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스위스 친구가 사다준 Laderach 초콜렛으로 시작하는 하루. 남편이나 나나 단찔이지만 Laderach는 유럽살때 추억 때문인지, 조금 덜 달아서 그런지 잘 먹는다. 향긋한 히아신스 향을 맡으며 달콤한 초콜릿에 커피 한잔 시원하게 내려먹으니 어디 나가서 큰돈쓰고 먹는 브런치보다 행복하다 ㅎㅎ
앞마당 허니문장미 베드에 있는 수선화가 피었다. 살때 라벨에서는 분명 흰색/분홍색 배색이라고 했는데...? ㅎㅎㅎ 왜 연노랑 진노랑 배색으로 피어나는 지는 모를일.. 잘못 집어왔거나, 일조량이나 양분이 부족해서 제대로 색감이 안 올라왔거나? ㅎㅎ
튤립/히아신스/크로커스/알리움이 있는 메인 베드는 형형색색 핀 꽃들로 눈호강 대잔치 상태가 되었다. 알리움도 잎이 엄청나게 커지는 중이다. 언제쯤 꽃대가 올라오려나?
낮에 나가보면 영락없는 봄날씨이고, 조금은 덥기까지한데 날씨예보에는 'Freezing alert'가 떠있다. 밤에는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질 예정인가보다. 뉴잉글랜드 가드너에겐 당황스럽지 않은 일이지.. 이러니 내가 대부분의 채소 모종은 5월중순 이전에 내놓을 생각조차 못하는거...
밖은 얼어붙든가 말든가, 우리집 고양이 녀석들은 봄햇살을 만끽하며 아침잠을 늘어지게 주무신다. 요즘 바빠서 나도 남편도 잘 앉아보지 못하는 거실 의자들도 덕분에 고양이들이 돌아가며 차지하는 중이다.
날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웬일로 남편이 먼저 산책을 나서자고 한다. 우리 둘다 너무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Vit D 부족인데, 고용량 Vit D를 때려먹는거 보다 사실 30분 정도 산책하는 게 더 좋아서.. ㅎㅎ 산책하자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더 반갑다.
봄이 와서 그런지 온 동네가 꽃밭이고, 사람들이 모두 가드닝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원래 가던 산책길이 아닌 곳으로 걷던 중에 난생 처음 노랑 목련을 봤는데, 향기도 좋고, 색감이 병아리 같아서 참 예뻤다.
산책 후에 남편을 먼저 들여보내며 ‘마당에 물만 주고 들어갈게’라고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앞마당에 샐비어(Salvia) 모종까지 내다 심고 있었다. 가드닝 작업이란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는 노동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샐비어 품종은 Baker Creek(Rareseeds)의 Sirius Blue Salvia. 팬지/비올라만큼이나 많은 양을 파종했고 과습이나 건조에도 강해서 100% 살아남았다. 여기저기 나눔할때 껴서 보내기도 했는데도 아직 한 30여개가 남은듯..
정식 시기를 알아보려고 다시 검색했다가 Frost hardy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화분에 모아 심어뒀던 일부를 내다 심기로 결정했다.
장미가 대부분 붉은 계열이고, 샐비어는 키가 큰 파란 꽃이 피니까 장미베드 아래 심어두면 색 배열이 예쁠 것 같다. 못난 테두리는 여기저기서 주워둔 하얀 조약돌을 쫌쫌따리 놔두는 것으로 가려본다.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는 '안 들어와?'하고 묻는다. 머쓱해진 나는 '어~ 금방 들어갈게~'하고 말했지만 말고 달리 결국 뒷마당까지 진출... 왜냐면 오늘은 강화순무 새싹 솎아주는 날이니까 ★
순무나.. 배추 같이 1000립씩 들어있는 패킷의 문제점은 괜시리 부자된 느낌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진짜 부자는 많을수록 아끼고 효율적으로 쓸텐데, 씨앗 패킷 하나 두둑하다고 부자된 느낌이 드는 헛부자는 파종시 아주 자애로워진다. 고랑을 파고 일자로 쭉 순무 씨앗을 쏟아 부을때의 나는 미래의 내가 이렇게 하나씩 솎아줘야한다는 사실을 생각이나 했을까?
양배추와 얼갈이 배추에 슬슬 구멍이 나기 시작하는 걸보니, 달팽이가 깨어난게 분명하다. 저번에 하나 큰놈 잡아 족쳤는데 아무래도 몇마리가 더 있는 모양이다. 이것들 알까기 전에 족족 잡아 없애야지. 밤에 플래시라잇들고 나와야 하나..
