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보스턴 게으른 농경일지

2024년 8월 9-21일 감자 첫 수확 / Triclopyr로 oriental bittersweet 조지기 / 달리아와 지니아의 계절 / sunspot 해바라기 채종하기 등

게으른보농 2024. 9.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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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보니 일지가 한달 넘게 밀려있다. 결국 또 이렇게 열흘치 사진을 와랄라 업로드며 털어본다 ㅋㅋㅋㅋㅋ 

 

8월 9일

초봄엔 아이리스, 네모필라, 그 다음은 비올라와 팬지, 초여름엔 작약이, 그 뒤엔 수국이, 그리고 늦여름부터 서리내릴때까지는 달리아의 계절이다. 달리아 씨앗을 몇십개 파종해서 화분 관리하느라 죽을뻔 했지만, 막상 이렇게 꽃이 계속 피고 지고 하는걸 보니 그때의 고통이 다 잊혀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또 채종할 생각을 하냐...)

 

 

 

동네에 새로 생긴 프랑스식-일본 빵집이 심상치 않다. 줄스는건 기본이고, 오후 늦게가면 빵이 없다. 커피머신도 라마르조꼬를 들여놓고, 라떼도 꽤 좋은 우유를 써서 준다. 그 빵집이 만들어둔 상권 때문인지 이 시골동네에 무려 Tatte까지 생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뭐. 나는 좋지 ㅎㅎ 

 

 

 

더위가 피크일때는 토마토 꽃도 안 피고, pepper plants들도 꽃 피우기를 멈추더니, 이제 조금 선선해져서 그런지 가지, 고추, 토마토들 모두 미친듯이 꽃을 피워낸다. 아무리 아열대/열대성 기후 출신의 식물들이어도 30도 넘어가면 다들 비실댄다. 그런걸보면 25도 즈음의 온도가 상시 유지되는 지역에서 왜 농사가 잘 되는지 알 것 같다. 그래서 추워지면 미친듯이 추워지고, 더워지면 미친듯이 더워지는 보스턴의 날씨는 여러모로 농부에게 가혹하다. 

 

 

 

 

 

발톱깎이는걸 며칠 깜빡했더니, 캣타워에 발톱이 낀 모양이다. 첫째녀석은 늘 도도한 지라, 자기가 난처한 상황에서도 저렇게 침착한 얼굴로 "나를 도와라 휴먼"하고 고고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8월 10일

위에 고고하던 그 녀석과 동일한 고양이가 맞다.

계단 위 천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피크인 오전 시간에 일광욕을 즐기시는 귀족 고양이... 

 

 

 

사진을 날짜별로 정리해서 찾아봐도 이 날 즈음은 내 게으름이 피크를 찍은 모양이다. 고양이들 사진이나 먹는 사진 뿐이네. 그래도 골든아워 토마토가 익길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드물게 골든아워 토마토 사진 한장이 있네 ㅋㅋㅋㅋ 

 

 

 

바깥 농사는 게을리하면서, 실내에선 스타듀밸리 농사를 열심히 한 모양이다. 근데 스타듀밸리에서도 수확하고 물 주는거 귀찮아져서 ㅋㅋㅋ 자동으로 수확해주는 오두막 지으려면 뭐 있어야 하는지 재료 체크함.. 이거 현실에서도 지어놓고 싶다 ㅋㅋㅋㅋ 

 




8월 11일

오랜만에 H마트에서 돼지 등뼈를 사다가 감자탕을 해먹었다. 이때 기르던 콩나물을 때려넣고, 시래기와 직접 기른 채소들을 듬뿍 넣고 끓였더니, 한 3일은 거뜬히 먹을 양이 나와 행복했다. (메뉴 고민하는것 만큼 주부에게 고역은 없다) 

 

 

 

감자탕을 먹고 스테미너를 충전하고 나서 침구정리를 했다. 먼지 내며 푸닥거리하면 멀찍이 떨어져 관조하는 첫째와 새로 깐 이불에는 꼭 올라가서 발자국을 내야 하는 둘째. 참 극과 극의 고양이인데.. 어찌 같이 사나 몰라 ㅋㅋㅋ 

 




8월 12일

Microdwarf tomato들은 맛이 상대적으로 독특한 편인데, blauezimmer tomate 이 녀석은 큰 토마토 같은 맛이 난다. 샐러드에 넣어도 맛있고 반으로 잘라 오픈토스트 해먹기에도 꽤 맛있다. 큰 토마토든 작은 토마토든, 토마토에 거뭇한 색이 들어간 녀석들이 맛도 좋고 인기도 좋은 모양이다. 

