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지 포스팅 하나에 다 쏟아내기 ㅋㅋㅋㅋㅋ)
4월 8일
집에 오자마자 피어나기 시작하는 홀푸드표 가드니아. 덕분에 온 집안에 치자향이 가득하다. 잎도 빤딱빤딱하고 꽃도 펑펑 피어주니 얼마나 예쁜지, 15불에 이정도의 행복을 얻을수 있다니.
오전 내내 모종과 화분들을 애지중지 돌보고 있으니 고양이들의 불만이 쌓여간다. 오늘도 화분들 물시중 들고 있으니 자기 시중도 들라며 슬쩍 끼어드는 녀석.
점심쯤 되니 더 많은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한 치자. 원래 개화기는 6월쯤 아니던가…? 이렇게 확 다 피고 끝나는거 아니지?ㅋㅋㅋㅋ
실내 화분들 시중이 끝나고 바깥 식물들 시중들러 나왔다. 봄이 되니 전주인이 심어둔 지피식물이 집의 북쪽 그늘진 땅에서 잎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얘도 줄기에서 뿌리가 각각 나오고 퍼져나가는 식물이라.. 딱히 보기 싫은건 아닌데 그닥 예쁘지도 않다. 다만 너무 퍼져서 고민. 이사 온 첫해에 남편이 제초기로 다 조사(?)버렸는데도 몇해 지나니 기세를 회복해버렸다.
이사오고 2년 넘게 앞마당 수도꼭지 하나로 버티고 살았는데, 집 북쪽벽에 수도꼭지가 하나 더 있는걸 이제야 발견했다. 그간 수도꼭지 하나로 버틴 세월이 생각나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이제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다. 호스 꼬여서 물 안나오면 저 멀리 달려가서 다시 펴고 오고.. 물조리개에 물 담아 나르던 세월 이제 안녕... ㅋㅋㅋㅋㅋ
수도꼭지 연장 호스를 달고 앞에 끼우는 스프레이도 하나 거하게 질러보았다 (싼거임) ㅋㅋㅋ 여러가지 모드가 있어서 돌려가며 물 주는 재미가 있음. 호스 50ft 짜리 산거 같은데 여전히 좀 짧다. 연장선 25ft짜리 하나 더 사면 딱 맞을듯.
실내 모종 물시중 끝내고도 자기랑 안 놀아주고 바깥에 호다닥 나가 시간을 축내는 걸 보던 우리 공주님은.. 화가 많이 나셨다. 창문 앞에서 내내 울면서 들어오라고 잔소리 ㅋㅋㅋㅋ 아니 공주님 제가 안 하면 얘네 물은 누가 줘요..
이 날은 개기일식이 있던 날. 메사추세츠에서는 완전개기일식까지는 안 보이고, 90% 정도 가려지는 게 전부란다. 그래도 수십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고 하고, 주변 미국인들이 전부 호들갑을 떨어대서 우리도 한번 시간맞춰 나가보기로 했다. 특수 안경을 끼고 봐야한다던데, 급하게 당일 홈디포에 가서 물어보니 언제적에 팔던걸 지금 얘기 하냐는 표정으로 sold out이랜다. 인터넷 좀 찾아보니 셀로판지 20-30겹 겹쳐서 보면 된다기에 Michaels 가서 얼른 셀로판지 사옴 ㅋㅋㅋ
카메라에도 특수 필터를 장착해야 일식이 찍힌다고 한다. 셀로판지 대충 덧대어서 찍어본 사진의 퀄리티는 이게 한계임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해 하나(?) 잠시 가린다고 온 사방이 갑자기 팍! 어둑어둑해지는게 좀 신기했다. (유일한 광원이잖냐)
햇빛이 많이 필요한 식물들은 이 날 행복하지 않았겠다 라는 생각으로 마무리.
4월 9일
우리 옆집이자 길을 마주한 앞집은 landscaping company에서 와서 전문적으로 lawn과 조경을 관리한다. 근데 묘하게 우리집의 경계에 있는 애들은 잘 관리 안해주고, 신경도 잘 안 쓴다. 작년 말까지는 우리집쪽 펜스에 귀신같이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우리집 마당을 커튼 수준으로 덮으며 자라기도 했다. 그 전 해에는 넘어온 가지들이 너무 보기 싫어 우리가 전기톱을 사서 직접 잘랐다. 원래 넘어오는 가지만 막 잘라도 된다지만, 자르는건 그렇다치고 yard waste로 담고 내다놓기까지 해야하는게 무척 귀찮았다. 텔레파시로 이 가지들 좀 어떻게 하라고 눈치를 줬더니 (아무도 모를 나 혼자만의 조용한 눈치) 어느 날 가지를 몽창 다 잘라내더라.
