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메인 베드가 나날이 너무너무 예쁘다. 이렇게 4월내내 히아신스, 수선화, 튤립으로 행복할 줄 알았다면 지난 가을에 구근을 더 살걸 그랬다. (남편 등골 휘어지는 소리) 근데 매년 구근을 사모으긴 힘들것 같아서, 올해는 웬만하면 자연번식이 잘 되는 튤립 구근을 찾아보고 사야겠다.
수선화들은 분명.. 흰색에 분홍빛이 도는 애들이라고 해서 산건데 ㅋㅋㅋ 내가 잘못 집어왔거나 판매하시는 분이 박스를 뒤바꿔놨나보다. 가끔 햇빛이나 양분이 부족하면 원래 색깔이 안 나기도 한다는데, 그런 케이스인가? 가을엔 해를 더 잘 쬘 수 있는 곳으로 옮겨심어줘야겠다.
굳이 구근이나 작약, 수국을 베드를 만들어 심은 이유가 있다. 이사올때부터 우리집 앞뒷마당에 즐비한 잡초들 때문인데, 그 중에 가장 질긴놈들 둘이 보랏빛 꽃이 피는 Wild violet과 Creeping Charlie이다. Wild violet은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제비꽃 종류이고, Native plant이다. 꽃은 나름 예쁘지만 땅 속에 있는 감자같은 rhizome 때문에 번식력이 어마어마하고 질긴 생명력을 자랑해서... 나의 주적 1호로 거듭났다.
그냥 뽑으려고 하면 rhizome 부분은 땅속에 남기고 줄기만 떨어져 나오기 때문에, 박멸이 어렵다. 결국 특수 잡초 제거 장치(?)를 샀다. 그거만 배송오면 너네는 물리적으로 다 제거해주마 ㅋㅋㅋㅋ
제비꽃은 못 본척하고, 메인 베드에 예쁘게 핀 꽃들을 조심스레 수확해왔다.
집 안에 화병에 장식해두면 별거 아닌데도 참 기분이 좋고, 커피 마실때마다 구경하면 행복하다. 꽃을 사는거보다 이렇게 정원에서 직접 키운 꽃을 집에 장식하는게 얼마나 뿌듯하고 소소한 행복인지 ♥
예쁘다 예쁘다 하고 찍고 있었더니 ㅋㅋ 더 예쁜 애가 뾰로롱 식탁으로 올라왔다. 어디서 예쁘단 소리만 들리면 죄다 자기 얘기인줄 아는지.. ㅋㅋ 예쁜 거 옆에 예쁜애가 있으니 내 눈이 더 행복하네 ♡
근데 문제는 ㅋㅋ 화병 사진 좀 찍고 싶은데 도무지 비켜주질 않는다는 점이다.. 누가 고양이를 독립적인 생명체라고 했던가? 누가 페르시안 고양이가 혼자 있고 싶어한다고 했던가...? 사실상 둘째놈보다 얘가 더 엄마 껌딱지임 ㅠ
(자기 뭐 필요한거 있을땐 더더욱..)
요즘 날이 좋아 산책하기가 좋다. 남편이 먼저 산책가자고 자주 하는걸 보면 그런 모양이다. 우리 동네는 참 조용하고 사람들도 무던한편이라 좋다. 나름의 조경도 잘 되어 있고, 도로정비나 인도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참 좋다. 게다가 댕댕이들이 많은 동네라서 산책 한번에 꼭 댕댕이 4-5마리씩 만나는 것 같다. 강형욱의 당부대로 속으로만 '귀여워귀여워귀여워'하고 조용히 넘어가지만 누군가 관종 댕댕이가 있다면.. 치덕거려줘.. 티내줘.. 나도 댕댕이 만지고 싶어...!!!!
동네한바퀴를 돌고, 들어가는 김에 우체통 안에 있는 편지를 가지고 가려는데, 우체통 아래 샤스타데이지를 심어둔 곳에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싹들이 보인다. 여기는 작년에 키작은 메리골드(petite yellow marigold)들을 모아 심었던 곳이다. 꽃이 작게 다글다글하게 피다보니 씨앗도 엄청 생겨서, 채종한게 지퍼백 작은걸 가득 채울 정도였다. 채종하다 지쳐서 서리 이후에 맺힌 꽃은 그냥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뒀었고, 이후엔 가지째로 뽑아서 버렸었다.
