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아무것도 안했는데 왜 벌써 5월인가... ㅋㅋㅋ
그래도 부쩍 따스해지는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훅 추워지고 가끔 눈도 오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봄날씨가 되어가는게 어디야.. 겨울 내내 흐리고 어둑어둑하지만 한 2개월 빼곤 흐리고 비오던.. 런던살때랑 비교하면 비교도 안될정도로 화창하고 아리따운 봄이다.
5월을 알리는 첫 꽃이 실내에서 피었다. 건물사이에 피어난 장미도 아니고, 지하실에서 피어난 카렌듈라다. 품종은 Botanical Interests의 Calendula zeolight. 얘도 씨앗 패킷에는 좀 더 핑크색이었던것 같은데 ㅋㅋ 왜 노랑빛만 띄는지.. 나는 분홍꽃을 사서 다 노랗게 피우는 재주가 있는건가?
풋고추 모종을 너무 일찍 만들어서 그런지 지하실 화분에서 고추가 계속 열린다. 덕분에 채소값 비싼 겨울에 종종 고추가 데코레이션으로 필요한 때마다 수확해서 잘 먹고 있다.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실내 가드닝을 한다면 가장 뽕을 뽑을 수 있는 시기는 겨울이다. 한 10월쯤 깻잎 파종하면 한인마트에 깻잎이 실종되는 2월말, 5월중순쯤에 맘놓고 펑펑 따먹을 수 있고, 비싼 풋고추도 이렇게 집안에서 따먹을 수 있다. 꽃모종들이 다 바깥으로 나가면 베드에 다시 흙을 채워 무와 배추를 1년내내 키워먹어볼 예정이다. 웬만하면 씨앗도 succession planting해서 지속적인 공급을 해볼 생각 ㅋㅋㅋㅋ (포부는 항상 크다)
궂은 날씨에도 마늘은 하루가 다르게 펑펑 자라나는중이다. German hardy가 더 크고 굵게 자라고, 뒤에 있는 Wisconsin Korean red는 조금 더 왜소한 느낌이다. 한국 농사 블로그들을 보니까 벌써 홍산마늘은 마늘쫑이 올라오던데, 위도 차이를 고려하면 여기는 한 보름쯤 후부터 Garlic scape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마늘 농사가 처음이다 보니 시기가 감이 안 잡히네.. ㅋㅋ Scape가 올라오면 그때부터 웃거름을 줄수가 없으니, 얼른 마지막 웃거름을 챙겨줘야겠다.
아래 사진의 왼쪽 위가 German hardy, 오른쪽 반절이 Wisconsin Korean Red. 이렇게 세력 차이가 날 줄 알았으면 German hardy에 공간을 더 줄것을..ㅋㅋㅋ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올 가을에는 German hardy 위주로 구매할듯하다.
튤립베드의 키다리 노랑 튤립이 드디어 피어나기 시작했다. 물 줄때도 꽃잎에 행여나 닿을까 미스트 모드로 해서 줄기 아랫쪽으로 살금살금 주었는데, 나의 정성을 알아봐주고 싱싱하게 핀다. 튤립을 다 같이 심었는데도, 시차를 두고 피어나는게 재밌고 또 고맙다. 한번에 확 피고 졌으면 베드가 심심했을텐데, 현관에서 가까운 오른쪽에서부터 피어주니까 오랫동안 눈이 즐거워서 좋다.
작년에 처음 심어 월동시킨 코랄/화이트 작약들도 꽃망울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심어둔 작약만큼 가지가 많거나 튼실하고 크진 않지만 첫해에도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게 기특하다.
다람쥐가 밥먹듯이 파헤치는 작물 이름표..
드디어 수선화 이름표를 찾았다 ㅋㅋ 나는 분명 저 그림을 보고 샀고요...?
구근 작물치고 한 봉지에 무지무지 혜자롭게 많이 들어있던 Scilla.
