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우리집 고양이는 이마로 무선충전이 되는 모양이다. 숨은 안 막히니..?
이 캣타워는 꼬질꼬질하다 못해 이제 뗏국물이 나올 예정이다. 이래서 내가 패브릭 소재 캣타워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둘째놈이 놀때 빼곤 항상 여기서 뒹굴거리고 자고.. 떨어지질 않는다. 거의 라이너스의 캣타워임 -_ㅠ 새거 똑같은걸 사줘야하나? 하고 찾아보는데 우리 고양이 같은 고양이가 또있는지 ㅋㅋ 리뷰에 두번쨰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얘가 별난게 아니라 이게 마성의 캣타워인 모양.
뒷마당에 물을 주다가 호스가 꼬여서 호스를 사납게 휙휙 휘둘렀더니 옆에 있던 산마르자노 토마토 줄기를 쳐서 아직 익지도 않은 토마토가 두개나 낙하했다-_ㅠ 귀차니즘과 게으름이 이렇게 위험하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니 모든 작물이 다시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농사꾼의 마음으로는.. 여름의 불볕 더위만 한풀 꺾이고 이 상태로 쭉 가면 좋으련만. 이러다 갑자기 으슬으슬 2-3일 하고 급 추워지겠지.. (이 짤을 꺼낼떄가 되었군)
그래도 밤기온 10도 이상이면 양반이라구.
8월 23일
앞마당 꽃밭은 한여름엔 잡초 반 꽃 반이어서 엄청 지저분했다. 게다가 글라디올러스나 달리아, 스냅드래곤처럼 줄기가 긴 꽃들을 지지대 없이, 별도의 치밀한 가든 플래닝 없이 대충 심어두었기에 전체를 봤을때 그리 예뻐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 날 2층 침실에서 앞마당을 내려다보니 서툴지만 열심히 가꿔본 앞마당이 새삼 올망졸망 귀엽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잠시 멈춰 꽃들을 구경하고 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조금 뿌듯하기까지 했다.
더위가 가셔서 꽃이 피는 작물 중에 작두콩도 있다. 적작두콩이라 그런지 꽃도 자주색이다. 웃긴게 작두콩이 영어로는 Jack's bean 이더라. 잭과 콩나무의 그 잭인가? 암튼 잭스밴->잭+콩->작두콩 이런 루트로 명명이 된게 아닐까 싶다 ㅋㅋㅋㅋㅋ 좀 귀여움
늦여름과 가을은 바야흐로 코스모스의 계절.
파종 실패한 줄 알았던 바코파는 진정 cool season flower가 맞았는지, 이제서야 꽃이 핀다. 이거 내가 애지중지 키워내서 무슨 꽃인지 알지.. 그냥 길가에서 폈으면 잡초라고 해도 믿겠다. 이건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꽃이 너무 작다.. 내년부터는 아웃ㅋㅋㅋㅋ (이거보다 꽃이 크다는 메가코파를 찾으면 한번 도전해보겠다)
뒷마당 데크 위 화분에서는 골든아워2세대가 익어가는중.
드디어 남편의 뒷마당 나무 척결 허락이 떨어졌다. 두세군데 업체에 견적을 받아보는 중이다. 근데 생각보다 버짓이 커져서 놀란가슴 진정시키는 중.. 남편은 그정도는 부를 줄 알았다고 하고 나는 호달달 떨고 ㅋㅋㅋ 어쨌거나 2년을 내내 졸라 이룩해낸 뒷마당 tree eradication plan이므로.. 물러설수 없다!
작년10월에 나무를 잘랐던 Palmer tree services. 오너인 Gustavo랑은 구면이라 이것저것 협상하기 좋았다. 나무를 전부 자르겠다고 했더니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던 저 소나무는 무료로 잘라주겠다고 한다.
작년에 잘라둔 나무 밑둥에서 죽지도 않고 또 싹이 올라오는데 저건 어쩌지 했더니 "걍 계속 자르면 쟤도 죽어"라고 심플한 대답을 주었다 ㅋㅋㅋㅋ 그..그래..
요즘 너무 채소 메뉴를 많이 먹은거 같아 저녁으로는 오랜만에 삼쏘 조합. 웨버 트래블러 그릴 너무 잘샀다. 여기 새송이 구워먹으면 남편이랑 나의 올타임 레전드 단골 삽겹살 식당이었던 곳에서 구워주던 새송이 구이 그 맛이 난다...!
