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있던 흑토마토 씨앗을 파종해서 키우던 새싹이 그만 뿌리파리의 습격에 다 식물나라로 가시었다. 토마토는 그것만 키우고 땡 하려던 나의 계획이 물건너가서 부랴부랴 씨앗을 주문했다. (그냥 모종 사는게 훨씬 이득인데도 왜 나는 늘 씨앗부터 키우고 싶은걸까…)
Burpee 웹사이트에서 heirloom인 종류를 골라서 주문했다. Roma 토마토 종류를 사려다가 San Marzano로 급선회. (저 토마토 맛있다)
3월 25일
파종!
씨앗은 차광샘플병에 넣어 냉장보관.
4월 2일
새싹이 올라온지 며칠 되었지만 시험준비하느라 못 옮겨주고 있었다. 뒤에 보이는 조금 큰 포트묘로 옮겨주었고 흙도 상토로 바꿔심어주었다.
4월 12일
수경재배기 빈 부분은 요즘 거의 새싹 스타팅 포트 자리로 전세내고 있는데, 좋은 흙에 빛 펑펑 쐬니 진짜 잘 자란다. 심지어 종종 뿌리파리가 날아다니는데도 토마토 새싹이 여전히 튼튼해서 좋다. (역시 대기업종자)
4월 20일
일주일 정도만에 키가 꽤 자랐다. 지금 사진으로 보니 질소 양분이 조금 부족했던듯 싶지만.. 그래도 역시 빛을 잘 쬐니 성장이 안정적이다.
5월 8일
부쩍 따스해진 기온과 지난 3년간의 last frost date이 모두 지난 후 토마토들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Hardening을 천천히 해주면서 내보냈으면 좋았겠지만.. 성질이 급해서 그냥 내놨다. 뭐, 그래도 grow light을 쬐다가 창가에서 일주일 견디도록 하고 내쫓았으니 빛 적응은 그럭저럭 됐을거고, 온도 적응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5월 9일
옹기종기 그로우백에 담겨져 바깥으로 내던져진 식물들. 이때까지만 해도 뒷마당 나무에 나뭇잎이 우거지지 않아서 해도 잘 들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중에는 뒷마당 나뭇잎이 하나둘씩 나고 가지가 드리워지며 반그늘이 되어버린 자리..
토마토 trellis는 뭘로할까 하다가 roller hook을 주문했다. 오이도 토마토도 아랫쪽에서부터 잎과 과실을 수확하고 줄을 내려가면서 키우면 된다.
5월 17일
난데없이 frost 경보가 떴다. 동네 local farm에 장보러 갔더니 ‘오늘밤에 frost warning!’이라며 여기저기 안내판을 붙여두었더라. 지구가 대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원래의 last frost date보다 2주 가량 늦었는데 말이다. 아유, 지겨워 이 함경북도의 추위.
덕분에 집에 있는 비닐덮개와 온갖 플라스틱 통이 다 동원되었다. 이런 생쇼가 마지막이길 바라며..
5월 18일
다음날 해가 뜬 후 나가보니 그래도 비닐하우스 안은 멀쩡해보였다. 다행히 roller hook을 달려고 세워둔 하우스 뼈대 안에 있던 토마토, 오이, 호박들은 하우스 비닐을 씌워 한꺼번에 보호할 수 있었다.
6월 8일
2주 넘게 여행을 다녀왔다. 그간 물 주는건 drip irrigation으로 근근이 하고 있었고, 근처에 사는 친구가 고맙게도 고양이들울 돌봐주러오면서 마당에도 어디 물새는 곳은 없는지 점검하러 들러주었다. 여행 다녀온 사이 나무들은 미친듯이 가지를 뻗고 나뭇잎을 틔웠다. 결국 뒷마당의 2/3는 그늘로 뒤덮였고 그제서야 내가 작물 배치를 매우 엄한 곳에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에 더해 작물을 심은 grow bag들과 garden bed위에 드리워진 나무에서 씨앗들이 (거짓말 좀 보태) 2만6천개쯤 떨어졌다. 수목종자는 발아율이 낮다더니 우리집 뒷마당 나무는 빼고 하는 이야기인가보다. 조금만 방심하면 떨어진 씨앗이 족족 발아해서 작물의 뿌리를 건드리고 양분을 뺏어가기 일쑤였다.
게다가 여행 중엔 단 하루도 내리지 않던 비가 최근 1주일에 몰아내리기로 했는지, 일주일 내내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듯 비가 쏟아졌다. 거의 매일 공기가 축축하니 토마토 잎에는 검은 반점이 올라왔고, 습기를 즐기는 민달팽이들이 떼로 몰려와 grow bag마다 칭칭 감겨있었다.
6월 10일
병든 잎을 제거하고 토마토 사이의 간격을 띄워주며, 아래에 받쳐둔 박스를 은신처 삼아 창궐하고 있는 민달팽이들을 보이는 족족 죽이고 약치며 없앴다.
6월 22일
거의 6월 2-3주 내내 비가 온 것 같다. 마당마다 조금 그늘이고 축축하다 싶은 곳엔 어디에나 달팽이가 있다. 토마토는 가시가 있어 좋아하지 않는 듯하지만 숨기에는 토마토 백 밑이 좋은지, 토마토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6월 30일
여행 간 사이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아 뒤늦게 민달팽이를 열심히 잡고, 토마토 비료도 때맞춰 주려고 노력했다. 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지, 토마토는 날이 풀리자마자 무섭게 자라났다.
7월 5일
7월이 되자마자 언제 추웠냐는듯이 미친듯이 더워지는 날씨. 더워서 나가기 싫다는 핑계와 이틀에 한번 잠깐씩은 꼭 비가 와주는 날씨덕에 물주러라도 안가도 되는 상황으로 인해 나의 야외 작물들은 며칠간 방치되었다.
7월 6일
어제 비료를 듬뿍 주고 들어갔더니 하루 사이 작은 토마토가 생겨서 자라나고 있다.
7월 30일
7월은 토마토의 계절이가보다. 키가 빨리 자라고 줄기가 튼튼해지며 토마토도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햇빛은 계속 부족한 편이지만 비료로 이겨내보려고 한다.
같은 종인데도 조금 모양이 다른 것 같아서 풋토마토를 면밀히 하나씩 살펴았다. 그러던 중 벌레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다른 건 멀쩡하고 얘 하나만 그런 것 같아 멀리 멀리로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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