둘러보니까 내가 안 심은것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번식력이 왠지 wild violet 수준일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왜일까 늘 궁금했는데, 오늘 이 베드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얘네가 구근 작물인데, 구근으로 번식하기도 하지만 씨앗으로 번식하기도 한다네....? 저 동글동글한게 seed pod들인데 빨갛게 익으면 팡팡 터지고.. 거기서 셀프 파종이 되고..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ㅋㅋㅋㅋ 3년이면 꽃이 핀단다. 자르던가 지퍼백을 씌워놓고 씨를 받던가 해야겠다; 너네는 일단 옮겨심는건 확정이야..
이 베드에도 수선화 옆에 살포시 숨어있던 나무 씨앗.
진짜 너 나랑 싸우자.
장미가 5월의 여왕이라는데, 5월이 되어서 그런가 한층 더 싱그러워보인다.
해국도 펑펑 잎을 피워내는 중인데, 겨울에 새순이 올라오고 있을때 괜히 헤집어서 얼어 죽을까봐 걱정한게 무색할 정도의 세력이다. 해국이 좋은 점이 여름 꽃 다 피고 지고 나면 가을쯤 하얗고 예쁜 꽃을 피워낸다는 점이다. 가을쯤 되면 어디가 가장 휑할까, 어디가 가장 꽃이 없어서 아쉬워보일까 고민하는 중이다. 기세가 좋고 월동을 잘하니까.. 더 크게 키우려면 아무래도 땅에 옮겨심어줘야할 것 같아서 말이다.
원래 있던 작약은 거의 숲이다. 숲.
제일 큰 사이즈 토마토 케이지 씌워주길 잘한듯.
지난 해는 꽃이 피고 나니 무거워서 땅으로 다 굽어지고, 꽃이랑 가지에 흙이 묻어서 금방 물러버렸었다. 덕분에 흰가루병도 걸리고, 여러모로 볼품 없었음. 올해는 지지대 안에서 모여서 예쁘게 피어나기를.
옮겨심은 수국도 새순이 잘 나온다. 잎끝이 좀 타는데 ㅠ 이거 비료 과잉인가.. 물을 더 자주 줘야하나? 작약이 물 고이는걸 싫어해서 눈치보느라 수국은 맨날 잎만 축축해지는 정도로만 물 주는데.. 제대로 안 알아보고 작약이랑 수국을 한 베드에 심은 나 반성해.. ^^
5월 중하순에 옮겨심을 예정으로 폭풍 파종한 오이 호박 상추 참외 옥수수 잎들깨 수박들이 잘 자라고 있다. 복수박은 싹이 잘 올라오는데 애플수박은 소식이 없음. 잎들깨는 싹이 잘 올라오는데 시소(적자소/청자소)는 소식이 없다. 수세미들도 조금 느리지만 이제야 겨우 꽁지들이 머리를 올리는 중. 나눔 받은 한국 레어템 씨앗들이 많은데, 올해 처음 길러 보는 애들이 많아서 두근두근 ㅋㅋ
지하실 가드닝이 참 좋은게, 실내에서 뿌리파리나 집게벌레 외에는 병해충에서 자유롭다. 근데 지하실 가드닝이 참 힘든게 ㅜㅜ 고양이들이 내가 거기 들어가서 오래 뭘 하고 있으면 목 놓아서 엉엉 운다... 자기도 들여보내달라고; ㅋㅋㅋ 집에서 자기들이 못 가는 곳이 있는걸 못 참는거 같기도 하고.. 첫째도 둘째도 한번씩 대탈출해서 가봤었던 곳이라.. 다시 또 가고 싶은가보다; 얘네를 위해서 이케아 룬넨이라도 사서 깔아줘야할까나.. ㅠㅠ
이 날 웃겼던 에피소드 하나(나만 웃길 시 오열)
아보카도 씨앗 비닐백에 넣어서 발아시키는 팁을 줬던 친구 쫑이가 요즘 가드닝에 재미를 붙였다. 한국에 살땐 내가 여행갈때마다 우리 고양이들을 맡아주던 친구였는데, 요즘은 가드닝 얘기를 나누면서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 ㅋㅋ
그런 쫑이가 갑자기 나에게 흙값을 물었다. 나 어제 타겟에서 흙 겁나 질렀는데.. 얘가 나 사찰하나 싶었음.. ㅋㅋㅋ 흥분해서 돠돠돠돠 대답하고 보니 나 너무 덕후같아...