8월 24일
1월부터 달리아 씨앗 파종해서 물수발 빛수발 하드닝 수발로 매우 고생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오래 많이 많이 방글방글 꽃이 피어주니 보람차다. frost date까지 쭉 핀다는데, 개화기간을 고려하면 내 지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달리아 벌브가 많이 생기면 나눠서 여기저기 나눔하던가 해야겠다. 내년에도 이걸 다 심을 수는 없어.. ㅋㅋ
올해 키우기 시작한 것 중에 제일 잘 한거, 달리아도 맞지만 사실 1위는 david austin roses이다. 얼마나 예쁘게 피고, 얼마나 건강한지.. 색깔별로 다 모으고 싶... (Mr.Lincoln 종류에 눈독들이는중.. 새빨간 cutting rose가 갖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 줄리엣 장미도 꼭 사고 말거야...) 일본장미도 예쁜것들이 많던데, 일본장미는 내한성이 낮거나, 변종이 많거나(특히 Yves) 실물보면 실망한다고 해서 좀 고민중이다. 지금 살까말까하는건 Masora 장미, Yves wedding roads. 작약처럼 생긴 장미중에 미국 Jackson and Perkins 사의 Pope John Paul II도 무척.. 관심 갖는중.. 완전 흰색 겹 장미 너무 좋아..
장미베드 흙을 앞마당에서 대충 주워 퍼담았더니.. 이상한 잡초가 너무 난다. 내년에는 여기 좋은 흙 좀 넣어줘야지 ㅠ
미리 심은 달리아들은 last frost date 이후에 헐레벌떡 내다 심어서 좀 키도 작고 비실한데, 따수워졌을때 뒤늦게 내다심은 floret farm 출신 달리아들은 키도 크고 줄기가 굵고 튼튼하다. 꽃이 살짝 늦게 펴도 더 많이 더 크게 피는걸 보면 꽃 일찍 보고 싶다고 굳이 달리아를 일찍 내다놓을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늦여름 꽃 키우는 가드너의 행복이라면 이 꽃 저 꽃 꺾어다가 요렇게도 꽂아보고 저렇게도 꽂아보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렌듈라, 달리아, 장미, 지니아.. 맘대로 잘라와서 대충 모아놓아도 참 조화롭고 예쁘다.
산마르자노 토마토는 진짜 주렁주렁 달린다. 기온 영향도 제일 덜 받는거 같고, 튼튼하고 병도 덜 걸린다. 괜히 이탈리안들이 소스 토마토의 기본은 산마르자노라고 하는게 아니다.
허니넛 3세대 등장
심어놓고 잊어버린 블랙뷰티 2호도 이제서야 토마토가 주렁주렁. Beef steak 토마토는 못본새 미친듯이 벌크업중이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오크라도 알아서 꽃피고 알아서 열매가 달린다. ㅋㅋㅋ 큰 곳에 옮겨심어주지 못해 하나씩만 달리지만 계란말이에 넣어먹기 딱 좋은 크기와 빈도라 오히려 좋아(?).. ㅋㅋ
8월 25일
단톡방 멤버 중 한분이 어디 살지 정할때 Market basket이 가까운지 생각하고 정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와인 사러 자주 가는 방앗간 옆에 market basket이 있지만, 처음 가봤을때 좀 어수선하다 생각했었기에 그 뒤로 우리는 Wegmans에서 장을 봤었다. 그러다 캠핑 준비할때 조개 종류를 찾으러 다시 가본 market basket에서 고물가시대의 미국 마켓 분위기와 달리 푸근하고 예전 미국 느낌이 난다는 걸 깨달았다. 그뒤로 종종 market basket에 가서 PB 상품이나 그 날의 할인 상품위주로 집어오고 있다. 이번에 사온건 bbq양념이 된 등갈비. 웨버 그릴에서 구워서 들고 들어와 파를 잔뜩 썰어 얹고 와인과 함께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바깥에서 고기를 구울 뿐인데 이산가족이라도 된양 쳐다보는 고양이 때문에 조금 괴로웠지만..