 

 

 

컵케익 코스모스는 메인줄기만 남기고 잘라도 계속 계속 곁순이 올라오면서 꽃이 핀다. 심을 데가 없어서 raised bed 위에 심었는데 키가 너무 커서 꽃 볼때마다 목이 꺾이지만, 참 예쁘고 생명력 강하고 좋은 품종이다. 

 

 

 

풋호박 꽃이 피었다. 하나만 따도 찌개, 전 등등 2인가정의 요리에 여기저기 넣을 수 있는 양이 나와서 너무 좋다. 너무 한꺼번에 와다다 달리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하나씩 딸 수 있을 속도로 달리는게 더 큰 장점이다.   

 

 

수꽃을 따서 수정 시켜주려 했더니, 이미 암꽃 안에 입주해 있는 녀석이 보인다. ㅋㅋ 이 방 저방 왔다갔다 하라고 암꽃 옆에 꺾어둔 수꽃을 살포시 놓아주고 뒤돌아섰다. 

 

 

 

 

미니 수박은 선명한 무늬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햇빛 적은 곳에서 늦게 수정된 터라, 저게 제대로 커져서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아, 수박도 있기는 있었다- 하는 위안을 주는.. 약간 ornamental한 존재로 여기기로 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니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한 hybrid 100 tomato.  옆에도 또로록 달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많이 열려서 포도송이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늘에서 흰가루병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끊임없이 아들줄기를 뻗어내는 오이와, 이제 옆 펜스까지 진출한 수세미. 줄기는 그만뻗고 열매를 맺어다오.. 

 

 

 

감자랑 아게라텀은 이 베드를 아예 둘의 잎으로 뒤덮어버렸음. 

 

 

 

양하/묘가는 반그늘에 두니 화분에서도 무럭무럭 잘 자란다. 

 

 

 

 

안토시아닌 계열 토마토들도 이제서야 무럭무럭 자라고. 

 

 

 

무화과도 어마무시하게 예쁜 새잎을 틔워냈다. 

 

 

 

 

이 날은 미루던 brushtox 살포일. 옆집에서 펜스 아래 땅을 통해 넘어와 잔디 중간에서 솟아오른 oriental bittersweet 잎에 사정없이 쏟아부어주었다. 

 

 

 

앞마당 zinnia들은 오늘도 예쁘다. 

 

 

 

좌 폴라베어 지니아, 우 엔비 지니아

 

 

 

블랙아이드수잔과 코스모스도 형형색색 예쁜 petal을 펼쳐보이는 중. 

 

 

 

변변한 trellis나 arbor를 설치해주지 못해 예쁜 꽃을 땅에 고개를 쳐박으면서 피워내는 중인 허니문 장미.. 미안해 trellis 시켰는데 게을러서 아직 설치를 못했어 ㅠㅠ

 

 

 

매일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달리아.

 

 

 

cut flower로는 최고인 것 같은 queen of sweden 장미. 그리고 장미 베드 앞을 뒤덮은 blue sage. 얘는 tender perennial이라 zone 7까지만 월동된다는데.. 너무 예뻐서 아쉽다. 만약에 얘네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어버리면.. 이 자리에 내년에는 여기서도 월동되는 russian sage를 구해다 심어야 할까봐. 

 

 

 

코랄 계열 달리아들의 수세가 좋은 편. 