아무리 흙을 많이 사도.. 레이즈드 베드를 전부 흙으로 채우는건 내 기준 만수르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하핰ㅋㅋ 결국 나는 집에 남아도는 (뭐 좀 그만 사) 박스를 모조리 갈갈 갈아서 베드 안을 채워넣기로 했다. 이제 나뭇가지도 다 떨어졌고 낙엽도 없어서 잉잉..
5월 2일
아침부터 파쇄기를 바쁘게 돌렸다. 박스를 갈아서 베드를 채울 것들을 만들려고 ㅋㅋㅋ 문제는 파쇄기가 과열되면 30분씩 쉬어줘야하는데, 이걸 세번 했다는..ㅜㅜ
호박과 오이를 심을 베드에 박스를 잘 갈아서 넣고, (아래는 다행히 낙엽이 있음) 그 위에 타겟에서 배송 온 흙을 채워넣었다. 히히 새로 사본 브랜드의 흙인데.. 원래 사던 Kellogg 흙 보다 좀 더 부피가 빠방하고 포슬포슬한 느낌이다. 봉지 안에는 엄청 드라이하게 들어있어서 봉지 자체를 부피에 비해 가벼운 편. 근데 물을 머금으니까 부피가 더 늘어나고 일반 흙보다 엄청 무거워지더라. 덕분에 몇봉지 안 넣어도 베드가 꽉차는 느낌이라 맘에든다 ㅋㅋㅋ Yucca가 들어가있다는데.. 약간 코코피트 같은걸까나.. 배수가 잘될거같아서 기대중. 흙에 대한 평가는 물론 작물을 최종적으로 키워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Fava bean들도 점점 새싹이 커지는 것 같아, 옆으로 퍼지기 전에 늦지않게 지지대를 세워주기로 했다. fava bean은 강화순무랑 나란히 심겨져 있어서, 까만 지지대를 박아주기는 어려웠음. 그냥 가든 스테이크들을 연결해서 베드에 깊숙이 꽂아주는걸로 대체했다.
근데 꽂아두고 보니 순무가 자라 구가 비대해지면 이 지지대가 걸리적거릴 것 같아, 막대를 좀 더 베드 양 옆으로 옮겨주기로 했다.
펜스에 걸어뒀던 부엉이도 데려다가 걸어주었음 ㅋㅋ 근데 나중에 보니까 칩멍크 녀석이 이 베드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더라.. ㅋㅋㅋ 다람쥐들은 쫄지도 않는데, 괜히 벌레 잡으러 온 다른 새들만 겁주는거 아닐까; 나중에 걷어내야겠음 ㅋㅋ
5월은 5월인가보다. 점점 이웃집 나무에 녹음이 짙어지는걸 보니.. 으으.. 너무 싫어 그늘메이커들.. 이웃집은 왜 저렇게 이상하게 자라는 나무를 처리하지 않는걸까.. ㅠㅠ 저거 심지어 스톰 오면 나뭇가지 부러지고 펜스에 걸리고 난리인데.. 저 나무들 반만 없어져도 소원이 없겠다.
이 와중에 마늘베드에서는 다람쥐가 지난해.. 겨울이 오기전에 묻어두고 까먹었을 밤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싹이 난채로;; 참나무가 번식이 잘되는게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파묻어놓고 까먹어서라더니, 딱 그런 케이스인가보다. 다 좋은데 얘들아.. 제발 내 가든베드에 묻지마.....!!!!!
마늘 주아를 심어놓은 베드에서 밤 새싹을 제거하고.. 주아들도 굵고 곧은것들만 남기고 2차로 솎아주었다. 이제 슬슬 비대해질 예정인거 같은데, 이 시기 지나고 뽑으면 서로 뿌리가 엉켜서 다 같이 뽑힐것 같아서 ㅋㅋ
미나리 revival을 하고 보니 돌나물도 해야겠다 싶었다.