앞마당 쪽 부분도 꽤 방치중인데, 여기저기 잔가지들을 어마무시하게 뿜어내는 큰 나무가 제일 거슬린다. 엄밀히는 우리 집에 삐져나오는 부분은 아주 적긴한데.. 저기에 낙엽이 어마어마하게 끼고 길 가는 사람들과 차를 엄청 찔러댄다. (우리 차도 무척 많이 찔림...) 전기회사에서 종종 나와서 전선에 닿은 부분을 자르는데, 내 맘같아서는 저 잔가지들 다 쳐내고 싶다. 계속 두는건 저 집 입장에서 뒷마당이라 신경 안 쓰여서 그럴 수도 있고, town 소유 나무라서 못 건드리는 것 같기도..
아직 frost date까지는 한달도 더 남았지만, 나름 frost hardy한 애들을 추려서 앞마당에 심어주었다. 일찌감치 내다놓은 팬지/비올라들은 sun burn & drought에 시달리긴 해도 추위에는 전혀 영향을 안 받는듯하다. 내년엔 4월 되자마자 내다심을 수 있게 일찍 파종해서 키울 예정.
급하게 poppy들도 내다 심었는데, 신경을 제대로 못 쓰고 키워서 애들이 비실비실하다. 과연 이식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고 활착해서 꽃까지 피워줄것인가...!
우체통 옆에는 내가 심은 적 없는 푸른 꽃이 피어났다. 일부러 사서 심은 Scilla의 사촌인듯한데, 내가 장미베드에 심어둔건 흰색이고, 이건 더 예쁜 파란색이네... 나 이거 왜 굳이 사다 심었나...?ㅋㅋㅋ
잡초 뽑아내다가 뿌리가 뽑혔길래.. 얼른 옆에다 옮겨 심어주었는데 그런 일 언제 있었냐는듯이 꽃이 피었다. 장미베드에 있는 애들도 가을이 되기전에 여기로 옮겨심어줘도 될 것 같다.
새로 온 작약뿌리들을 심어둔 베드 앞쪽이 휑해보여서 넘쳐나는 비올라 모종을 앞에 쪼롬히 심어주었다. 작약이 자라나면 빛을 가릴테니 작약 뒤쪽으로는 비워두었다.
앞마당엔 꽃과 나무, 뒷마당엔 채소를 주로 심는다. 암묵적인 미국 가드닝 룰인듯하여 나도 따르는 중. 뒷마당에도 frost hardy한 채소 모종들을 막 내다 심기 시작했다. 따로 화분에서 물시중 드는거 넘 힘들고 ㅋㅋㅋ 얘들도 커질대로 커져서 더 깊게 뿌리 내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월동이 성공할지 안할지 몰라서 패킷째로 뿌려둔 common chive들. 확실히 2년차 애들이랑 비교하면 얇고 야들야들하다. 얘들도 계속 월동시켜서 늘려나가야지. 나중에는 뒷마당 베드마다 chive 꽃이 피어 있으면 좋겠다.
엄마 가드닝하는 게 둘째놈도 영 마뜩찮은 모양이다. 창문에 어슬렁대고 계속 불러제낀다 ㅋㅋ 편하게(?)하라고 아예 창에 해먹을 달아주었다.
긴긴 노동 끝엔 아름다운 노동주가 필요하다. Vivian이 추천한 말보로 쇼비농블랑 쭉 사먹어보는 중인데 역시나 상큼하니 맛나다. 술잘알맛잘알 인정❣️
4월 10일
앞마당 구근&수국&작약이 있는 메인 베드 사이 빈곳들은 비올라 모종을 심어 채워주었다. 서리 정도는 거뜬히 이겨내는 녀석들이니 ㅋㅋ 아웃아웃ㅋㅋㅋ 게다가 실내 화분에 따로 따로 있으니 자리를 너무 차지해서…ㅋㅋㅋ
몸집들이 작아서 사이사이 쏙쏙 심어넣기 좋다. 다만 비올라가 꽃이 예뻐도 너무 작아서.. 내년엔 팬지 위주로 심을듯?
예쁘게 핀 크로커스들. 신기한게 새벽까진 꽃이 닫혀있다가 해가 나면 다시 피더라.
심어도 심어도 너무 많아서 ㅋㅋ 애매한 곁다리에도 줄지어 심어주었다. 근데 잔디 부분이랑 겹쳐서.. 조만간 다시 앞쪽 줄로 옮겨심을듯ㅋㅋㅋ
4월 11일
크로커스 꽃이 이른 아침에 닫혀있는거 찍어두려고 새벽부터 앞마당 베드로 나갔다. 이 크로커스는 줄무늬가 있어서 그런지 꽃이 닫혀있을때도 넘 예쁘다.
옆쪽에 심어둔 비올라 모종들이 잘 견뎌주고 있다. 보면 볼 수록 위치가 애매하네.. 이 글 다 쓰고 나서 당장 나가 옮겨 심어야겠다 ㅋㅋㅋ
앞쪽에 심어둔 애들은 잘 적응하는 중. 쪼꼬미 아이리스 사이사이 비올라를 더 심어줬는데, 아이리스 꽃이 지고 나니 공간이 많이 남네.. 역시 옆에 심은 비올라 다시 이리로 옮겨 심어줘야겠다.
크로커스 다음타자는 히아신스인가보다.
