띡(?) 넣어 보내는 사람이 어딧단 말인가. 그닥 크지 않은 뿌리 6개(라고 주장하는 양)를 8불에 팔면서 배송비도 따로 받았는데 저게 대체 뭐람.
속상했지만 이 아이의 생명력을 믿고 잘 씻어 흙에 심어주었다. 3월6일에 받아 흙으로 심은 돈나물은 다행히 3일도 채 지나지 않아 생기를 되찾았다. Grow light 근처에 놓아두니 색깔도 푸릇푸릇해졌다.
화분의 나머지 반쪽엔 뭐 다른걸 심어줄까 했는데, 그냥 돈나물이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흙만 채워주기로 했다. 그 척박한 포장과 추운 겨울 우체국 트럭에서 살아남아 무사히 우리집에 온 노력이 가상해서.
나눔의 재미
지난 가을, 수세미 농사를 처참히 말아먹고 (이것도 빛 안드는 하우스 안에서 키운 내 탓) 한인커뮤니티에 수세미 씨앗을 나눔한다는 글에 줄을 서보았다. 그때 아주 친절히 수세미 씨앗을 두 봉지나 보내주신 분이 있었는데, 귀여운 스티커까지 함께 보내주셨다. '수세미가 세상에 얼굴 내밀기 싫어하면 다시 보내드릴테니 알려달라'는 친절한 메시지와 함께.
그때 씨앗나눔의 행복을 알아버린 나는 지금까지 왕창 묵혀둔 한국 씨앗들을 같은 곳에서 나눔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거 다 심으려면 땅이 한 8천평 정도는 있어야할 거 같고, 씨앗은 오래 두면 발아율이 떨어지니까...
그렇게 하나 둘 한국 씨앗을 나눔하며, 나에게도 씨앗을 되려 보내주신 분들이 있었다. 덕분에 Poppy seeds는 앞마당에 다 뿌리고도 남을 정도로 받았고, 이미 나에게 있는 열무나 갓 씨앗도 또 얻었다. 조금 특이한 나눔을 받은 것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마 씨앗'이다. 마는 뿌리 식물이니 뿌리에서 출아법 같은 뭔가가 튀어나와 번식하는 줄로만 알았다. 알고보니 줄기에 작은 감자같은 알갱이가 달리고, 이걸 심어도 마가 자라난다고 한다. 그 작은 알갱이를 '영여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Smart Indoor Gardening의 시작
작년에 상추나 허브를 꽤 많이 심었었는데, 나와 남편 입으로 들어간 건 하나도 없었다. 동네에 돌아다니는(?) 토끼와 다람쥐가 어찌나 개걸스럽게 먹어치워버리는지, 오전까지 멀쩡하던 화분 속 상추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앙상한 뼈(??)만 남아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괜시리 토끼한테 화도 내고 울타리 밑 토끼가 만든 땅굴을 따라다니면서 막아보기도 했는데 그럴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러느니 사먹고 말지 왜 내가 내 돈써서 고생해서 온 동네 토끼를 다 배불리 먹이나 싶어 현타도 종종 왔다.
상추 같이 토끼와 벌레가 모두 좋아하는 채소는 안에서 키우는게 상책이다. 화분에 기르지니 한 두번 잘라먹으면 다인 작물이 공간을 너무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상추는 수경재배로도 잘 크고 오히려 깔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집에 Aerogarden이라는 기계가 있었는데, 이 집에 처음 왔을때 산것이다. Curly endive나 파슬리같은 걸 키워 먹기도 하고, dill을 키워 버터에 섞어 빵에 발라 먹기도 했다. 지금도 이 기계엔 Curly endive와 dill이 자라고 있다.
문제는 저게 6개밖에 기를 수가 없고, 조명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 키큰 작물을 키우기 적당치 않다는 점이다. 깻잎도 한번 시도해본적 있지만, 키가 자라 조명에 닿으면 그 부분이 타 버리곤 했다. 결국 키 작은 허브용으로만 쓰고 있는데, 상추처럼 빛을 많이 필요로 하면서 키가 클 수 있는 채소도 여기선 어려울 것 같다.
벼르고 벼르다가 결국 PVC pipe로 만든 수경재배기를 샀다. 사실 이렇게 큰걸 사려고 한것은 아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108구짜리가 집에 배송되었다. 마치 모닝 사려고 알아보다가 '조금만 더하면 병'에 걸려서 벤틀리를 사게 되는 것처럼 6개짜리 에어로가든에서 출발한 나는 108구의 벤틀리를 거실에 두게 된 것이다.