실내에서 키우는 애들은 갑자기 따듯해진 기온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라. 꽃대가 올라오면 질겨지고 맛이 없으니까.. 꽃대를 다 잘라주고, cactus soil에 심고 succulent stone을 덮어 마무리하였다.. ! 이러니까 비실비실한 돌나물도 좀 다육이 같아보이네 ㅋㅋ
돌나물 분갈이를 해주고 나서 보니 뒷마당의 별목련이 끝물이다. 전주인이 애매한 위치에 심어놔서 뒷마당의 탁 트인 느낌을 해치기도하고.. 꽃 자체는 예쁘지만 지고 나서 땅에 떨어지는 모양새가 별로라서 이번까지만 꽃을 보고, 나무 자체를 잘라 없애기로 했다. 그러니 이 꽃이 이 나무 생애의 마지막이라는.. ㅋㅋ
오후가 되니 타겟에서 흙 배송이 왔다. 주문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며칠에 나눠서 온다.. ㅋㅋㅋ 이번에 오는 배송이 제일 많은 흙포대가 배달되는 순번인듯..한데 ㅋㅋㅋ 페덱스로 배달왔는데 배달원이 엄청 짜증내면서 차고 앞에 쌓아두더라.. 미안해요 아저씨.. 나중에 시큐리티캠으로 봤는데 ㅜㅜ 내가 나가있었다면 팁이라도 줬을텐데 힝구..
흙이랑 같이 구매한 가든 이정표. 사실 이것보다 1/5 사이즈정도일거라고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너무 크다.. 나는 아직도 인치와 피트, 쿼트와 갤런을 잘 모르겠다.. 미국 애들아.. the rest of the world가 metric system을 쓰는데.. 너네도 이제 동참해주지 않으련 ㅜㅜ?
배송 온 흙을 열심히 차고앞에서 뒷마당으로 옮기고 있는데, 지나가는 어떤 할머님이 우리집 앞마당의 자목련나무 사진을 찍으셨다. 그리고는 중국어로 '피아오량..' 어쩌구 하신걸로 봐서 예쁘다는 얘기인듯 ㅋㅋㅋ 우리 남편이 '동네에 어떤 할머니가 나 볼때마다 중국어로 말걸어...'했었는데 아마도 그 분인가보다 ㅋㅋㅋ '중국어를 못해요..' 라고 얘기했건만 듣지 않고 쿨하게 사진 찍고 가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우리의 대답은 중요치 않으실듯하다 ㅋㅋ
흙 포대 하나가 1 cu ft짜리여서 홈디포에서 주문하는 kellogg 2 cu ft짜리 흙보다는 들고 옮기기가 훨씬 편하다. 그리고 좀 더 구성이 가벼운 것들로 이루어진 같은 느낌이다.
열심히 포대를 옮겨놓고, 땀을 뻘뻘흘리면서 앞마당으로 오니 알리움 꽃대가 나를 반겨준다. 하, 이 맛에 이 노동집약적인 취미를 계속 하는거지.. 후훟훟후후훟 크로커스가 피고 질때 히아신스가, 히아신스가 피고 질때 튤립이 펴주더니 튤립이 다 피고 나니 알리움 꽃대가 올라오네. beginner's luck인지, 얼치기로 때려맞춘건지 모르겠지만 구근 처음 산 사람치고는 꽃이 피는 차례를 잘 맞춘 모양이다.