자세히 보니 그 자리에 메리골드 새싹들이 다글다글하게 올라오고 있다. 사실 다른거 파종하느라 지쳐서 직접 채종한 메리골드와 방풍은 다시 파종하는걸 미루다가 시기를 놓쳤는데, 이렇게 알아서 나와주다니 ㅠㅠㅠㅠㅠ
이래서 메리골드는 한번 심으면 다시 뿌릴 필요없다고 하는걸까..? 아무튼 나는 너네가 너무너무 반갑고 행복하구나~
우체통 반대편 쪽에 파피, 아스터와 키큰 메리골드(Crackerjack) 등등을 심어뒀던 땅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혹시 여기도 알아서 파종된게 있지 않을까 하여!!!
아이슬랜드 파피 파종에 실패해서, 올해는 파피 볼 일은 없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알아서 나와주다니. 후후후 뿌린건 망하고 안 뿌린건 알아서 나오고 ㅋㅋㅋㅋ 이게 가드닝의 묘미지
새싹들이 잘 살아남길 바라면서, 가드너도 가드너의 일을 해야지.
마블칩을 깔아둔 베드 앞부분과 벽돌길 사이에 작은 울타리가 있음 좋겠다 생각해서 주문한 플라스틱 미니 펜스가 오늘 도착했다. 솔직히 한국에선 만원도 안할거같은 다이소 제품 비주얼인데, 나름 20불씩한다. 하하하.. 미친물가 미친나라 미국 ㅋㅋㅋㅋ
사실 마블칩이 좀 유실?되기도 하고, 흙과 모래가 삐져올라오기도 해서, 이 펜스를 설치하고 마블칩을 더 추가해서 쌓아줄 예정이었는데, 설치하고 보니 헐랭헐랭하고 약해서 마블칩을 더 넣는건 어려울듯...
남편이 스윽 나와서 보더니 '아주 비싸보이지는 않아'라고 한마디한다.
나도 알아 싼티나는거.......ㅋㅋㅋㅋㅋ
게다가 길이가 좀 모자라네...? 이걸 하나 더 시켜야한다니 ㅋㅋ
하나를 더 주문해두고, 나온김에 잡초를 좀 처리하고 들어가기로 한다.
이놈의 나무 새싹은 언제까지 나올건지, 꼴에 새싹이랍시고 숨어서 잘 있다가 살만한지 본잎까지 뿜어낸다. 후후.. 네가 그 자리에서 나무가 될 수 있을리가 없단다. 보는 족족 다 잡아뽑아버리겠어 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전 일지에서 계속 뽑아서 옮겨야겠다고 했던.. 애매한 곳에 심어둔 비올라를 드디어 옮겨심었다. 생각보다 비올라가 옆으로 많이 안 퍼져서 spacing을 과도하게 해준 부분이 머쓱해짐.. 거기에다 촘촘히 옮겨심어뒀으니, 서리올때까지 다글다글하게 꽃이 피어주면 좋겠네 ㅎㅎ
후 이놈의 마당은 파면 벌레가 나온다. sevin powder 한번 살포했는데도 땅속으로 침투가 다 되진 않았나보다. 아니면 다 죽고 더 깊은 곳에 있던 애들만 살아남은걸까나... 얘네는 땅속에서는 또르르 몸을 말고 있다가 때가 되면(?) 땅 위로 나오는데, 이렇게 일찍 파내버리면 꿈틀꿈틀 다시 땅을 찾아 들어가려고 한다.
우리 앞마당 흙에 다시 들어가는걸 두 눈 뜨고 볼 수는 없지.
차 다니는 아스팔트 길로 하나씩 다 던져버렸다. 운이 좋은 새는 지나가다 발견하고 포식할거고, 아니면 차가 처리해주겠지 후후.... 너네는 낫 웰컴 인 마이 가든이다 이 말이야
앞마당은 이 정도로 하고, 특수 잡초제거 도구가 도착하면 더 이어가기로 했다. 집에 들어와서 커피 한잔 하려는데, 뒷마당 끝 펜스 아래에서 이상한 풀이 자라나는게 불현듯 보인다.
커피도 못 내리고 뒷마당으로 돌진...
가까이 가서 보니 저번에 구글 이미지 검색 녀석이 '고구마야!'라고 했던 그 작물이다. 아무리 봐도 고구마는 아니다 얘..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대체 언제 이렇게까지 큰거지? 저번에 분명히 눈에 띄는건 다 뽑은거 같은데...?!
보아하니 우리와 펜스를 맞대고 있는 뒷집 마당에서 넘어온 것 같다. 그 집 마당은 이게 주류인가봐요.. 우리집 크리핑찰리랑 바꾸실..?
생각보다 뽑아내는건 쉬웠다.
