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글랜드의 가드닝 성수기는 아마도 9월이 아닐까? 위도는 개마고원급이면서 여름은 서울만큼 덥고, 겨울은 위도빨 세워 추우니.. 고추도 토마토도 9월쯤은 되어야 정신을 차린다.
이와중에 갑자기 빵 피어난 Roald Dahl. 장미를 분류하는 많은 방법 중에 'Once blooming / Repeat blooming / Continuous blooming' 이렇게 피는 시기에 따라 나누는 게 있다. Roald Dahl은 내 기억에 따르면 Repeat blooming.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다시 피어나는걸 보니, 아마도 봄과 가을에 핀다는 뜻이었나보다. 그래도 뿌리 좀 내린 후라고 봄에 핀 꽃송이보다 더 진하고 크게 피어났다. 아이고 예뻐라.
Classic Beefsteak tomato도 눈에 띄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Grocery market에서 봤다면 중간에 저렇게 검게 변한 부분이 있는 걸 보고 '썩었다'고 생각했을텐데, (사실 썩거나 상한건 아니고 토마토가 자라면서 상처가 났는데 스스로 아문 자국이라고 한다) 내 마당에서 크는 놈이 저런게 있으니 그저 사연있는 미남 얼굴에 난 흉터 같아 보인다.
앞선 포스트에서 Vine에서 익길 기다리던 토마토. 라벨을 ancho white로 해놔서 내내 같은 종류라고 믿었는데, 그로우백에서 자라는 ancho white는 다 익어도 노란색인데, 얘는 끝까지 빨개지는걸 보니 둘 중 하나는 다른 종류인듯.
그리하여, harvest of the day. 토마토 천지 ㅋㅋ
블랙뷰티는 진짜 슬라이스해서 오픈샌드위치에 싸악 올려먹으면 꿀-맛이다 ㅋㅋ 일본 쿠마토나 한국에서 신흑수 달코미 뭐 이런 토마토 맛있다고 비싸게 팔던게 생각난다. 반면에 우리집 마당에는 널린게 블랙토마토고 맛도 훨씬 좋은데 heirloom이라는 점에서 요즘의 나는 아주 복에 겨웠다고 볼 수 있다. ㅋㅋㅋㅋ
잔디 클리핑을 슬쩍 덮어 초록인척 했던 패치는 며칠만에 클리핑들이 말라버려 실체가 뽀록났다. 그래도 아래 뿌려둔 씨앗이 있으니, 물을 열심히 준다. 모두 발아가 잘 되고, 얼른얼른 자라 여길 채우길 바란다.
HJ언니께 받은 농장 출신 달걀. 확실히 크고, 신선하고 비린내가 하나도 없다. (사실 이런거 잘 모르고 암거나 잘 먹지만 좋은거 먹어보니 확실히 다른걸 알겠다) 여기서 날계란 먹는건 살모넬라 특급열차 일것 같아서 샤브샤브/스키야키에 날계란 찍어먹는 짓을 여태 못하고 있었는데.. 이 계란이라면 해도 될 것만 같은 느낌? HJ언니께 언제한번 스키야키 나잇 하자고 또 공수표를 날려보았다. (언니 이런 메뉴 러브콜 너무 많이 받으셔서 익숙하실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웃집 할머니가 우리 입주 축하(?) 선물로 주신 화분에 있던 phlox. 월동도 잘하고, 무더운 여름 내내 엄청 잘 피어나더니 가을이 왔다 싶으니 또 피어난다. 하여간 엄청난 생명력이다. 이렇게 강한 아이가 creeping phlox가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다. (예전에 앞마당에 있던 creeping phlox 떼어내느라 엄청엄청 고생했었다...)
집앞에 샤스타데이지보다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앞마당에 살짝 옮겨 심어본 구절초들. 첫해라서 그런지 꽃을 피워내진 않았지만, 별다른 관리 없이도 예쁜 잎을 새로 틔워내면서 잘 살아남아있다. 꽃이 무사히 잘 피어나면 잎의 형태가 징그러원 샤스타데이지를 다 뽑아 없애고, 벌개미취와 구절초로 전부 바꿔 심어야지. ㅎㅎ
우리 옆집의 무관심 가든에는 미친듯한 덩쿨 라일락과 그 라일락을 감싸고 올라가는 더 미친 오리엔탈 비터스윗이 자라난다. 임의로 우리집 땅에 넘어온 덩쿨을 다 잘라내고, 뿌리가 넘어온 부분에 triclopyr를 뿌려 다 박멸한 줄 알았는데 날씨가 덜 더워지니 또 올라오는게 보인다.
하. 예전 선비들은 겨울에 노박덩굴(=오리엔탈비터스윗)을 잘라 방안에 꽂아두면 죽은줄알았던 가지에서 꽃이 피어나는걸 보고 기개와 절개의 상징으로 여겼다는데.. 어디 아는 선비 있으면 몽창 잘라다 방방마다 꽂아주고 싶다. 나는 기개와 절개가 아니라 깔끔한 정원이 갖고 싶다고요 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
9월10일은 우리집 뒷마당 나무를 모두 청산한 기념비적인 날이라, 여기에 포함안하고 따로 포스팅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