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보스턴 게으른 농경일지

참마 씨앗부터 모종까지 (영여자)

게으른보농 2023. 3. 1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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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드닝 좋아하는 한국사람들끼리 서로 씨앗을 나눔할때가 있다. 씨앗욕심에 이것저것 사서 쟁여놓았던 나도 한두번 씨앗 나눔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고맙게도 나에게도 답례 씨앗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분께서 마 씨앗을 나눠주시겠다고 하셨는데, 마도 씨앗이 있다는 걸 그분 덕에 처음 알았다. 찾아보니 참마의 씨앗을 영여자라고 하고, 뿌리에 곁다리로 달리는 게 아닌 줄기에 열매처럼 달리는 개념이란다. 이걸 땅에 심으면 참마가 쑥쑥 자란다네. 가드닝과 농사는 이렇게 좀 안다싶을 때 또 내가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서 참 재밌는 것 같다. 
 

양귀비씨앗과 함께 보내주신 참마 씨앗, 영여자

 
일반우편으로 나눔하다보니 영여자가 조금 부서진 것들이 있었다. 그래도 한 대여섯개정도는 건져서 나눔하신 분께 감사하다 했더니, 부서진게 있느냐며 새로 우편을 보내 더 잔뜩 나눔해주셨다. 알고보니 참마도 무척 크게 오래 자라는 식물이라 일단 2차로 나눔해주신 씨앗은 서늘한 곳에 잘 보관해두기로 했다. 
 
3월 3일
영여자를 포트에 뿅뿅 넣어 주었다. 새싹을 한개라도 보여주면 참 좋겠다. 

포트에 뿅뿅 구멍을 내서 심어주었는데, 언제쯤 싹이 올라올지 기대된다.


3월 17일

모종 트레이에 영여자를 넣어둔지 약 2주. 첫 3-4일은 인내심없이 하루에도 두세번씩 뚜껑을 열어보고 흙도 파봤었는데, 영 새싹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내 흥미를 잃었다. 잊은듯이 화분대 아래 그늘에 트레이 채로 방치된지 일주일 반쯤. 양파 종구를 새로 심고 화분대 정리를 하며 혹시?하는 마음에 뚜껑을 열어보았다.



거뭇거뭇한 막대기 같은게 꽂혀 있길래 코코피트에 섞인 코코넛 껍질인가 싶어 빼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뽀득말캉한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새싹이 난 것이다!

한개만 올라온 게 아니라 다섯개중 무려 4개나 싹이 올라와 있었다. 붉으스름한 갈색이라 고사리 같기도 하고, (정작 고사리는 초록색으로 올라와서 갈색이 되지만) 약간 에일리언 촉수 같기도 하다.


그래, 세상에 얼마나 식물이 많은데. 어찌 새싹이 초록색이기만 할까? 이렇게 검붉은색 세련된 톤으로 올라오는 것도 있어야지. 새싹이 좀 튼튼해지면 화분을 하나 마련해줘야지.

새싹이 올라온 참마를 보니 문득 이 분이 두번째로 보내주신 마씨앗들이 생각났다. 편지봉투째 가방에 넣어두고 내내 잊고 있었다.

아니 근데 이게 웬일이야…


으앙… 봉투 안에서 뿌리가 나버렸다. 흙에 심어 애지중지한건 뿌리가 엄청 느리게 나더니, 그냥 가방에 넣어 따뜻한 방안에 두면 되는것이었다니…?

저건 또 어디 심냐…


3월 26일
하트 모양의 떡잎이 하늘로 하염없이 솟구치고 있다. 가방속에서 뿌리가 나서 옆 포트에 심어준 애들도 새싹이 나는 중. 모두 싹이 나오면 마당에 내다심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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