채소나 꽃들보다 조금씩은 느리지만 우르르 파종한 허브들도 하나둘씩 새싹을 틔워내는 중이다. borage 새싹 크기 꽤 커서 넘 놀람 ㅋㅋㅋ 베드 사이사이에 심어줄지, 아님 베드 하나를 허브가든으로 내어줄지 고민중이다. 새로 심지 않아도 다년생으로 살아남거나, 메리골드처럼 매년 알아서 파종되어주는게 많으면 참 좋을텐데~
일본 플로리스트 인스타에서 보고 반해서 여기저기서 삼색을 다 찾아 주문한 바코파도 발아했다..! 패킷 하나당 10-15개만 들어가있어서 뭐야.. 했는데 씨앗이 정말 미세하더라. 오죽하면 다 펠렛코팅 되어있었음 ㅋㅋㅋ 씨앗이 작은만큼 새싹도 너무 작고 소중하다. 아게라텀보다 새싹이 작아서 넘 놀랐다네..
호박, 오이 참외들은 뭐 걱정할 필요도 없이 펑펑 자라는중. 살짝씩 뽑아보니 root bound가 이미 시작되어서.. 얼른 포트에 각각 옮겨심어줘야겠다.
식물들만 신경쓸게 아니다. 사실 이 날은 우리 첫째놈의 혈액검사 follow up 날이었다. 12살 묘르신이시기에.. 그리고 페르시안 고양이의 숙명으로 신장기능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 예상되는 지라..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사실 지난 해말에 소변검사에서 살짝 피가 비쳤고, 혈액검사에서 혈장 미네랄 밸런스는 좋지만 BUN이나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범위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음파 검사까지 했는데, 신장이 조금 작아져있다고..
그래서 비싼 처방식 hill's K/d 사료로 바꿔주었고, 간식을 제외한 습식도 전부 hills 캔만 주었음. 이 언니의 최애는 Fancy feast creamy delight tuna 캔인데.. 이제 그건 안녕.. ㅋㅋㅋ 암튼 이 날은 처방식으로 바꾼 것의 효과를 보러 간 날이었다.
문제는 이 분께서.. 내게 온건 1살 조금 안 되었을쯤인데, 이전에 키우던 분께서 조금 터프하게 동물병원을 오가신지라.. ㅠㅠ 동물병원에 안 좋은 기억이 있고.. 덕분에 동물병원만 가면 맹수로 돌변한다는 점이다 ㅋㅋ 수의사 쌤이랑 방문전에 열심히 상담해본 바 가바펜틴(gabapentin)을 미리 좀 먹이고 데려가는게 얘 스트레스 관리에도, 병원 직원분들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그래서 그 뒤부턴 항상 가바펜틴을 먹이고 데려가는 중이다. 병원에서는 12시간 전에 미리 먹이고 방문 전 2시간 전에 또 먹이고 오는걸 추천했지만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물인지라 2시간 전에만 먹이고 데려간다. 진정 작용은 그래도 충분한듯.
병원에 다녀와서도 그날 저녁까지는 보통 약기운이 남아 조금 비틀대고 헤롱대는 편이다. 그럴때마다 자기의 autonomy가 완전하지 않다고 느껴서인지.. 나랑 꼭 붙어있으려고 한다. 붙어있어줘서 나는 좋기는 한데 ㅠㅠ 설명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 몸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살짝 약기운 때문이라고, 자고 일어나서 내일이면 금방 괜찮아질거니까 걱정하지말라고... ㅜㅜ
어릴때 빼고는 내 옆에서 푹 같이 자주는건 안하더니.. 몸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불안한지, 이 날은 밤새 내 옆에서 잠들었다. (물론 다음날부터 쌩쌩했고, 나를 바로 쌩깠고..)
다음날 아침에 들은 결과로는 ㅋㅋ 신장 수치가 다 정상범위에 들어왔단다!!!!!
크하하 이제 과잉보호 특별대우 없다 이 녀석아.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 엄마가!!!!
5월 3일
첫째놈의 혈액검사 결과가 무지무지 좋다는 소식을 듣고 신나서(?) 파를 뽑으러 나왔다. 이 파의 종류는 Egyptian walking onion인데, 파 종류가 너무 늘어나서.. 공급을 따라잡기 위한 약간의 억지 수요 ㅋㅋㅋ
파전을 할까 하다가 배가 남아있어서 다시 파김치를 만들었다. (이전에 만든 쪽파김치는 이미 남편 뱃속으로 실종) 쪽파와 대파의 중간 느낌.. 그래도 미국 마트에서 파는 salad onion보다는 훨씬 연하고 향기롭다.