늦봄부터 잔디씨앗을 열심히 뿌린 남편을 위해 잔디를 좀 먹으며 자라는 잡초 제거는 내가 도맡아 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바랭이풀-crabgrass와 뽑아도 뽑아도 나오는 wild violet이 주적이다.
뒷마당에는 채소들이 있으니, 웬만하면 잡초제거약은 앞마당 위주로만 뿌린다. 이 날은 오래 기다려온 albino bulnose pepper와 blauezimmer tomate, 파와 고추, 그리고 깻잎을 어마어마하게 수확했다.
8월 26일
갑자기 빈대떡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우리 엄마는 맑은 녹두반죽에 따로따로 고명을 올려 '녹두전' 스타이로 깔끔하게 구워주시는 스타일인데, 어릴때는 구워주는거 맛있게 먹을줄만 알았지, 그게 얼마나 손이 가고 귀찮은 일인지 몰랐다. 한번 엄마처럼 녹두전을 구워보려다가, 고명 손질에 기함한 뒤로는... 나는 이제 녹두전보다는 빈대떡, 특히 광장시장 순희네처럼 다 갈아 때려넣고 굽기로 했다.
카렌듈라가 꽤 많이 심어져 있는데, 꽃보기가 꽤 어렵다. 더워지면서 출몰한 나방, 나비들이 전부 카렌듈라에 알을 낳는 모양인지, 꽃송이마다 입주민이 하나둘은 꼭 보인다. 열심히 먹고 떵도 싸고.. 카렌듈라 수확해서 화장수라도 만들어볼까했던 나의 꿈은 저멀리..
뒷마당 피해도 극심하다. 쥐인지 다람쥐인지 토끼인지.. 내 고구마 줄기와 잎을 아주 앙상하게 만들어버렸고, 애지중지 키우는 이탈리안 무화과도 열매가 익기도 전에 하나 똑! 떨어뜨려 놓았다. 이건 아마 다람쥐인 모양.
그래도 그라운드 호그 어택을 한번 겪고 나니, 이런 정도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그 누구도 그 잡식뚱땡이를 처음 봤을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늦여름의 끝을 잡고 밖에서는 토마토가 익어가기 시작했고,
안에서는 veal 고기로 만드는 미트볼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8월 27일
HJ언니와 함께 구매한 플로렛팜의 달리아들. Baker Creek 출신들보다 뒤늦게 옮겨심어 주었는데, 떄가 잘 맞아서 그런건지, 해가 더 잘 드는 자리여서 그런건지.. 키가 월등히 크게 자란다. bulb들도 땅 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길 바라며..
할수만 있다면 내 가든 이곳저곳에 루핀이 가득가득 피어났으면 해서, 1월부터 부지런히 파종해서 키웠는데, 달리아 물 수발에 지쳐 좀 홀대했더니 애들이 올해는 꽃을 피우질 않는다. 사실 아무생각없이 심어둔 자리라 지금 위치가 맘에 들진 않는데.. 얘네는 옮겨심는걸 무척이나 싫어한다고 해서, 일단 여기 그대로 두기로 했다. 종은 제일 흔한 Russell mix인데, 색깔이 랜덤으로 섞인거라.. 무슨 색의 꽃이 피는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꽃을 피워 무슨 색깔인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자라는데 엄청 오래 걸린 비퀴노 페퍼. 너무 더우면 자라는게 멈추는 아열대 식물이라니.. 이제서야 열매가 올망졸망 열린다. 너는 곧 피클이 되겠구나 오호호
감자, 고구마 아게라텀이 아무렇게나 섞여자라고 있는 (전) 쪽파베드. 감자꽃은 잊을만 하면 피고, 아게라텀은 잊을 수가 없게끔 계속 핀다. 공교롭게도 두이 톤이 비슷해서 같이 피어있으니 베드 전체가 보라보라하다.
달리아 꽃이 절정인 이맘때. 피어있는 달리아 꽃만 잘라와도 꽃병 하나가 가득차는 기적.
앞마당 꽃 수확하고 돌아와보니 아들램은 기절해있고, 집안 노비가 집밖으로만 나돌아서 삐진 공주님은 한껏 불만을 표출하고 계셨다.