 

 

 

 

여담인데, 고양이들은 갑자기 사라지고, 집사가 애타게 부를 수록 소리를 안내고 대답을 안한다. 오늘도 우리 첫째녀석이 안 보여서  혹시 문틈으로 나갔나 하는 불안함에.. 온 집을 뒤엎으며 찾았는데, 이런 나를 구경하면서도 대답을 안했다. 오히려 즐기는듯... 나쁜녀석.. 

 

흥쳇




8월 13일

 

옆마당에 마늘을 심었던 자리로 옮겨심은 고추들이 엄청나게 키가 커졌다. 마늘 키운다고 퇴비와 비료를 때려부었더니 덕은 여기 심은 파와 고추가 제일 잘 보는 듯. 그나마 여기가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인것도 한 몫하고.. 

 

 

 

이 베드 날짜별로 찍어놓은 사진이 많은데, 고추 수확까지 다 하고 나면 한번 쭉 모아서 한번에 포스팅해야겠다 ㅋㅋ 

 

뒷마당 데크 위  raised bed에 심어둔 코스모스가 키가 너무 커져서, 줄기째로 댕강 잘라 수확했다. 얘도 삽목이 되는건지 줄기에서 잔뿌리가 뾱뾱 튀어나오기 시작해서 무척 징그럽다.. ㅋㅋㅋㅋ 

 

 

 

hybrid 100 토마토가 위에서부터 한두개씩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마트에 파는 vine-ripe tomato는 사실 vine에서 익은게 아니라 따고 나서 후숙한거라지만 수확이 바쁘지 않은 홈가드너는 그냥 가지에서 익힐 수 있지 않을까?  (로디네님의 로망이자 소망인 vine-ripe tomatoㅋㅋ). 다람쥐가 도와줘야 가능할듯.. 

 

 

 

Jimmy nardello pepper는 진짜 sweet pepper중에 구워먹으면 제일 맛있는 종류인것 같다. 적어도 우리집에서 키우는 애들 중에는 ㅋㅋ 전혀 맵지 않고 과피가 두꺼워서 꽤 식감도 좋다. 오늘도 몇개 따다가 구워먹으려고 나왔는데, 웬 또아리를 틀고 있는 녀석이 하나 보임.. ㅋㅋㅋㅋㅋ 일부러 이렇게 키울려고 해도 못하겠다?

 

 

 

얼마전 털린 미나리가 다시 좀 살아나나 했더니 또 털렸다. 그라운드호그일까 토끼일까? 징하다. 옆에 있는 수박잎도 다 뜯어먹고 갔다. 고약한놈이다. 

 

 

 

Violet sparkle pepper가 하나씩 서서히 보랏빛으로 변하는 중이다. 누가 세로줄을 그은것처럼 한줄씩 보라색이 더해지는데, 쭉 두면 전체가 다 보라색이 되려나? purple beauty는 어느정도 자라면 아예 진보랏빛으로 전체가 확 바뀌어버리는데, 이건 서서히 바뀌어서 단계별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raised bed에 심어둔게 중구난방으로 자라 안 예쁘기에.. 죄다 뽑아서 분구하고 정리해서 다시 심어둔 egyptian walking onion.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니 하나둘 새싹이 나온다. 

 

 

 

 

코스트코에서 사온 홍감자. 무슨 품종인지 모르지만 싹이 났길래 심었는데 윗부분 잎들이 하나둘씩 시들길래 수확해보았다. 엄청난 수확량은 아니지만 한두개 넣어 이만큼 뽑았으니 만족한다 ㅋㅋ 

 

 

 

baker creek에서 주문했던 허클베리 골드 감자도 그로우백에 있는 건 수확했다. 콩알만한거 넣었는데 꽤 크게 자란게 보여서 재미나다. 

 

 

 

홍감자는 분홍, 허클베리 골드는 보라색 

 

 

 

 

대파/리크 베드에서 너무 자기 수세를 확장하며 자라는 샐러리들. 세개나 한 곳에 몰려 자라기에 중간에 있는 애들을 뽑아다 감자 수확하고 비어버린 그로우백으로 옮겨심어 주었다. 