Brassica류 작물들을 많이 심어놨는데, 아직 애벌레 나올 시즌 아니라 청정 가드닝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달팽이가 쓸데없이 부지런하네-_-;
샐서피는 달팽이에게서 안전할까? 요즘 내 가든베드에서 가장 내가 애지중지하는 새싹인데.. 유독 발아율이 낮고 발아해서 나와도 씨앗껍질을 꺼벙하게 달고 찌뿌둥하게 기지개를 켜고만 있다. 자라는 속도도 영.. 내 성에 안 참... 근데 달팽이가 건드린다? 못참지.. 샐서피 건드리는 민달팽이 삼족을 멸할것.
원래 심은 양파 사이사이에 심은 양파모종도 잘 자리 잡고 있다. 어째 미리 심은거랑 뒤에 심은거랑 굵기 차이가 없냐.. ㅋㅋㅋ 좀 더 일찍 정식했어야했나..? 25도 넘어가면 생육이 멈춘다는데, 예년에 비해서 기온이 빠르게 높아지는게 느껴져서 좀 마음이 급하다.
다른 베드의 새싹과 월동작물들도 잘 지낸다.
얼마전 아마존에서 역대급으로 세일 중인 레인배럴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던 100불대 제품.. 웬일인지 70불대에 무료배송으로 팔고 있었다. 홀린듯 결제...! 50몇불짜리 받침대도 있는걸로 알고 있지만.. 굳이 6만원짜리 받침이 필요할까 싶어서 과감히 패스. 나중에 뭐 아무 박스나 밑에 끼워 올려놓지 뭐 ㅋㅋㅋ
오잇.. 근데 거터에서 내려오는 파이프 연결부분은 같이 안 들어있네 ㅋㅋㅋㅋ 그건 따로 사야겠다.
물만주고 들어간다던 와이프는 왜 이렇게 집에 들어가기가 어려운가... 결국 집 사이드에 있는 마늘베드까지 진출했다. 마늘 주아 싹들도 사이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좀 솎아줘야겠다 싶어서.. ㅋㅋㅋㅋ
마늘 주아 솎아주는 중.. 아직도!!! 나무 싹들이 있다. 사이사이 요령있게 숨어서 자라고 있었나보다. 세상에 대체 씨앗이 몇개나 떨어진거냐고.. ㅋㅋㅋ 꼴에 본잎까지 나왔다. 마늘 먹으라고 뿌려준 비료 너네가 쳐먹고 컸냐...? ㅋㅋㅋ
직선으로 펑펑 잘 자라는 애들이 아까워서 솎아주는둥 마는둥 했는데.. 더 크면 오늘 솎은거 10배는 더 솎아줘야 자랄 자리가 생길거같음.. ㅋㅋㅋ
너무 오래 나와있었다는 생각에 마늘 주아 솎기를 끝으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집안에도 돌봐야할 식물이 드글드글하고요...? ㅋㅋㅋ 현관에 들어서니 남편이 '고양이들이 엄마없다고 애옹애옹 잔소리가 많았다'고 일러준다. 이 녀석들 있을때는 업신여기면서 없으면 왜 난리야 ㅋㅋㅋㅋ
지하실에 키우는 달리아는 아무래도 정식시기를 한참 지난거 같다. 화분에서 키우는데 한계가 있는거 같은데 ㅋㅋㅋ 1월부터 냅다 파종해서 키우다 보니.. 아무리 pinching을 많이 해줘도 이제 거의 숲을 이루고 있다. 계속 pinching하면서 잘라낸건 삽목하고.. 삽목하면 하는대로 또 족족 성공해서 뿌리가 나오고요..? ㅋㅋㅋㅋ 내년 이후에는 더 이상 달리아 씨앗이나 bulb 살일 없을 것 같다... 너무 늘어난다고요....