옆에서 뭐가 퍼덕퍼덕 거려서 보니 두꺼비? 개구리?가 잡초보고 미친듯이 달려온 나때문에 놀라 열심히 도망치는 중이었다. 미안해.. 너를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ㅋㅋㅋㅋ
구글이 고구마라고 했던것에 비해 아이폰의 사진 인식은 꽤 정확하다. 앨범에서 사진 찍은 날짜를 확인하던 중 발견한 식물 분류 상으로는 'garlic mustard'라고. 한국어로는 마늘냉이라고 부른단다. 냉이라는 이름이 붙은게 신기해서 혹시 먹는건가 하고 찾아보니 어린 잎을 페스토로 만들어 먹기도 한단다. 다만 커질수록 독성(청산가리..!)을 나타내서 익혀먹거나 먹지 않아야 한다고. 그래서 동물들이 기피하는 식물이란다.
Garlic mustard들을 모두 캐내어 잘린 나무 밑둥 위에 올려두었다.
다시 뿌리내리거나 할까봐 땅에는 못 놔두겠어 ㅋㅋㅋ
마늘냉이를 해결하고, 뒷마당에 나온 김에 일을 하나 더 하고 들어가기로 한다. (나 게으른거 맞나..?) 미뤄뒀던 완두 trellis 만들기. 재료는 cooking twine와 garden staple, 가위 그리고 모기약이다. 요즘 모기가 기승이라 반바지 입고 베드 사이에 쪼그려 앉아있다가는 다리가 완전 모기들 브런치맛집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ㅠ
정작 trellis 만들고 나서는 사진 찍어둔게 없네;; ㅋㅋㅋ 다음에 좀 더 자라면 사진을 찍어놔야겠다.
그리고 뒷마당 한켠에, 아이슬랜드 파피 씨앗이 발아했다고 강력하게 믿었던 그 새싹은 아무리봐도 파피가 아닌것 같다. (아니면 오열각이라고 했는데 오열중ㅋㅋㅋ)
구석에 낙엽을 미처 다 못 치운 곳에서는 크리핑찰리가 어김없이 올라와 보랏빛 꽃을 피운다. 난 원래 보라색 좋아하는데 얘랑 와일드바이올렛 때문에 점점 싫어지려고 해... ㅋㅋㅋ
발아가 잘 안되는것 같아 걱정했던 펜넬은 날이 좀 풀리니 매섭게 올라온다. 서로 의지해가며 자라라고 일단 저대로 좀 키우다가 본잎이 나오면 솎아주어야지.
대파 쪽파 베드에 흙을 채울때, 기존에 있던 흙을 퍼다 넣기도 했는데, 그 안에 시금치와 상추 씨앗이 섞여있었나보다. ㅋㅋㅋㅋㅋ 갑자기 뜬금없는 새싹이 올라와서 보니 시금치네.. ㅋㅋㅋ (상추는 위치가 애매해서 뽑아버림) 추울때 파종해도 싹이 잘 나온대서 파종했다가 감감 무소식이길래 그냥 흙을 여기다가 섞어버린건데, 나오랄땐 안 나오고 엄한데서 나오는 아이러니.. 역시 가드닝의 묘미.... (라고 포장해본다)
시금치 구경을 끝으로, 집에 들어와 커피 한잔 한뒤 불현듯 해바라기와 로젤 솜파종 씨앗들이 생각나 얼른 화분에 또 심어주었다. 이렇게 게으른 내가 뭐 키우고자 하는 욕심이 이렇게 많다보니 점점 몸이 힘들어 지는 느낌..ㅋㅋㅋㅋㅋ
4월 30일
지하실 가든에서 키우던 미나리가 좀 시들시들한 것 같아, 굵은 가지들을 잘라내 revival plan을 시작했다. 굵고 튼실한 애들을 골라 균일한 길이로 자르고, 깨끗한 물에 물꽂이를 시작했고, 오늘로 한 열흘정도 물을 갈아주며 기다려주었다.
굴러다니는 화분을 가져다가 얼마없는 흙을 넣어주고, 마디 아래부분을 잘라 모든 가지의 높이를 똑같이 해서 흙에 꽂아주었다. 이대로 뿌리를 더 튼실하게 내리고 큰 화분으로 옮겨줄 예정이라 흙은 적당히 마디가 덮일정도로만 더 넣어주었다. 해가 잘드는 곳에서 물받이에 물을 담아 습하게 키우고, 잎이 더 펑펑 올라오고 나면 옮겨심을 예정.
파종한 허브들은 서서히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쑥갓이나 샐러드채소들도 머리를 올린다. 본잎이 펑펑 나오고 나면 바깥에다 바로 옮겨심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