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오늘은 우리집 첫째 털래미의 12번째 생일이다. 얼굴만보면 여전히 아깽이 같은데, 이제 묘르신 반열에 올라야 할 나이네. 그래도 건강하고, 활달하니까 다행이야 ㅎㅎ
실내외 가드닝 때문에 요즘 한창 바빠진 엄마가 자기 요구를 입맛대로 들어주지 않아서 좀 짜증내는 중이지만. 누구보다 내가 키운 꽃과 채소에 관심 많은 아이이기도 하다 ㅋㅋㅋ 꽃 잘라 들어오면 꼭 먼저 향기 맡아보셔야하고, 채소 따서 들어와도 꼭 자기 코에 먼저 갖다대 봐야하시는 ㅋㅋㅋ
봄이 와서 제일 좋은 점은 해가 길어졌다는 점? 그리고 햇살이 유독 더 따사로와졌다는 점이다. 채소와 꽃들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유독 따스한 햇빛을 좋아하는 어떤 고양이에게도 무척이나 좋은 일이다.
햇살이 제일 잘 비추는 곳을 시간대별로 찾아다니면서 누우시는 어떤 분.. 오늘 생일이셔서 그런가 미모가 한층 더 눈부시네요 히히
어제까지 꽃대만 올라와있던 튤립이 드디어 피었다. 첫날부터 너무 활짝 핀거 아닌가? 싶은 각도로 피어났는데.. 나중에 보니 튤립도 새벽에 닫혔다가 해 나오면 더 피어나고 그러더라. ㅎㅎ 재미난 구근 꽃들의 메커니즘이다..
오렌지 패럿이라는 이름이 붙은 주황 튤립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라벨에 있는거랑은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ㅋㅋㅋㅋㅋ 양분이나 햇빛이 부족한가? 저렇게 화려하게 생긴건 아니고 그냥 줄무늬가 들어간 주황 튤립이다.
뒷마당 텃밭에 나가보니 여기저기 새로 새싹들이 무럭무럭 돋아나고 있다. 그 중 내가 제일 싹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녀석은 바로 샐서피(salsify)다. 일단 채소 자체가 너무나 생경하고 특이한데다가, 키운다는 사람도 못봐서.. 새싹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발아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파종할때 보니 씨앗이 무척 길고 두꺼운 갈색이었는데, 발아율이 낮다고 패킷에 써있어서 한 구멍당 한 8-9개씩은 넣었다. 그런데도 파종한지 20일이 넘어가도록 감감 무소식이어서.. 전혀 발아되지 않을건가 의심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샐서피 하나..!가 발아했다. 처음에는 샐서피를 심어둔 베드에 웬 나뭇가지가 꽂혀져 있는거 같아 뽑아내려고 다가갔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샐서피 새싹이었던 것!!
거의 숨은 그림찾기급.. 새싹 찾기. 게다가 새싹이 땅이랑 색깔차이가 별로 안나서 찾기가 더 어렵다 ㅋㅋㅋ
후후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잘 자라주면 좋겠네. 구우면 굴맛이 나는 채소라니.. 나 꼭 먹어보고 싶단 말야 +_+
뒤를 돌아보면 강화순무, 양배추, 콜라비, fava bean이 심어진 베드가 있고, 얘네는 뭐 바글바글 발아해서 순항중임. 좀 있다가 true leaf 나오기 시작하면 강화순무랑 콜라비를 한번 솎아주어야겠다. 그리고 fava bean들이 잡고 올라갈 수 있는 trellis를 설치해줘야 할듯. 얘네가 뒤에 있는 베드 햇볕을 가리면 안되는데.. 각도 조정을 잘해봐야겠다.
월동한 미나리는 화분에서 새순이 퐁퐁 돋아나는 중이다. 어떤 식물이건 월동에 성공하고 나면 더 튼튼하고 푸른 느낌이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시련을 견뎌낸 힘은 대단한가보다.
뒷마당에 달팽이가 많아, 달팽이를 숙주로 미나리에 감염된다는 기생충 얘기가 생각나 좀 걱정한 적도 있다.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그건 1차 숙주인 소가 간질에 감염되어있어야 하고, 그 소의 배설물이 미나리 근처 수원으로 유입이 되면서 달팽이가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미나리를 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한다.