 

 

 

 

앞마당에서 수확한 보랏빛 스타티스. 시들기전에 잘라와 말리니 색깔이 바래지 않은채 그대로 보존된다. 줄기에서 시들때까지 두면 보랏빛이 갈색으로 바뀌던데, 절화로 만들어 따로 말리면 보존되는건 왜일까?

 

 

 

감자 수확하고 돌아오니, 하루종이 바깥에 있다가 내 저녁 간식 시간을 2분이나 놓쳤다며 화내는 우리 첫째 공주. 

 

 

 

 

8월 14일

 

골든아워 토마토가 골드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ㅋㅋ 오 이제 하루이틀이면 수확 가능할 것 같아..!

 

 

 

풋호박은 내가 수정을 시킨건지 벌이 시킨건지 아무튼 잘 된듯. 무럭무럭 커지고 있다. 

 

 

 

Ancho white cherry tomato는 지지대를 다 쓰러뜨려가며 수세를 확장하고.. (토마토는 베드에 심자)

 

 

 

Albino Bulnose Bell Pepper는 애매한 위치에서 몸집대비 부담스러운 크기로 자라나고 있음 ㅋㅋ 

 

 

 

 

어제보다 더 보랏빛으로 물든 Violet sparkle. 안 매워서 여기저기 피망처럼 넣기 좋은 blot, 그리고 방아다리에서 빵야빵야 자라나고 있는 Cubanelle pepper. 전부 안 매운 pepper들이라 활용도가 아주 높다!

 

 

 

 

매운 고추 장신청양도 더위가 한풀 꺾이니까 훨씬 과실이 많이 달린다. 

 

 

 

아게라텀은 거의 베드 하나를 다 점령했고 

 

 

 

머리 다 쥐어뜯긴 미나리도 며칠 지나니 금세 회복세를 띈다. 

 

 

 

수세미는 이제서야 여기저기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고 (근데 수꽃임 ㅠㅠ)

 

 

 

 

Cubanelle 수확하는 겸, 가든 여기저기에서 이상하게 생긴 pepper들을 골라서 따왔다. 모아놓고 보니 참 웃기게 생긴 놈들이 많다. 

 

 

 

생긴게 우스우면 어떤가. 맛만 상콤하고 좋으면 됐지. 깻잎도 잔뜩 따다가 반은 깻잎쌈밥, 반은 유부초밥으로 만들었다. 웃기게 생긴 고추들은 전부 송송썰어 밥에 비벼 넣었더니, 씹는 식감도 좋고 씹을때마다 상큼한 수분이 팡팡 터져나왔다. 

 

 

 

Floret farm 출신 달리아들도 길가에서 꽃을 피워내기 시작. 

 

 

 

 

앞마당 꽃밭은 옮겨심은 dwarf zinnia가 모조리 죽어 빈곳이 생긴것 빼고는 꽤 알록달록하고 예쁘다. 빈자리에는 구절초 모종을 옮겨다 심어놨는데, 내년부터는 이 자리에서 꽃을 피어내 주겠지. 

 

 

 

Redman super cactus zinnia는 한주만 심었는데 꽃대가 얼마나 많이 올라오는지 볼때마다 놀랍다. 이렇게 예쁘고 꽃 크기가 큰 줄 알았다면 3-4주 정도 심어 키울 걸 그랬다. 열심히 채종해서 내년에는 수를 늘려 심어야겠다. 

 



8월 15일

해피 광복절! 이역만리 타국에 있지만 마음만은 경건하게 보내보려한다. 태극기라도 사서 좀 걸까.. 싶기도. 

 

 

나라를 되찾은 기쁜날이라 그런가 우리집 한국국적 고양이들도 기분이 좋아보인다. 

 

 

 

뒷마당에 장식품 정도로 생각중인 수박. 오늘도 귀엽다. 

 

 

 

베드에서 미친듯이 자라나고 있는 녀석. cherry tomato라면서 씨알이 한정없이 굵어지는건 뭐람 ㅋ

 

 

 

Classic beefsteak tomato와 black beauty. 빵이 큰 녀석들이라 어디까지 커질지 기대중. 