베드 오른쪽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부분에 심은 핑크 히아신스 꽃망울이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꽃대가 두개씩 올라오는 애들도 있다. 히아신스 꽃향기를 맡다보니 어릴때 엄마가 히아신스 구근 수경재배로 키우시던 생각이 난다. 내년엔 수경재배로 실내에서도 키워봐야지.
여담인데 여기는 구근을 플라스틱 수경재배용기에 안 키우는 모양이다.
어릴때 흔히 보던 이 용기를 어디서도 구할수가 없네;;
씨마늘 베드, 마늘 주아 심은 베드와 파 모종들도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다. German Hardy가 베드 앞쪽에 심었고 Wisconsin-Korean Red가 베드 뒤쪽에 있는데 German이 눈에 띄게 더 잘자라는 중 ㅋㅋㅋ
올해 심은 장미들도 뿌리활착이 잘 되고 있는 모양이다❣️새 순이 뾰뵹뿅 올라오는게 기특하다.
작년에 러너를 펑펑 쏟아낸 딸기들 덕분에 올해는 모종 과잉이다.. ㅋㅋ 나눔하겠다고 포트에 다 따로 담아두었는데 나눔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랑 스케줄이 안 맞아서 작은 포트에 있는 채 잠에서 깨어나는 중
뒷마당 raised garden bed에 심어둔 walking onion과 달래파들은 blood meal과 빗물 버프를 받아 펑펑 자라나는 중. 아직 너무 춥지만 이러다 또 금방 더워질 것 같으니.. 얼른 부지런히 뽑아 먹어야겠다.
양파들도 잘 자라고 있다. 눈에 보일만큼 빠르게 굵어지는 건 아닌데 생기가 있어진다고 할까;; ㅋㅋ 아직 더 심어야할 양파 모종들이 많은데, 자리를 마련 못해서 계속 화분에 두는 중이다. 이 베드 양파들 간격이 지금 보니 좀 먼거 같아서.. 사이사이에 더 심어줘도 되겠다 싶다.
내다 심어놓은 스위트피, 완두들도 잘? 지낸다. 완두는 꽤 잘 적응한 모양인데 스위트피는 시들시들. 완두 지지대 만들어줘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 완두들이 혼란스러운듯ㅋㅋㅋ 그와중에 몇몇 완두는 옆에서 크고 있는 파라도 잡고 자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데 그게 너무 귀엽네ㅋㅋㅋㅋ
칼솟이 spanish onion보다 잘 자라는 중. (근데 칼솟도 결국 스페인 양파이고.. 어쩌면 궁극적으로 같은 종일 것만 같음)
얼갈이 배추는 일찍 깨어난 달팽이의 어택을 좀 받은 모양이다. 어제 커다란 놈 하나 잡아서 처형했는데 아마 그놈 소행일듯. 알낳기 전에 미리미리 잡아 없애야한다.
일찍부터 내다심어도 된다던 fava bean 싹이 영 보이질 않는다. 콩과식물들은 발아도 빨리 되는거 아니었나.. 강화순무도 감감 무소식이라 왠지 이 베드는 날 서운하게 한다.
그래도 쪽파는 펑펑 자라주는 중. 한마디씩 자랄때마다 열심히 복토해주어야지.
브로콜리 모종도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릇파릇하게 잘 자라나고 있다.
지난 해 근처 농장 겸 마트에서 산 ramps, 미국 산마늘/곰파도 새 잎이 펑펑 솟아나는 중이다. 작년에 심어놨을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길이 없더니.. 월동 한번 하고 나니 강해져서 돌아옴 ㅋㅋㅋ
며칠 사이 앞마당 알리움과 튤립 잎은 미친듯이 커졌다. 둘다 잎 끝부분이 빨간색인게 귀엽네.
허니문 장미도 월동 후 강해진게 느껴진다. 심은지 1년째라 별다른 전지를 하지 않았는데, 이 속도로 자라면 올해는 지지대를 설치해줘야할지도.
4월 12일
크로커스가 생각보다 꽤 오래간다. 마당 구석구석에 스스로 돋아난 야생(?) 크로커스는 이틀정도면 다 졌던거 같은데.. 얘네는 어화둥둥 농장에서 키운 애들이라 구근이 더 튼튼한가? 싶네.
앞마당 최전방 아이리스들은 이제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얘야 말로 엄청 꽃이 오래 가네.. 내년에는 구근 번식도 해서 여기저기 더 풍성하게 꽉꽉 채워 피길...!
4월 15일
이때쯤 잠시 여행을 갔는데,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HJ언니께서 앞뒷마당 식물들을 구원하러 와주셨다. 그 와중에 사진도 넘 잘 찍으셔서 마당이 영 달라보이네 ㅋㅋㅋㅋ 허락 받아 블로그에도 업로드해본다 *_*ㅎㅎ
Scilla는 흰 꽃이 여기저기 펑펑 나오고.. 수선화도 꽃대가 올라오는 중!
귀한 시간 내어 앞뒷마당 식물들을 다 구원해주신 HJ언니께 무한 감사를... ♥
(애정결핍인 고양이 녀석들도 둥기둥기해주시고 가셨다... 그것도 두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