기온이 살살 올라가면서 마늘은 더욱더욱 푸르게 잘 자라나고 있다. 물론 전부 다 잘 자라는 건 아니고, 아래 사진처럼 두개의 싹이 같이 올라오는 벌마늘? 같은 녀석도 있다.
크게 자란 마늘들 사이에 spacing이 잘못되었는지, 유독 그 씨마늘이 작고 양분이 없어서 그랬는데 성장이 더딘 녀석도 있었다. 이렇게 자라느니 그냥 옆에 있는 마늘들에게 더 많은 자리를 주는게 낫겠다 싶어서 뽑기로 결정.
이맘떄쯤 뽑아보면 얼마나 자라있는지도 궁금하기도 해서.. ㅋㅋㅋ 보니까 텃밭에서 마늘 농사 지으시는 분들은 이렇게 마늘을 한번 솎아주시는 것 같다. 나처럼 Spacing 조절할 겸, 아님 풋마늘 수확해서 나물로 먹을 겸.
마늘 베드 옆에는 달래를 잔뜩 심어둔 city planter가 있는데, 여기저기 빈 곳은 열심히 뽑아 먹은 흔적이다. 빈 곳이 민망해서 Kseedz에서 왕창 시킨 달래 종패를 군데군데 채워넣어 주었다. 달래는 별로 신경 안써도 그냥 잘 자라는 듯.
마늘 양파 부추 파 등등.. 너무 길고 긴 초록 식물이 많다. 지난 가을에 파종하고 월동시킨 후 마늘 베드 앞에 방치해둔 대파 모종도 화분에서 너무 오래 두는 것 같아 마늘 베드 빈 자리에 옮겨 심어주기로 했다. 네임펜으로 화분에 어떤 화분이 어떤 종인지 다 써놓은거 같은데.. 눈이 와서 파묻히고 비가 와서 씻겨나가고,, 강한 자외선에 잉크가 다 날아가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다. 후... garden marker로 안 쓴 내 잘못이다..
조선파도 있고 외대파도 있고.. 시모니타(shimonita) 대파도 있었던거 같은데 뭐가 뭔지 모른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무슨 대파 러시안룰렛이냐고 ㅋㅋㅋㅋ
자기 생일인데 또 나가서 파나 옮겨 심고 있으니 불만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우리 딸램.. 나는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어놓은거지 너 잔소리하기 좋으라고 그런거 아니라고;; ㅋㅋㅋ
더이상 심을 베드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뒷마당 fire pit 위 화분에 어정쩡하게 방치해둔 양파 모종도 옮겨심었다. 원래 white onion 심었던 베드를 째려보니 양파가 아무리 커져도 서로 닿을만큼은 아닌 간격이라, 그냥 사이사이 한 줄씩 껴넣기로 했다. 좀 키우다가 너무 커진다 싶으면 풋양파라도 솎아내서 미리미리 먹지 뭐. ㅋㅋㅋ
양파 모종을 옮겨심고, 물을 주는데 스프레이 끝에 쌍무지개가 보인다 ㅎㅎ 히히 너는 이번 포스팅 썸네일 당첨이닷
앞마당엔 매화/매실나무들이 새순을 펑펑 틔워내는 중이다. 일찌감치 동그란 꽃순을 틔워내서 날 안심시킨 홍매화도, 순이 안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던 백매화도 전부 폭풍 그로잉중!!!
앞뒷마당 순회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니까 불만이 가득한 털뭉치 하나가 햇살 아래서 나를 반긴다. 오늘 생일이라 유독 더 예뻐보이는건지, 따뜻해진 날씨에 하얀색 털이 더 많이 나기 시작해서 예뻐보이는건지 모르겠다. (얘는 겨울엔 까매지고 여름엔 하얘진다)
남편이 '그래도 생일인데 파티해줘야지' 라며 케익 사러 가잔다. 케익은 어차피 집사들이 먹는거지만, 파티하면서 초 꽂고 노래 불러주고 올 한해도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말해주는데 의의가 있다. 며칠전 인스스에 올라온 미국 명이(ramps)와 고사리(fiddleheads)도 살겸 집 근처 농장으로 향했다. 케익 코너에 가보니 우리 딸래미랑 똑닮은 미니 케이크가 있어서 냉큼 주워왔다. 단찔이인 나와 남편을 위한 작은 사이즈의 케익이고, 미국 케익답지 않게 덜 달아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굳이굳이 자기 티피에 들어가서 잘 쉬고 있는 애 앞에 가서 케익을 보여주고, LED 초를 켜고 오두방정을 떨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주고 왔다. 아무리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한 해 보내자고 좋은 얘기를 해줘도.. 고양이는 그냥 자기 휴식시간에 방해를 받는게 못마땅한 듯 ㅋㅋㅋ
농장에서 사온 Ramps와 fiddleheads는 인간들의 저녁 밥상에 좋은 반찬이 되어 주었다. ramps 뿌리는 또 심을거니까, 잎만 잘라 생으로 고기랑 쌈 싸먹기로 했다. fiddleheads는 그래도 고사리류니까 생으로 먹으면 안되고, 살짝 데치거나 기름에 볶아서 간해서 먹으면 맛있다.