 

 

 

수세미. 어젠 꽃봉오리만 보이더니 하루만에 꽃이 활짝 피었다. 

 

 

 

풋호박이 나날이 커지는게 눈에 보인다. 끝에 달려있던 암꽃은 살살 말라 떨어져 나가려는듯. 

 

 

 

조선오이는 너무 많이 달려서 하나씩 따서 소비하기 어렵다. 결국 주렁주렁 달린 애들을 모두 수확해서 한꺼번에 오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오이지에 넣을 청양고추도 함께 수확해왔다. 

 

 

 

제일 많이 달렸지만 제일 빨갛게 안 익는 san marzano. 진짜 우리집이 햇빛이 너무너무 부족한 모양이다.. ㅋㅋ 오른쪽은 golden hour tomato. 좀 더 색깔이 변하는걸 보고 딸까 싶어 두는중. 

 

 

 

잔디를 뚫고 올라왔길래 며칠 전 triclopyr를 뿌린 oriental bittersweet. 엽면시비했는데도 꽤 효과가 있는듯하다. 벌써 많이 시들어있는걸 보니. 

 

 

 

아까 딴 오이는 잘 씻어 물기를 닦고 오이지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뒷마당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별달리 뭘 안한 것 같은데도 꽤 몸이 힘들다. 1층 손님방 침대에 누워 좀 쉬어보려 하니 딸래미가 물을 틀어라, 사료를 맥여라 간식을 다오 하면서 돌아가며 중노동을 시킨다. 엄마 쉬는꼴 못보는건 고양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 

 

 

 

우리 첫째녀석.. 까탈스럽기도 하고 늘 귀찮게 굴긴하지만 예뻐할 수 밖에 없다. 나와 벌써 10년도 넘는 세월을 함께 하며 나의 질풍노도 + 방황의 시기를 다 참아준 녀석. 그리고 내가 고양이라는 생명체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모셔야하는지!) 잘 모르는 시절도 다 이겨낸 대단한 녀석이다. ㅋㅋ 지금은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료(내 쌀보다 비싸다) 먹이면서 모실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즐겁게 행복하자 우리 털래미. 

 

유독 길게 자란 눈썹털? 눈썹수염?이 있어서 신기하다.
조퐝매 포즈

 

 

오후가 되니 갑자기 우르르쾅쾅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가 났다. 남편한테 날씨 안 좋으니 집에 올때 운전 조심하라고 카톡했더니 그의 답장은... ㅋㅋㅋㅋ 

 

오구오구..

 

 

천둥번개때문에 고양이들이 무서워하거나 놀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2살 고양이는 아랑곳도 안하고, 7살 고양이는 그저 코골면서 잘잔다. 내 기우였던듯.. 

 

간식을 내놓아라 휴먼

 

 

저녁이 되니 다행히 궂은 날씨가 걷혀서 남편과 웨그먼스에 장보러 다녀왔다. 와인코너에서 발견한 라벨이 예쁜 와인. 난 이런거 보면 맛이 없더라도 한번씩 사보고 싶은데 남편은 와인 라벨이 예쁠수록 불신하는 경향이 있어서 불허됐다. 

 

꽃병으로 쓰면 안되나요



8월 16일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처음 보는 풍경은 이러하다. 9.5kg의 거구의 고양이가 명치를 깔아뭉개고 있는 모습.. 내가 남편보다 기상시간이 늦기도 하고, 아침형인간이 아니라 침대에서 뭉개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 자기랑 바이오리듬이 맞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진짜 일어나야하는 시간인데도 얘가 깔고 안 일어나줘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좋은 핑계다)

 

 

 

요즘은 우리집 마당에서 수확할게 많아서 덩달아 밥상이 무척 풍요로워졌다. 채소 소비량도 훌쩍 늘어서 왠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밥 먹다가 오른쪽 얼굴이 너무 따가워서 돌아보니 카펫 무늬인척하는 뚱떙이가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네.. 하루의 시작도 끝도 이 녀석인 .. 수미상관 뚱냥이의 날이었다. 