뭐, 물건은 남으니까. 여러해동안 고장내지 않고 잘 관리해서 두고두고 채소를 잘 키워 먹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올해는 이 수경재배기 덕분에 마트에서 채소 사는 일이 거의 없으리라 기대해본다.
수경재배기를 설치한 지 일주일정도 되었을때, 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분명 나는 상추와 여리여리한 샐러드 채소들을 outdoor predator들에게서 지켜내겠다는 명분으로 수경재배기를 산 것이었다. 그러나 여린 새싹은 indoor predator, 다시 말해 우리집 고양이놈에게도 매력적인 게 문제다.
실제로 상추나 샐러드 채소를 먹는 건 아닌데, 아마도 엄마의 신경이 온통 저 기계와 식물들에 쏠려있고 자기랑은 놀아주지 않아서 심통 난 것 반, 원래 풀을 좋아하는 습성 반 해서 이런 사달이 난 것 같다. 다행히 상추 한번 씹어(?)보고 그건 건들지 않는데, 호박이나 오이, 얼갈이 배추처럼 새로운 새싹이 트레이에서 자라나면 한번씩은 꼭 종류별로 뽑아보고 싶은가보다.
그래, 엄마가 잘 못하는 솎아내기 니가 대신하는거라고 생각하마.
멍청한 농부의 2% 부족한 스마트팜
에어로가든에 있는 조명은 자동으로 꺼졌다 켜졌다 하는데, 수경재배기에 내가 임의로(?) 연결한 grow light은 타이머 기능이 없다. 타이머 기능이 있는 것들이랑 가격비교를 하다가, 그냥 싸다고 덜컥 타이머 없는걸 사버린 모양이다. 타이머 뭐 얼마 하겠나 싶어 아마존을 뒤지니 8불짜리 필립스 제품이 나왓다. 30분 간격으로 버튼을 올린 부분은 꺼지고, 버튼을 아래로 내린 부분에선 전원이 돌아오는 기똥찬 제품이다.
타이머를 산 8불은 타이머 없는 제품을 싸다고 산 멍청비용이다 생각하고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grow light의 플러그는 3구짜리, 타이머에 연결할 수 있는 건 2구짜리라는 점이었다. 아아... 한번 멍청한 자가 8불로 극복해보려 한 것이 다시금 멍청비용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라니.
저녁을 먹다가 남편한데 '스마트 팜인데 농부가 멍청해서 큰일이다'라고 했더니 마침 타이머가 필요하던 참이라며, 자기가 어디에든(?) 쓰겠다고 했다. 멍청한 농부지만 자상한 남편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구나.
멍청한 농부 시리즈는 아쉽게도 끝이 아니다.
이 글 초반에 남편이 '이름표를 왜 일일이 붙이지 않느냐'는 잔소리를 했다고 언급했었다. 나는 미래의 나를 너무 맹신하는 편이고, 남편은 과거의 자신조차 의심하는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는 차이가 있다. 남편이 항상 '나라면 그게 잘못될 수 있다는 의심을 한번은 했을것 같아'라는 말을 한다.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타입인데, 아마도 그 차이는 아마 이런데서 나타나는 것인듯.
이름표 붙이는걸 게을리했더니 저게 대체 무슨 식물인지를 모르겠다. 아마도 양배추...나 얼갈이.. 같은 류인거 같은데, 더 자라봐야 알 것 같다. 뭐 독초도 아니고 그냥 럭키박스 타임캡슐이라 생각하지 뭐.
게으른 농부가 손이 크면 생기는 일
아마 이 글을 처음부터 읽은 분이라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굉장히 대책없고 손이 큰 사람이다. 뭐든 한움큼씩 집어넣고, 넉넉히 사두고 인심좋게 잘 나눠주며 음식을 할때도 온 강산을 먹여살릴 양을 준비하는 편이다.
화분 갯수의 제한이 있을때는 모종을 조심스레 만들겠지만, 뒷마당에 텃밭을 일구기로 결정하자 고추모종 갯수부터 폭발해버렸고, 108구 수경재배기를 사고 나니 씨앗 물 발아 하는 재미가 폭발해버렸다. (덕분에 남편은 108번뇌에 빠짐)
뭐... 그리하여 흰건 스펀지요, 초록인건 씨앗이니... 수경재배기가 금세 꽉찰 정도로 심어버렸다. 이제 내 손을 떠나갔고 남은건 grow light과 물펌프가 알아서 해줄 일이다.
그래도 조금은 욕심을 내는 게 있다면, 딸기 씨앗이다. 유튭에서 수경재배로 딸기를 재배하는 농장 영상을 여럿보았는데 깔끔하고 병해충이나 날씨 영향도 많이 안 받을 것 같았다. 여기 딸기가 딱딱하고 참 맛이 없는 것을 늘 애석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써, 부디 실내 수경재배 딸기 재배에 성공해서 거실에서 딸기를 펑펑 따먹는 생활을 누려보고 싶다.