8월 28일
아무 공도 들이지않고 딱히 관심도 주지 않았던 레이즈드베드 위 한련화가 예쁘게도 피었다. 올해 처음 심어본 꽃이지만 내년에는 내가 딱히 심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우르르 알아서 솟아오를 것을 안다. 내년엔 알아서 발아해서 올라오는 건 특별히 작물 생장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면 여기저기 아무데서나 올라와도 그대로 둘 예정이다. 벌들이 좋아하고, 내 눈도 즐거우니까.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에 hangning Nasturtium이 그리 유명하다는데, 때맞춰가보질 못해 아직도 본적이 없다. 내년엔 2층 내 침실에 한련화 화분을 걸어 garage 앞으로 늘어뜨려 키워볼까?
ISG museum의 한련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요기 ↓
https://www.gardnermuseum.org/experience/nasturtium-timeline
선비콩 꼬투리가 하나둘 달려가고
Phil's one tomato는 조금씩 노란빛을 띄기 시작했다.
베드에 심은 체리토마토는 이제 체리토마토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미안한 알 크기를 자랑하고..
더위가 한풀 꺾이자 가지 꽃은 미친듯이 피어나는 중.
늦여름 꽃은 역시 Aster.
서리까지 이제 손에 꼽히는 나날들만 남았는데, 아직도 푸르기만 한 고추들이 걱정이다.
늦봄에 한창 꽃을 올리고, 더운 여름이 되자 씨앗이 송골송골 맺히길래 올해는 끝인줄만 알았던 스토크가 어느샌가 새로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워낸다. 스토크는 생장점이 잘리면 새 꽃대가 올라오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종이 특이한 건지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 틀린건지 모르겠다.
진한 버건디 컬러의 달리아가 피어났다. 키는 작아도 그 존재감은 상당하다.
곧 마당의 나무들을 모두 잘라내기로 했는데, 경험 상 뿌리를 남겨두니 나무가 완전히 죽지 않고, 새로 계속 싹이 올라와 귀찮더라. 그래서 아예 뿌리를 갈아버리는 stump grinding까지 해버리려고 했는데, 아뿔싸 이게뭐람? 나무 뿌리가 무려 돌을 감싸고 자라고 있다. 이러면 기계가 상해서 griding을 할 수 없다나.
나무를 자르려고 보니 이웃 할머니의 나뭇가지가 우리 나무와 엉켜서 자라고, 우리 마당으로 굽어 자라고 있었다. 견적을 봐주러 온 분이 저것도 잘라야 작업이 가능한데, 법대로 하면 너네 property에 넘어온 건 막 잘라도 되지만, 이웃간의 평화, 그리고 자기들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미리 의사를 물어봐달라고 했다.
문제는 우리 이웃할머니가 여기 완전 터줏대감이고, 어릴때부터 그 하우스에서 자라서.. 모든 나무에 추억이 있고 나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거 ㅠ 그래도 우리집에 넘어온 건 잘라도 된다고 얘기해주긴 하셨다. 후후... 승낙을 받기까지 한 3번정도 물어보긴 했으나 ㅋㅋㅋㅋ 집요한 나의 질문 끝에.. 그래도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줬으니 다행.
봄-여름 내내 미뤄왔던 레인베럴 설치를 이날에서야 해보려 드디어 마음 먹었다.
근데 거터를 자르려면 특수한 snip?이 필요하다 해서 후퇴. 아마존에서 제일 빨리 오는 평 좋은 제품을 찾아 주문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붕 떠버린 시간, stump에 구멍을 내고, 남은 나무 그루터기를 죽이는 약을 뿌려주었다. 있는 나무 자르는것도 중요 하지만 이미 자른 나무 또 안자라게 하는게 더 중요하다. 자른거 다시 자라면 도로 아미타불이라오.
나무는 몽창 끝장냈지만, 새로운 식물 심는건 멈출수 없다. 이 날 심은건 fall blooming crocus, 다른 말로는 Saffron crocus, 학명으로는 crocus sativum이다. 흔히 우리가 고급향신료라고 하는 사프론이 바로 이 크로커스의 꽃술이다. 한 송이당 3가닥이 나오니 전부 수확해도 몇 가닥 안 될 예정이지만, 그래도 키워보는데 의의를 가진다.
