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종류: 수세미(재래종 수세미, 세계종묘 10립 3000원) + 나눔 받은 수세미 씨앗
집에서 쓰는 수세미와 목욕스펀지를 전부 천연수세미로 대체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시작한 작년 농사가 아주 야멸차게 망했다. 아무래도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투명 비닐 하우스 안에서 키운게 패인1이고, 물빠짐이 좋지 않고 비좁은 플라스틱 화분에서 수세미 4줄기를 같이 심은게 패인2인 것 같다. 작년 수세미 수확량은 0개였고 잎만 무성히 뒤덮이다가 서리가 내리자 하우스와 함께 철거되었다.
게다가 수세미를 심어놓으면 얼마나 개미가 몰리는지 하우스 천장까지 수세미 줄기를 타고 올라간 개미가 드글드글하던 게 생각나서 징그럽다. 개미와 짝꿍인 진드기가 몰릴지도 모르니 올해 수세미는 작물이랑은 멀리, 해가 잘 드는 울타리 앞 노지에 심어야겠다.
수세미 씨앗 나눔받은 이야기
작년 수세미 농사가 망하고 우울할때, 한인커뮤에서 수세미가 펑펑 달리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어떤 집 사진을 보았는데, 마침 그 분이 씨앗을 채종하고 나눔을 하신다고 해서 수줍게 줄을 서보았다. 그렇게 받은 수세미(우량종인게 분명하다!!!) 씨앗도 내가 갖고 있던 씨앗과 나눠서 심어봐야겠다.
3월 29일
12구 포트에 6개씩 갖고 있던 수세미 씨앗과 나눔받은 수세미씨앗을 파종하였다.
4월 7일
대기업(?) 씨앗이라 그런지 원래 갖고 있던 수세미 씨앗의 초세가 좋고 발아가 빠르다.
4월 8일
하루동안 물을 뿌려가며 씨앗껍질을 불려주었는데, 아무리 째려봐도 스스로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서 욕심을 부려서 두개 씨앗을 빼줬는데 하나는 이파리 끝이 날아가고 다른 하나는 쏙 잘 빠졌다. 이파리 잘린것도 잘 살아남으려나?
4월 13일
씨앗 안에 껴있던 부분만 연두색이더니, 빛을 받으니 진녹색으로 균일하게 바뀌었다. 게다가 끼인 씨앗 빼다가 이파리 끝이 잘리거나 찢어져도 잘 자란다. 벌써 떡잎 사이 본잎이 뿅 올라오는 중. 근데 어찌 나눔받은 수세미쪽은 발아율이나 성장이 별로 좋지 않아보인다..
4월 16일
나눔받은 수세미들 중 좀 더 살릴만한 애들을 찾기로 했다. 결국 나는 그 씨앗들을 몽땅 키친타올에 넣고 물파종을 시작했다. 분명 엄청나게 잘 자라는 수세미를 보고, 줄을 서서 나눔을 받았던거라 씨앗이 별로일리는 없을듯 한데, 아마 운송 과정에서 좀 파손되었나보다.
물에 반나절 불려보니 파손된 씨앗 두어개가 나온다. 뿌리가 나오는것처럼 보이지만, 프로개님 가라사대 이런것은 뿌리가 아니라 손상된 씨앗에 물이 들어가 불어나면서 죽은 내용물(?)이 밀려나오는거란다.
파손된 두개의 씨앗을 솎아내고 보니 벌써 뿌리가 뿅뿅 나온 씨앗이 두개가 보인다.
4월 17일
뿌리가 잘 나오는건 10개 씨앗 중 3개다. 운반과정에서 무거운 짐 사이에 껴서 많이 파손된 모양이다. 앞으로는 나눔할때 호박씨나 수세미씨앗 같은건 아무래도 뽁뽁이에 싸서 보내야겠다…
4월 18일
싹이 나온 수세미 씨앗 3개를 포트로 옮겨주었다. 하루만에 뿌리가 더 길게 자라있다. 나머지 7개는 손상된 씨앗인지 영 발아가 되질 않아서 포기하였음.
나눔 받은 수세미쪽 싹이 튼거 중에 껍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게 하나 있어서 꺼내주었는데, 너무 오래 방치한 탓인지 안에서 이파리가 썩은듯.. 일찍 구해줄걸 그랬다.
4월 26일
나눔받은 수세미 중 뿌리가 나와 흙에 심어준 3개 모두 발아하였다. 물에 충분히 불리고 껍질이 부들부들해져서인지 저번처럼 떡잎에 씨앗껍질이 끼여서 올라오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떡잎이 유독 크고 두껍고 색깔도 진한 초록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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