4월 24일
폭풍 파종데이가 밝았다. 사실 4월 중순이 딱 4 weeks before last frost date이었는데, 이 때 파종해야할 봄꽃과 채소들이 많았다. 이때를 여행가느라 넘겨버려서 마음이 급해진 나는 오늘 미뤄왔던 파종을 전부 마치기로한다. 어제부터 노랑 옥수수는 물에 불려놨었고, 지피펠렛도 재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한련화(nasturtium)는 companion planting에 빠지지 않고 추천되는 꽃인데, 작년에는 메리골드에 온 기대를 쏟느라 심지 못했었다. 올해는 Brassica류들을 많이 심을 예정이라, 달팽이나 다른 벌레들이 한련화에 한눈 팔아주길 기대하는 심정으로 왕창 파종했다. 남은 씨앗은 bed 귀퉁이나 bed 아래 화분에 심어 distraction을 줄 예정.. ㅋㅋㅋ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에는 한련화를 이렇게 길게 늘어뜨려서 중정에 걸어 놓는 전통(?)이 있단다. 지금까지 ISG museum 한 3-4번 정도 간 듯한데, 봄에 가본적이 없어서 못봤네. 우리집도 2층 창문에서 늘어뜨려 키우면 차고 문까지 이렇게 되어주려나? ㅎㅎ (물론 올해는 늦었겠지... ISG에서는 준비를 엄청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았다. 온실에서 늘여뜨려가며 키우는 과정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데.. ㅋㅋㅋㅋ 내년의 내 모습일까...?ㅋㅋㅋㅋㅋ)
목요일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쪽파김치를 미리 담가놓았다. 뒷마당에 쪽파가 그득하니 아까워하지 않고 쑥쑥 뽑아다가 슥슥 무치기만 하면 된다. 완전 자급자족까진 아니지만... 이렇게 여기에서 구하기 힘든 채소가 집에 있는 게 얼마나 기쁨인지 ㅎㅎ
4월 25일
오늘은 스위스에서 친구가 오는 날이다! 부부끼리 친한 친구인데, 둘다 종종 보스턴에 출장을 올때마다 우리집에 들른다. 내 요리를 엄청엄청 좋아해주는 애들이라섴ㅋㅋ 내 밥 먹으러 온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광어회다. 점심쯤부터 부지런히 H mart에 가서 활광어를 잡아 필렛을 받아왔다. (규정때문에 회를 바로 썰어주지는 못하고, 필렛으로 받아와서 집에서 썰어야한다) 후후, 파김치는 곁들임일뿐, 광어가 찐주인공이지.
새로 산 회봉과 엄마께 물려받은 한국도자기 십장생 에디션으로 플레이팅을 해보았다! 회봉은 아산도자기 제품인데, 안이 비어있어서 비닐봉지에 얼음을 채워 봉 안에 넣어주면 회가 내내 시원하게 유지된다. 너무너무 잘샀다는 ㅎㅎㅎ
소소하게 앞마당 히아신스와 튤립으로 꽃병을 장식하고, 회 주변 플레이팅도 히아신스 꽃송이로 해주었다.
쪽파도 한 움큼 더 뜯어다가 쪽파강회도 마지막에 추가 ㅎㅎ 차가운 메인메뉴는 광어회, 따뜻한 메인메뉴는 쭈꾸미 목살 볶음이다! ㅎㅎ 다행히 간도 잘 맞고, 광어도 신선해서 완전 대성공인 저녁이었다. 파김치도 친구가 무척 좋아해줘서 매우매우 뿌듯했다는 +_+ 이 맛에 농사 짓고 요리하지 우후후
이 날 친구 오기 전에 했던 것 1. 감자심기!