크로커스를 화분에 심고, 다람쥐들이 쉽게 올라가지 못하는 vertical planter 위에 고이 올려둔 뒤, 부추와 대파, 깻잎을 수확해 들어와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고, 삼겹살을 구워 곁들여먹었다. 늦여름 성대한 농부의 밥상에 감사하는 하루였다.
8월 29일
여름 중순에 심은 열무가 발아까지는 엄청 빨리되더니, 어느정도 싹이 난 뒤로는 스턴건을 맞은것처럼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억세지기만 한다. 화분 공간과 흙이 아까워 얼른 엎어버려야겠다고 째려보며 가드닝 업무를 시작했다.
HJ언니께서 파종해서 키우신 묵은 들깨는 100%(이상인듯)의 발아율을 자랑하며 자라났고, 언니께서는 그 많은 수량에 패닉상태가 되심. 도저히 자가소비로는 처치곤란이라 하셔서, 나에게 나눔으로 두 스쿱 떠다주셨었다. 한스쿱의 새싹 모종들은 우리집 베드 곳곳에 심겨졌고, 무럭무럭 잘 자라, 덕분에 내가 깻잎을 원없이 먹는 중이다. 그런 나도 남은 한스쿱은 나도 도저히 심을 곳이 없어 모종 화분에 그대로 내내 두었는데.. 어째 죽을 생각도 안하고 그 비좁은 화분에서도 어태 꾸역꾸역 다 살아남아있다.
토마토 근황들은 이러하다.
요즘은 마당에 나가면 꽃도 채소도 종류별로 풍성하게 수확이 가능해서 기분이 좋다. 한여름처럼 끝장나게 덥지도 않고, 양손은 그득그득하게 들어차니, 정말 늦여름은 농부가 신이 나지 않을리 없는 계절이다.
속노란 참외는 분갈이 시기를 놓쳐 작은 화분에서 자란터라 많이 커지진 않았지만 아삭하고 달콤해서 식감도 맛도 아주 훌륭했다.
어린 열무..라고 했지만 이미 억세져버려서 아래처럼 데코레이션으로 썼지만 입으로 넣지는 못했다.
가끔 길가에 있는 타운 소유의 나무들은 전기회사나 통신회사에서 나와서 자기네들 와이어를 건드리는 가지를 정리해주곤 한다. 오늘도 어떤 회사에서 나와서 자르고 있는 모양인데, 문제는 내 꽃밭쪽에 나뭇가지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표시해두고는 나한테 별 언질을 안 주고 작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각도를 봤을때 진짜 떨어질 것 같진 않은데.. 저기 우리 차도 있고, 내가 열심히 가꾼 꽃밭도 있는데.. 시작하기 전에 한번 알려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덕분에 나는 저 회사가 작업을 끝낼때까지 창밖으로 전 과정을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ㅠ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놈은 지가 더 잘 보겠다고 창문 앞에 있는 내 머리를 밀어가며 감상중. 참나.
다행히 나뭇가지나 다른 debris가 내 꽃밭을 해치는 일은 없었고, 우리집 차도 멀쩡했다. 업체에서 자기들이 자른 나뭇가지를 열심히 잘 수거해가고 청소도 잘 해가서 안심.
아마존에서 wall trim을 하나 주문했는데, 왕따시만한 박스에 담겨왔다. 혹시나 내가 뭔가 더 시켜서 이렇게 큰 박스에 주나 싶어 박스 안에 둘둘 말려 들어가있는 종이들 사이를 열심히 헤집어 보았으나 나온 건 덜렁 저거 하나였음. 오랜만에 아마존의 과대포장과 재회해서 새삼 또 놀랐다.. ㅋㅋㅋ 남편이랑 나랑 맨날 하는 말. "아마존이 아마존을 망친다" ㅋㅋㅋ
저 대자 박스와는 또 따로, 거터 자르는 가위가 도착했다. 일반 니퍼보다 잘 잘리긴 하는데 날의 각도가 특이해서 초보자는 도무지 어느방향으로 잘릴 지 예상하고 쓸수가 없는게 문제. 덕분에 내 거터와 스파웃은 거적데기가 되었다는 슬픈 사실.. 게다가 자르라는 만큼 잘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잘려져서 자꾸 빠진다 ㅠ 아이고 이걸 어쩐다
일단 얼렁뚱땅 끼워맞춰놔보았다.