4월 27일
남편은 늘 일에 치여 사는 사람이지만 일년에 두번 미친듯이 더욱더욱 바빠지는 시기가 있는데, 5월과 10월이다. 모든 회사가 그러하듯 올해 계획 세우기 한번, 중간점검 한번씩 해야하기 때문에... ★
남편이 바빠지기 전에 오랜만에 도시(!) 데이트를 다녀오기로 했다. 남편은 '나떄문에 밖에 자주 못나가고 집에만 있어서 미안해서...'라는데 ㅋㅋㅋ 미안해 남편.. 당신때문에 못나가는게 아니라 케어할 동식물이 너무 많아서 안나가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오늘의 데이트는 야구장 ♥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레드삭스 구장인 펜웨이파크! 오늘의 경기는 시카고 컵스랑 하는 2차전이었다. 찾아보니 전날에는 7-1로 졌어서 오늘 리벤지해야한단다 ㅋㅋㅋ 가는 길에 탄 우버 드라이버가 야빠여서 이것저것 많이 설명해줬음 ㅋㅋㅋ 홈런타자는 테리 오닐, 기대주는 바비 어쩌구.. ㅋㅋ
남편이 생애 처음 야구장에 가는거라고 해서, 엄청엄청 좋은 자리로 예매했다. (그 핑계로 ㅋㅋㅋ)
홈팀 더그아웃 바로 뒤라서 진짜 선수들 모공까지 보임.. ㅋㅋ 내가 선수들을 이미 덕질중이었다면 무척 설레고 신날 자리였을텐데 아직 나에겐 모르는 애 옆에 모르는 애.. 상태여서 좀 아쉬웠음 ㅋㅋㅋ
이 날 야구는 무려 ㅋㅋㅋㅋ 17대 0ㅋㅋㅋㅋㅋ으로 이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홈런 2방에 3루타를 동네마실가듯 때려내서.. ㅋㅋ 시카고 컵스가 불쌍해보일 지경이었다. 나중에는 투수도 아닌거 같은 애들이 나와서 양팀 모두 설렁설렁 던지는게 보였음. KBO는 약간 수비실수도 하고, 투수들 구속도 빠른 애 있고, 기교파있고 해서 인간미 넘치는데, MLB는 죄다 강속마구 던지는 애들이 선발이고, 수비도 빈틈이 없어서 인간미 같은건 없었다. 대신 압도적인 경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음. 최강야구 보다가 프로경기 보는 느낌이랄까...?ㅋㅋㅋ
90년대 후반 프로야구의 신바람 빠따야구 느낌이 나는 경기였다. 보스턴에서 신바람야구라니 ㅋㅋㅋㅋㅋ
펜웨이파크가 오래되긴 했어도 무지무지 커서 여기저기 게이트가 많더라. 돌아가는 우버를 타려면 게이트에서 멀어져야겠다 싶어서 걷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계속 게이트가 나옴 ㅋㅋㅋㅋㅋ
덕분에 산책 시작. 경기때 떄려먹은 맥주 2캔의 더부룩함이 20분 정도 걸어 다니며 겨우 내려갔다. 날씨도 너무너무 좋고, 경기도 호쾌하게 이겼고 산책길에 있는 꽃나무들도 너무너무 예뻤다.
산책 중에 본 핑크밤. 홀린듯이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찍으니, 남편이 '저건 누구 동상이야?'하고 묻는다. 나는 '몰라? 난 그냥 밑에 튤립 보고 찍는건데...?'하니까 피식하고 웃는다.
경기 이겨서 좋고 날씨 좋고 기분좋은 좋좋좋 상태가 되어서 집에 들어가기 아까웠다. 결국 남편을 살살 꼬셔 우리의 방앗간인 이자카야에 들러 저녁을 먹고 집에 가기로. 여긴 너무 자주 와서 그런가 예약없이 들어가도 우리 얼굴을 바로 알아보고 반겨주고 바로바로 자리를 만들어준다.. ㅋㅋㅋㅋ
하이볼 3잔을 연거푸 먹고, 열심히 안주 파이터한 뒤 부른 배를 부여잡고 집에 돌아왔다. 남편이 바빠지기 전에, 그리고 내가 본격적인 수험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멘붕방지용으로 데이트하자! 했던 날이었는데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완전 행복한 날이었다 ♥
그치만!!
아무리 배부르고 행복하게 취했어도 내 새싹들 잘 크고 있는지는 보고 자야지!!
Calendula Zeolight 꽃망울도 올라오는 중이다. 2-3일내에 예쁘게 피어날듯. 날이 얼른 따사로워져서 밖에 심어줄 수 있었으면~
침실에서 솜파종 중인 해바라기들은 3일만에 뿌리가 뿌빠뿌빠박 나와있네 ㅋㅋㅋ 껍질 두꺼운 애들중에서는 해바라기 뿌리가 제일 빨리 나오는 거 같아...
올해는 캐모마일, 카렌듈라, 히비스커스(로젤) 티는 직접 키워 마셔보겠다고 생각중. Roselle은 calyx라는 빨갛고 동그란걸 어릴때 수확해서 먹는거라고 한다..! 뿌리도 뿅뿅 잘나오고, 새싹도 무척 예쁘다고 한다. 무궁화, 금화규, 오크라 이런 애들이랑 비슷한 모양의 꽃이 핀다! 집에 넷 다 키우고 있으니 ㅋㅋㅋㅋ 나중에 다 모아서 꽃모양 비교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