물론 딸기는 런너/모종으로 번식하는 거라고 하지만, 한국딸기 모종을 구할길이 없으니 한국딸기 씨앗이라고 여기 마트에서 파는 거 한봉을 사서 냉장고에 넣었다 뺀 후 물발아를 시도하고 있다. 그냥 흙에 냅다 넣어버릴까 하다가도 저번에 그러다가 실패했던 경험 때문에 그냥 참는 중... 오른쪽은 수경재배 스펀지에 넣은 White strawberry와 wild strawberry. 저건 냉장고에 넣었다가 빼서 할 필요 없다기에 냅다 스펀지에 넣어놨다.
둘다 감감 무소식인것은 똑같지만... 언젠간 나오겠지 뭐.
꽃밭에는 꽃들이
지난 해 앞뒷마당에 더럽게 많이 피어있던 잡초를 다 정리하고, 흉측하게 땅을 덮은 꽃잔디를 다 뽑아내었다. 그렇게 정리한 공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뒷마당은 텃밭으로, 앞마당은 예쁜 꽃밭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앞마당에 심으려고 한 Zinnia(백일홍), Aster(과꽃 - dark rose색깔과 purple/yellow 색깔 두가지), 그리고 거베라 씨앗을 심었다. 거베라는 화분에서 키워 실내에 두고 볼까 하는 중. 해바라기 씨앗도 3종류나 샀는데 집 현관 바로 앞 작은 화단에 심을 예정이다. 현관에 해바라기를 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그림까지 사는 사람들을 봤는데 실제 해바라기면 얼마나 더 좋겠냐고~. 사실 그런 이유로 사는 건 아니고, 현관이 계단을 올라와 들어오는 구조다 보니 단차에 맞춰서 키큰 꽃을 심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다. 해바라기 개화기간이 7-14일 정도라고 하는데, 파종 시기를 1주일씩 나눠서 모종을 만들어 심으면 순차적으로 꽃이 피어서 오래오래 해바라기 꽃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꼭 그렇게 해봐야지.
겨울을 이겨낸 너에게 새로운 집을
한국에서 남편과 자주 가던 고깃집이 있는데, 그 집 기본 반찬이 방풍장아찌였다. 우리 둘다 무척 좋아했고, 연애시절을 생각하면 꼭 생각나는 반찬중에 하나이다. 여기서도 방풍씨앗을 구해 작년에 열심히 심었는데, 이것도 늦게 심은 탓인지 장아찌할만큼 많이, 빠르게 자라주진 않았었다. 화분에 옮겨놓은 한그루에서 두 개의 작은 뿌리가 더 자랐고, 줄기가 따로 따로 올라오길래 뿌리나누기를 해주었다.
바깥 텃밭에 9그루나 심어두었는데, 다 죽은 줄 알았더니 이 화분의 새 줄기처럼 이파리가 뿅뿅 올라오고 있더라. 다음달 초쯤에는 새순들을 모아 방풍장아찌를 만들 수 있을지도.
총 정리
모종을 내고 있는 것들을 모아 식탁에 올려두고 전체 가족(?) 사진을 찍어보았다. 내가 저지르고 있는 짓의 규모를 간접적으로라도 알고 싶어서.
뭔가 대책없이 심어대긴 했지만 모아놓고 보니 또 뿌듯하기는 하네.. 올해 덩굴타고 올라가는 식물을 꽤 많이 심어서 trellis 어떻게 설치할지도 고민이고, 여기에다가 4-5월 파종할 것들도 추가될 거라 첩첩산중이다. 고추모종은 종류별로 각각 떨어져 자라도록 심어야 하니 텃밭 배치에 골이 아프고, 병충해와 유해조수들과 싸울 생각에 편두통이 오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렇게 씨앗을 심고 또 작물을 키워서 얻은 신선한 채소로 맛있는 요리를 해서 남편과 나눠먹을 새로운 1년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Behind the Scene
우리집의 indoor predator님께서 하도 수경재배기와 새싹들을 호시탐탐 노려대서, 새로 캣그라스(귀리)를 왕창 심어주었다. microgreen을 길러먹는 jute roll에 물을 흠뻑 뿌리고 귀리를 촘촘히 덮은 후 랩을 씌워놨더니 벌써 뿌리가 나왔다. 부디 이 풀을 뜯어잡수사, 나의 작물들은 내버려 둬 주시옵소서.
P.S: 어림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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