 



8월 17일

 

평화로운 날이다. 남편이 쉬는날이면 보통 게임을 하는데 항상 그 앞에는 첫째녀석이 이렇게 퍼질러 누워있다. 이 녀석은 일 시킬때만 날 찾고, 예쁨 받고 싶으면 남편을 찾아간다. 놀랍도록 노비들 분석이 잘 되어 있다. 

 

 

 

어제 먹고 남은 제육에 메밀면을 삶아 비빔면을 해먹었다. 오 이거 은근 별미야. 

 

 

 

지난번 캠핑 갔을때 HJ언니 부부께서 구워주신 양갈비가 너무 맛있었다. 나는 원래도 양고기를 좋아하지만 직화로 구우니 더더욱 존맛탱이었다는.. ㅋㅋ 직화는 못하지만 그 맛이 생각나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양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집에서 키운 허브를 왕창 뜯어다 한움큼 위에 덮고 같이 굽굽. 

 

 

사이드로는 킬바사 (양고기 실패할 것을 대비한 contingency plan). 그리고 jimmy nardello pepper. 생산성도 좋고 맛도 좋아서 올해 밥상에 자주 올랐다. 

 

 

 


8월 18일

어젠 둘째놈이 이러더니 오늘은 첫째녀석이.. ㅋㅋㅋ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누가 항상 쳐다보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이걸 복 받았다고 해야해.. 무섭다고 해야해? 

 

 

 

대다수가 Cape 형식인 메사추세츠의 주택들. 덕분에 2층 침실 벽은 attic 같이 생긴 삼각형의 빈 공간이 있는데, 주로 여기 워터히터나 에어컨을 집어넣는다. 올해 초 생을 마감하고 탱크에 있던 물을 죄다 한번에 쏟아내던 워터히터를 보면.. 이곳에 워터히터를 넣는건 안 좋은 선택인거 같다. 우리집의 워터히터는 다행히 지하실에 있고, 대신 이 에어컨이 들어가있다. 에어컨의 오른쪽 벽에는 커스텀으로 짜넣은 서랍장이 있는데, 살살 앞으로 당겨보니 안쪽 벽의 단열재가 죄다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더울떄 덥고 추울때 추웠던 걸까 ㅋㅋ 

 

 

 

핑크팬더가 그려진 faced 단열재 시트를 홈디포에서 주문해서, 셀프로 바꿔 끼웠다. 별건 아닌데 분진이 많이 날리고 단열시트를 고정하는 작업이 좀 오래 걸렸다. 그래도 하루 날잡으면 단열시트 재료비만 들고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다행이다. (미국 집 관리는 사람을 부를때마다 1000불 단위로 뭐가 깨진다)

 

 

단열시트 가는동안 자기 구역인 침실에 들어오지 못해 삐진 녀석. 



8월 19일

냉동 치킨패티와 햄버거 빵이 있어서, 아침부터 사라다빵 st의 치킨버거를 대량 생산했다. 패티는 적당히 데우고,빵에는 버터를 발라 바삭하게 구웠다. 패티가 치킨이니 nandos 소스도 뿌려주고, 양배추 + 케요네즈 + 피클을 끼워주면 완성. 되게 간단한 레시피인데, 이렇게 해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빵에 소스와 패티향이 스며들어서 나중엔 진짜 시장 버거 맛이 난다. 

 

 

 

이렇게 만들어두면 점심까지도 거뜬하고, 시간 맞춰 밥 차릴 필요도 없이 남편이 배고플때, 미팅 빌때 나와서 하나씩 챙겨먹어서 편하다. 

 

 

밥걱정을 덜었으니, 앞뒷마당 산책. 무럭무럭 자라난 호박이 탐스럽다. 그러고보니 나 한국에서 애호박 비닐까지 사왔는데 올해 애호박 농사는 죄다 망하고, 풋호박만 잔뜩이네. 

 

 

 

날이 좀 선선해진다 싶으니 다시 피기 시작하는 스위트피. 내년엔 진짜 베드 하나를 통째로 스위트피로 만들던가 해야지 ㅋㅋㅋㅋㅋ 향기도 좋고~ 예쁘고 오래 피고. 좋다. 