파김치를 담가놓고 나니 든든하다. 솔직히 꽃게액젓 넣고 배 갈아넣으면 치트키지. 맨밥만 있어도 한끼정도는 뚝딱 해결 가능이다. (물론 이것저것 다른 반찬도 만들게 되지만.. ㅋㅋ)
이번주 내내 노예처럼 일한 남편이 '저녁에 좀 맛있는거 먹고싶어...'라고 슬프게 말한다. 늘 일에 치여 사는 사람이 맛있는거라도 맘대로 못 먹으면 얼마나 서러울 것인가? 파김치 하나 담가놓고 맨밥을 들이밀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남편이 무지 좋아하는 참치튀김을 해주기로 하고, 냉동 참치 필렛을 사러 whole foods market으로 향했다.
홀푸즈 매장 밖에 쪼롬히 나와있는 모종들. 방앗간이다! 하고 신나서 달려가니 남편이 뒤에서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나한테 씨앗이나 모종이 없는 종류가 없어서 뿌듯해하며 돌아섰다. 남편에게 '으하하 나 이거 다 있어'하고 웃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하더라 ㅋㅋㅋ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재밌었던 것은 마늘 모종을 팔고 있다는 점..?ㅋㅋ
실내에 들어가니 달리아 화분이 나를 맞이한다. 이건 아마도 dwarf 종류인가보다. 화분 하나 가격이 13불이라니 ㅋㅋ 그럼 대체 우리집 지하실에 있는 달리아는 다 얼마어치란 말인가? (행복회로) ㅋㅋㅋㅋ 근데 얘네는 우리집 애들과 달리 이파리가 찐초록으로 파릇한걸 보니 우리집 달리아는 질소질이 부족한 모양이다. ㅋㅋㅋ 비료 좀 챙겨줘야지..
화분 코너에 내가 기웃댈때마다 남편이 불안해 하는게 넘 웃긴다 ㅋㅋ 지난번 홀푸즈 갔을때 보기만 할게!! 하고 치자화분을 사왔던 게 기억나는듯.. 내가 사진만 찍을게~!라고 해도 믿지 않는 게 넘 재밌음 ㅋㅋㅋㅋㅋㅋ
집에 돌아오니 핑크 튤립도 피기 시작했다!! 얘는 무슨 파스텔로 칠해놓은거 같은 무늬가 있네.. 흫흫 지난 가을의 나.. 튤립 고르는 안목 칭찬해.. ㅋㅋ
들어오면서 우체통을 열어보니 기다리던 Murasaki 고구마 slip이 도착했다. Burpee에서 아주아주 예전에 시켜놨는데, 심는 시기를 고려해서 순차 배송하다보니 이제서야 받은것. Baker Creek에서 받은 선미 품종이 이미 있지만, 두개 다 키워서 어떤게 더 밤고구마인지.. 호박고구마인지 비교해보고 싶었음 ㅋㅋㅋ
아니 근데 이게 웬일인가......!!!!
Baker Creek은 수분이 마르지 않게.. 비닐에 꽁꽁 싸매서 예쁘게 포장이 왔는데 이건 다 말라 비틀어져서 멀쩡한 잎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나씩 꺼내면서 상태에 분개하고 있으니 남편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그건 환불 받아야겠다'라며 거들어준다. 아니 한국처럼 나라가 작은것도 아니고 그 멀리서 배송을 보낼거면 적어도 포장은 제대로 해서 보내야지 ㅜㅜ US patent 있는 종이라고 resell 안된다는 경고문만 잔뜩 넣어놨던데, 그럴 여유 있으면 뿌리부분 비닐로 한번 싸지 그랬니...
Burpee는 여러모로 배송 받았을때 실망스러운게 많다.. 내년엔 씨앗말고는 주문 안할듯...