물론 늦었다 ㅠ 여행가기전에 심고 갔어야 했는데 미적미적 미루다가 이제서야 심는다. 근데 뭐 내가 어디 출하해서 뭐 할것도 아니고.. 시기 꼭 맞출 필요 없다 ㅋㅋ 어차피 Grow bag에 키울거니까 생육기간 모자라면 들고 보일러실 들여놓지 뭐.. ㅋㅋㅋ
품종은 Huckleberry gold. 구매처는 Baker Creek (내가 먹여 살린다 이 회사..) ㅋㅋㅋ 고구마랑 Russet 감자를 같이 주문했는데, Russet은 나중에 품절됐는지 환불해줌ㅋㅋ
일반 씨감자보다 훨씬 작은 콩알만한 사이즈의 감자던데, Micro tuber라고 부르더라. 작아도 싹나고 커지고 하는건 다 똑같이 되는 모양이다.
이 날 친구 오기 전에 했던 것 2. 대파 모종 심기!
가을파종한 애들보다는 야들야들하다. 이게 대체 몇번째 대파 모종이란 말이냐.. ㅋㅋㅋ 얘네는 새로 파종한 애들인데 화분에서 방치(...)되다가 이제서야 베드에 심어지는 중.. ㅋㅋㅋㅋ 이놈의 게으름을 어쩐단말이냐. 아직 밤에는 서늘하니까... 클 시간 충분하겠지. 늦게 정식해줘서 미안하다~!! 무럭무럭 자라다오
이 날 친구 오기 전에 했던 것 3. H mart 모종 구경
광어회 뜨러 H mart 벌링턴점을 다녀왔는데, 모종이 나와있더라. 이미 한 4월 중순부터 나와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ㅋㅋ 모종 상태가 꽤 괜찮은것도 있고 이걸 모종이라고 판다고?? 싶은 것도 있다. 작년에 비해 모종 종류는 많이 늘어난것 같다.
미나리 애타게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Hmart에 미나리 수급이 꽤 안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모종판매까지 하기 시작했다.
파 모종은 무척 상태가 좋더라. 우리집에 방치해놓고 키운 애들 상태랑 비교된다 ㅋㅋㅋㅋ
근데.. 꺳잎은... 이걸 모종이라 할 수 있는가? 그냥 방금 발아한 깻잎 새싹 아닌가? ㅋㅋㅋㅋ 그리고 언제 내다심을 수 있는지 안내해주는 팻말 하나 있음 좋겠는데 ㅠㅠ 그건 그냥 농부의 노파심 & 마트에 너무 많은걸 바라는 욕심일까 ㅋㅋㅋ
이 날 친구 오기 전에 했던 것 4. 돌나물 & 미나리 번식
H mart 모종을 쭉 둘러보면서 '나한테 없는게 없어!'라며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이 '그래 진짜 좋겠다'하고 웃는다 ㅋㅋㅋ 근데 진짜 좋다구 ㅋㅋㅋ 나한테 다 있어서 모종 안사도 되는겈ㅋㅋㅋㅋㅋ
특히 돌나물이나 미나리 같은건 집에 이미 키우고 있는걸 잘라다가 수를 늘려도 되니까 더 뿌듯하다 ㅋㅋㅋ
이 날 친구 오기 전에 했던 것 5. 청포도 삽목 관리
과산화수소로 드루이드 묘약을 만들어둔 뒤 청포도 삽목 가지에 생기는 곰팡이 예방 & 처치해주고 있다. 아예 화장실에 온도계와 함께 삽목가지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곰팡이가 필거 같을때마다 뿌려주는 중. 청포도 나무 그냥 사도 되지만 삽목 성공해보고 싶다아아아ㅏ아아아어랑너리ㅏ러 하나만 성공해줘...
밀린 일지 한번에 쓰느라 두서없고 정신없지만 뭐 대충 읽어주세요 ㅋㅋㅋ 마지막은 배 포장지 쓰고도 불평 한마디 없는 우리 착한 둘째놈 사진으로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