마늘베드였다가 고추베드가 된 곳은 거의 밀림이다. 그늘에서 오래 고통받게 해서 성장도 열매 다는것도 느렸던 내 김장고추들. 내년엔 여기를 좀 잘 리뉴얼해서 해 잘드는 이 곳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분배해보아야겠다.
그리고 선언한다. 나는 양파 농사에 실패했다!!!!!! 내 결론은 우리집 정도의 햇빛양으로는 양파를 키울 수 없다는 것 ㅠ
몇달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저만큼만 자란 양파들을 몽창 뽑아내고, 쪽파를 심는다. 쪽파는 그냥 심으면 휙 잘 자라니까 ㅋㅋㅋㅋㅋ 머리 싸매고 고민하거나 햇빛 모자라 한숨쉴 일도 없다.
지난 해 심어 월동 시킨 후 캐내어 걸어뒀던 종구들. 소독해서 심어주기로 했다.
아래는 씨앗부터 시작한 타이샬롯인데, 양파보단 성공적이지만 이것도 영.. 쪼막만하다.
아게라텀이 점령중이던 곳도 모두 정리하고, egyptian walking onion sets들과 뽑아본 타이샬롯, mid-US multiplying onion (자세한 종은 판매자도 모름ㅋㅋ i'itoi는 아니라고 함)을 쭉 심어주었다.
비퀴노 페퍼는 이제서야 송골송골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다.
베드 정리하려고 뽑은 아게라텀이 아까워서 줍줍해서 꽃병에 몇개 꽂아두었다. 날이 좋으니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과 아게라텀의 쨍한 색감이 잘 어울린다.
보일러실엔 김장용 무와 배추를 키울 예정인데, 미리 심은 무가 본잎을 내고 있다. 발아율이 쓸데없이 좋은 brassica들. 파종할때 욕심이 나서 많이 뿌리느라 간격이 좁아지기 마련. 솎아주기를 해야 잘 자라고 수확크기도 커지는데, 솎아줄때도 욕심을 내려놓기가 어려운 나다. 그래도 얘네는 중간 줄은 다 날려주어야할듯 ㅋㅋ
종구 소독해두고 까먹고 남편이랑 밥먹다가 내내 뭔가 잊은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이상했다. 잠자리에 들려고 누운 순간 그늘에 말려둔 쪽파를 생각해내고 결국 오밤중에 다시 쪽파 심으러 나온 나..
쪽파는 뭐 금방금방 심으니까요 아하하.. 나온김에 beefsteak 토마토 한번 움켜쥐어보고 들어갔다.
보일러실 채소까지 한번 체크하고 다시 자러 가는 길. 첫째녀석이 오밤중에 왜 불켜냐고 불만이다. 넌.. 야행성이잖아... (사실 나보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
8월 30일
올해 토마토중에 제일 기대한 블랙뷰티(black beauty) 토마토. 빵이 커지는건 좋은데, 도무지 붉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꽤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아랫부분부터 조금씩 빨개지기 시작했다! 아이고 반가워라.
아무래도 토마토도 고추도, 가지도 grow bag보다 bed에 심는게 더 잘 자라는 모양이다. 고추랑 같은 가지과라 뿌리가 천근성인줄 알았더니, 깊은 베드에 심어 키우니 키가 한도끝도 없이 커지는게 얘는 뿌리가 꽤 깊이 가는 모양이다. (넘겨짚은거고 확인된 사실 아님)
베드에 심은 토마토는 엄청난 수세로 달리기 시작.. 이제 좀 무서워진다.
수세미 심은지 대체 며칠만인가. 드디어 암꽃 출현.
달리아 심어둔 베드에 웬 열매같은게 보여 자세히 보니 내가 심은 적 없는 잡초였다. 냉큼 뽑아 이미지 검색을 돌려보니 nightshade라는 녀석. 한국에서는 까마중이라고 부르는거 같은데,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미친듯이 자라나온다고. Nightshade라고 하니까 주토피아 열매가 생각나네. 이 열매에서 따온 이름일까?
요즘은 오이를 살일이 없다. 그냥 마당에 가서 따오면 되니까.
오이지를 담그는것도 오이로 반찬을 하는것도 이젠 귀찮아져서 랜치딥에 냅다 찍어 간식으로 조지는 중. 이렇게 먹는게 사실 제일 맛있다.