Murasaki potato slips라고 검색하면 Burpee 말고 다른 판매사이트 여러개 나오니까.. 리뷰 잘 보고 다른걸로 시키세요들.. Burpee는 안돼....
* 물론 환불은 받았음. 배송비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하루만에 깔끔하게 사과하고 환불해주더라. 큰 회사니까 좋은 customer service가 있을 확률이 높지만 (미국은 꼭 그렇지는 않지) 주말인데도 이례적으로 빠른 답변과 환불처리를 해주어서 놀랐고 고맙긴 했다. 빠른 처리해줘서 감사하다는 메일은 썼다만... 그래도 재주문은 안 할것 같아요.........
고구마 모종 사태에 열받아서 바깥에 있는 마늘밭으로 산책을 나왔다.
마늘밭 뒤쪽 벽에 붙은 나비 무늬가 귀여워서 힐링이 되네.. 구글검색으로 찾아보니 Red admiral 나비라고 한다. 동물의숲에서 자주 본것 같은 무늬의 나비.. ㅋㅋㅋ
뒷마당에 아이슬란드 파피를 파종한 곳에서 자라나는 새싹은 아무리 봐도 파피가 아닌 모양이다. 어린 새싹 상태에서 찍어 봤을때 poppy family의 여러 식물이 나오길래 좀 기대했건만... ㅋㅋ
앞마당에 돋아나는 애들은 뽑았는데, 혹시 몰라서 얘네는 남겨놓기로 한다. 저 노랑꽃이라도 피어주면 예쁠거 같아서 말이다. ㅋㅋㅋ 벌들도 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나~
농경일지랑 상관없는 여담 1.
우리집 고양이들은 암수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자는 모습도 다르다. 딸래미녀석은 커튼 재질을 좋아해서 침대 위에 커튼을 얹어주면 거기서만 잠든다. 옛날 동화속의 깃털공주님 같은 느낌이랄까.. 반면에 아들램 녀석은 눈뜨고 아무데서나 잔다. 뱃살을 주물주물해도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뿐 계속 잘잔다... ㅋㅋㅋㅋ
여담 2.
나는 올해 타운 커뮤니티 가든을 처음 신청했는데, 대기자가 많아서 당첨(?)되지 못했다. 우리집 뒷마당에 아무리 나무를 많이 잘랐어도 full sun area는 한계가 있어서.. 해가 온종일 쨍쩅 내리쬐는 커뮤니티 가든 1슬롯만 있으면 이 꽃 저 꽃 다 키울 수 있어서 좋을것 같았지만.. 기본 5년씩은 기다린다고 하니, 나도 2029년에나 당첨될듯 ㅋㅋㅋ
근데 커뮤니티 가든을 하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값비싼 작물을 누가 따가거나, 꽃을 막 꺾어가는 거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요즘 한국 농촌에서도 cctv를 다 달아놓는단다. 아예 호미랑 포대까지 준비해와서 남의 집 마당에 들어와서 전문적으로 (?) 서리해가는 사람들이 있다나.. 내가 열심히 새싹부터 키워서 물주고 비료주고 금지옥엽 키워놨는데 누가 도둑질해가면 분노 쩔듯... 이런거 생각하면 해 좀 덜들어도 커뮤니티가든 보단 집에서 키우는게 속 편할것 같다. ㅋㅋㅋ 다행히 앞마당에 키우는 꽃들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미국은 집 바운더리 개념이 한국보다 쎄서 그럴까나?
여담 3
남편이 해달라고 했던 참치튀김은 이렇게 생겼다네 ㅎㅎ
참치를 이렇게 밀-계-빵 반죽으로 튀기면 소고기맛이 난다는..! 이 날은 홀푸즈에서 같이 사온 베이비 벨라도 편으로 썰어 같이 튀겼는데, 아니 왜 베이비벨라 버섯에서 고기맛이 나죠... ㅋㅋㅋ (바바리안 입맛인 자가 '고기맛이 난다'고 하는건 음식 맛에 대한 극찬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