 

 

 

오른쪽엔 chinese aster. 늦여름에 꽃이 핀다더니 진짜네. 

 

 

 

정체불명의 자가발아 호박은 토끼 혹은 그라운드호그의 어택을 받아 앙상해졌다. 열매 수정도 안되고, 같은 베드에 있는 다른 작물들한테 방해만 되는 녀석이라 그냥 뽑아버려야할듯.. ㅋㅋㅋ 

 

 

 

 

고추베드는 거의 밀림이 되었다. 

 

 

 

 

어제의 단열재 공사에 이은 오늘의 침실 벽막기 공사. 작년 생일선물로 남편한테 받은 ryobi 공구세트를 종류별로 써볼 기회가 생겨서 무척 설렌다. 숏츠나 릴스에서 목공 하는 사람들 보면 되게 뚝딱뚝딱 금방 만들던데, 내가 하면 뚝딱이기만 해서 좀 답답하다. 물론 처음했을떄부터 목공천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손재주가 있어서 꽤 빨리 잘하게 될 줄로 기대했었나봄. 

 

 

 

어제부터 단열재 넣고 빼고, 오늘은 벽을 메우고 있으니, 친구들이 전부 "미국인 다됐다!!"는 칭찬(?)과 격려를 해줌. 

 

 

 


8월 20일

요즘은 요리 재료가 없으면 그냥 텃밭에서 아무거나 뜯고 뽑아와서 다지고 밥을 같이 볶거나 비벼 버리면 된다. 메뉴 걱정 없고 재료 떨어질 걱정 없어서 좋은 나날들.   

 

 

 

인스타 릴스에 베컴이 그림같은 텃밭에서 뭘 뜯어다가 바로 그릴에 슥슥 구워먹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보이더라. 난 텃밭은 이미 있고, 마당도 있으니 저 아웃도어 그릴만 있으면 베컴 따라잡기가 금방일듯 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그릴이 60만원짜리네 ^0^ 

 

 

 

으하하하.. 이정도면 여기다가 뭘 구워서 계속 팔아야 이득인 가격 아닙니까? ㅋㅋㅋ 애가 둘 + 리트리버 한마리 있는 전형적 아메리칸 패밀리면 뽕 뽑고도 남겠다만 ㅋㅋ 

 

 

 



8월 21일

 

 

딱 하나 성공적으로 피어난 sunspot 해바라기. 이제 씨앗 수정이 다 된듯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수확해왔다. 가드닝 유튜버들이 꼭 수확하면서 스마일을 그리길래 나도 따라해봄 히히 내년엔 꼭 커다란 해바라기 키우기에 성공하고 말테야. 

 

 

블루세이지는 여름 내내 수확하는 기분.

 

 

 

오늘도 달리아와 지니아가 예쁘다. 특별히 deadheading을 챙겨서 해주지 못해도 알아서 곁순이 펑펑 나오고 꽃이 다글다글 핀다. 우리 앞집의 프리야 언니는 볼때마다 예쁘다고 칭찬한다. 자기가 요즘 꽃보는 낙이 있다나 ㅋㅋㅋㅋㅋ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참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언니다. ㅋㅋㅋ 에너지의 원천이 뭘까.. 나도 좀 나눠줘요 언니.. 

 

 

 

꽃 예쁜거 잘 모르는 남편이 웬일인지 예쁘다고 칭찬한 envy zin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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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zania와 zinnia는 분명 다른 꽃인데, 비슷한 모양으로 피어나서 귀엽다. 

 

 

 

 

phlox는 확신의 cool season flower인가보다. 선선해지니 다시 핀다 ㅋㅋㅋ 아래 오른쪽은 엔비 지니아와 색감이 비슷하지만 좀 더 연노랑빛인 폴라베어 지니아. 비슷한 비주얼임에도 남편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왜죠? ㅋㅋ 

 

 

 

올해 씨앗부터 틔웠는데도, 펑펑 피어나는 다년생꽃들을 보면 신기하다. 그 작은 씨앗에서 어떻게 이렇게 다들 커지는거지. 