깻잎도 풍년이다. 떡볶이든 닭도리탕이든 일단 빨간 한식에는 무조건 깻잎 슬라이스를 올려야한다. 왜냐면 이렇게 안하면 소비량이 절대 생산량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Jimmy nardello 고추는 빨개질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구워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보이는 족족 좀 커졌다 싶으면 들고 들어오게 된달까. 내년에도 또 심어야지.
Jimmy nardello 구이?와 함께 곁들이는 요리는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은..) 트죠 스테이크들. 필렛미뇽과 립아이.
불의의 사고로 땅에 떨어져버린 산마르자노 토마토. 들고 들어올땐 100% 그린이었는데 며칠 지나니 빨개진다. 나중에 서리 올때쯤 초록으로 달린 토마토들은 미리 따서 들고 들어와 익히면 되겠구나.
8월 31일
늦여름 농부의 밥상에는 오이와 깻잎이 빠질 수가 없다. 한끼는 깻잎이 그득, 다른 한끼는 오이가 그득이다. 오이에 제일 어울리는 시원한 여름 요리는 역시 냉면이 아닐까나. (오이냉국 아닌가? 하겠지만, 남편이 안 좋아해서 패스)
냉면을 그득그득 배에 채우고 나와본 앞마당에는 Redman cactus zinnia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렇게 존재감이 뿜뿜할 줄 알았다면 한 4-5주 정도 심을걸.
여름이라 해가 높이 오래 떠서 그런지, 숲으로 뒤덮인 우리 뒷마당에도 볕이 꽤 잘 들어준다. 새삼 레이아웃이 맘에 드는군. (이래놓고 내년에 분명 또 변덕이 죽끓듯 끓어 금방 갈아엎게 될지도 모른다)
블랙뷰티는 익기 시작했는데 인디고 로즈 토마토는 아직이다. 올해 심은 토마토중에 제일 안 익는 투탑이다.
베드에 심은 토마토가 어떻길래 어마무시하다는 거냐 물으신다면.. 아래 사진 한장으로 ... 설명가능 ㅠㅠ
그래도 달리고 나면 익는 속도는 좀 빠른편.
근데 달려도 너무 많이 달리는..
Lisata de gandia 가지는 점점 키가 커지고..
깻잎은 따도따도 계속 달린다.
Rosita 가지도 예쁘게 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니 토마토, 가지, 고추가 전부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 산마르자노 토마토는 여름에도 꽤 꾸준히 달리는 편이었지만, 밤온도가 떨어지니 기세가 더 무서워졌다. 이거 다 수확하면 토마토 소스 두세캔은 만들 수 있을것 같다.
달리아도 점점 키가 커지고, 꽃대가 한 줄기에서 3-4개씩 솟아오른다.
폴라베어 지니아와 댄디 달리아. 색감도 꽃모양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예쁘다.
Redman cactus zinnia 꽃이 갈색으로 변한게 있어서 채종을 할까 하고 들고 들어왔는데 꽃잎 사이사이에서 집게벌레 - earwigs -들이 우수수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호다닥 지퍼백 안에 꽃송이를 넣고 잠가 앞마당에 가서 털었다. 아이고 하마터면 온 집에 earwig가 퍼져나갈뻔했다 흑흑
나의 진기명기 earwig 가두기 쇼를 보면서 도와줄 생각은 않고 구경만 하던 모 고양이는 반성하라!
웃기게 생겼으면 다야?
8월 마지막 저녁은 트죠 Spatchcock Chicken + 레몬 오븐구이로 마무리.
이거 두달치가 쌓여버리니까 이젠 기억도 잘 안나섴ㅋㅋㅋ 거의 캡션달기 수준으로 쓰는 일지(?)였음.
아무튼 이 일지의 요지는 뭐다? 그린토마토를 따서 익히면 빨갛게 됩니다.
헥헥 9월건 또 언제 다 쓰지
누구 보는 사람이 있나? 싶은데 은근 꾸준히 보는 분들이 (손에 꼽히지만) 계시더라고요....? 이거 무슨 재미로 읽으세요 비문천지에 넋두리 사진폭탄 캡션달기 일지인데 ㅋㅋㅋ 암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호다닥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