 

 

 

 

선선해지면 다시 살아나는 거: 딸기. Eversweet 딸기는 dormant 시즌이 올때까지 계속 딸기가 열리는 everbearing 종인데 (i.e., June bearing = 오레곤 후드딸기 같은거) 그래서인지 요즘 다시 꽃이 피어난다. 봄 딸기들은 다 털렸는데 가을 딸기는 얼마나 살아남을지? 

 

선선해지니 토마토들도 더 많이 달리고.

 

 

 

신데렐라 호박과 데코 호박은 제초제+토끼 어택으로 둘다 골로 가신다. 혼자 발아한 호박이랑 같이 셋다 정리해야할듯. 내년엔 아치 위로 올려서 키워야겠다. 

 

 

 

여름 내내 폭발적으로 자라난 허클베리 골드 감자. 아직도 감자 꽃이 핀다. 저기 아래를 흙으로 덮어주면 줄기마다 또 감자가 열릴거 같긴한데.. 귀찮아서 방치중. 

 

그래도 꽃은 계속 따줌 ㅋㅋ

 

 

 

 

Triclopoyr로 조진 oriental bittersweet. 확실하게 제거된 모양이다. 캬 이거 진짜 효과좋네.. 마치 DDT를 보는 느낌.. ㅋㅋ

 

 

 

 

수세미와 토마토들이 너무 많이 자라서 아치를 뒤덮는 바람에, 아래 있는 토마토들이 햇빛을 거의 못 받는 것 같다. 토마토가 익을땐 grow light보다는 자연광을 좀 쬐는게 나을 것 같아서, 예전에 쓰던 greenhouise frame을 다시 꺼내서 해가 그나마 좀 드는 중앙에 설치하고, 아래 그로우백들을 옮겨주었다. 

 

 

 

쓸데없이 자란 잎들과 호박을 정리하고, 토마토 제일 윗가지들은 top off해주었다. 이렇게 모은 애들은 고스란히 빈 가든베드로 직행. 베드 하나 비워놓고 올해 내내 garden waste가 생길때마다 던져넣는 waste bin으로 쓰니 편하더라. 왠지 내년에 여기서 키우는 애들 되게 잘 자랄거 같음 ㅋㅋㅋ 

 

 

 

점심 찬거리가 없어서 풋호박을 수확해서 들어왔고, violet sparkle도 따왔다. 참치와 채소로 속을 만들어서 채워넣고 전을 부쳐 먹으니 아삭하고 맛있었다. 명절도 아닌데 명절 느낌 물씬. 

 

 

 

문제는 점심부터 전을 부쳤더니 기름냄새가 코에 베여서 저녁이 하기 싫어졌다. 저녁은 우리 방앗간인 이자카야에서 먹기로. 우리의 외출을 너무너무 싫어하는 둘째녀석이 졸려서 홍양대는 틈을 타서 몰래 빠져나왔다. 

 

 

 

 

언제와도 돈이 아깝지 않은 보스턴 최고 일식당.. 캠브랏지에 위치한 이자카야 이토쿠입니다! ㅋㅋㅋ 우린 하도 자주와서 종류별로 시켜먹어가지고 이젠 안 먹어본 메뉴가 없을 지경이다. 주인장 아재는 우리만 보면 깍듯하게 인사하고, 종업원 분들도 우리 다 알아본다.. 심지어 우리 여기 티셔츠도 갖고 있음; ㅋㅋㅋ

 

 

 

장사가 무지 잘되는거에 비해 좀 공간이 좁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나봄ㅋㅋ 같은 건물인데 좀 더 길가에 있는 점포로 이전하신다고 한다. 다만 공사 기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몰라 재오픈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셨다고. 

 



 

당분간 문을 닫는다고 하니 서운하다. 그래도 문 닫기전에 마지막 만찬을 즐길 기회가 있어서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잘먹고 쓸쓸히 집에 돌아와 보일러실에 배추 직파를 한뒤 물을 주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상하고 황급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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