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차려먹기 귀찮아서 아침도 점심도 아닌 시간에 거한 한상을 차려먹었다. 바스켓에 담긴건 Driscoll's sweetest batch 블루베리. 알이 커다랗고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행복하다. 얼른 우리집 블루베리 나무에서도 열매가 열렸으면.
칩멍이도 내 베드 위에서 아침식사 중이다. 여기저기 파헤치고 다니는 통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보면 귀엽기해서 아주 미워할 수는 없다. (식사 중인 저 베드에 심은 로젤 모종을 초록별로 보내셨음에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얘네는 내가 아끼는 종류를 센싱하는 재주가 있나? Lilac bell pepper를 아주 뿌리까지 파헤쳐놨네 ㅠ 거기 밑에 아무것도 없으니 제발 흙 좀 파지 마라!! 다시 심어놓든가 ㅠ ㅋㅋㅋㅋ 그래도 줄기를 동강낸건 아니고 뿌리가 무사히 붙은채 일찍 발견되어서 ㅠ 다시 심어주었다..
브로콜리가 기우뚱하다 싶었더니 브로콜리 줄기 옆에 아주 동굴을 만들어놨네. 얘야.. 너네 왜 이렇게 기운차? 뭐 챙겨먹니.. 그거 나랑 남편도 좀 챙겨먹어야겠다 야 ㅋㅋㅋ
완두꽃 꽃이 피고 며칠 안된 것 같은데 벌써 꼬투리가 맺혔다. 완두나 snap pea 종류들은 다 익은 꼬투리를 수확할 수록 식물에 더 자극이 되어서 더 많이 열린다고 한다. 얼른 익어라 바로바로 수확해주마 ♥
Pansy Trumpet Mix는 비올라보다 오히려 잎과 줄기 크기가 작은데 꽃은 엄청 크게 핀다. 색깔이 어떻게 될지 알고 심은건 아니지만 옆에 있는 애들이랑 색깔이 겹치지 않게 피어서 신기하고 귀엽다.
언제까지 이렇게 예쁘게, 이렇게 다글다글하게 피어줄건지 궁금한 비올라 킹헨리, 네모필라, 그리고 플록스. 별신경 안써도 잘 자라고 잘 펴주고, drought tolerant한거 같고, 낮은 온도에서도 잘 견뎌주니 뉴잉글랜드 기후에 찰떡이다. 내년에도 꼭 키워야겠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구근의 잎들이 퍼지고 마르기 시작했다. 먼저 핀 애들부터 축축 늘어져서 이젠 진짜 뽑아줄때가 온 것 같다. 좀 더 두고 자구가 커지게 할까 싶지만 달리아 심을 자리가 도저히 마련이 안되어서.. 구근이라도 뽑아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히아신스는 소모성 구근이라는 사람도 있고, 한 2-3년정도는 꽃이 작아지더라도 다시 핀다는 사람도 있어서.. 일단 킵해보기로 한다. 뭐든 직접 해봐야 알지 ㅎㅎ
튤립이야 말로 웬만하면 소모성 구근이라는데, 올해 핀 구근은 쪼그라들고, 옆에 자구가 생기면 내년에 다시 꽃이 필수도 있단다. 패럿이라는 이름의 주황색 튤립을 파보니 생각보다 큰 크기의 자구들이 붙어있다! 원래 구매했던만큼 크진 않지만.. 올 가을엔 화분에 심어 크기를 키워볼까 하고 있다.
튤립과 히아신스를 파내고 나서, 내친김에 수선화도 파내고, 크로커스도 파냈다. 크로커스는 얼마나 자구가 많이 생겼는지 수확의 기쁨(?)을 느낄 정도였다. 하나 심은 자리에서 자구가 기본 6-7개씩 불어난 것 같다.
옆집에서 넘어온 노란 수선화도 타운 트리 아래서 고통받고 있기에, 올 가을에는 해가 잘 드는 곳으로 옮겨심어주려고 파내어 왔다. 황희정승식 사고로 우리집땅으로 넘어와 번식한 녀석이니 파내도 되겠지 ㅋㅋㅋ
구근을 파내고 나니 메인 베드가 휑뎅그렁하다.
허니문 장미 앞에 심겨져 있던 핑크-인줄 알았던 연노랑 수선화도 파내주었다. 수선화는 그냥 묻어두어도 된다지만.. 장미가 본격적으로 자라면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구근이 장미 뿌리를 건드릴것 같아서 그냥 파냄. ㅎㅎ 대신 아직도 남은 달리아 unwins mix (Baker Creek) 3주를 여기다 심어주었다.
Unwins mix는 피면 이런 모양이라고 함. ㅎㅎ 물론 씨앗부터 시작했으니 형질이 완전 똑같진 않겠지만.
달리아 심는다고 흙을 파다보니 수선화 구근이 하나 더 나온다. 이렇게 파내다가 놓친 구근들이 내년에 서프라이즈로 뿅 나와주면 웃기고 기분 좋을듯 ㅎㅎ
여기저기 달리아를 낑겨(?) 심어주면서, potomac appleblossom / potomac yellow snapdragon들도 쑉쑉 껴넣어 심어주었다. (apple blossom은 메인베드에, yellow는 작약베드에 심어줬다) 심을 곳이 없어 화분에 계속 방치하며 계속 미안했다ㅋㅋ 이제서야 심어주는 게으른 식집사를 용서해다오 ㅠㅠ
메인 베드 왼쪽부터 중간까지는 Mignon mix dahlia(역시나 Baker Creek), 오른쪽 작약 근처에는 삽목으로 늘린 dandy improved mix dahlia(Baker Creek;;;) 3주를 심었다.
Dandy improved 달리아는 이렇게 생겼다. 제일 먼저 파종하고 제일 오래 키워서 좀 질려서.. 홀대했는데 제일 예쁜 거 같은 이 느낌 ㅋㅋ
Mignon single mix가 풀네임이었구나. 얘는 홑달리아인가보다 ㅎㅎ
사이사이 빈곳엔 potomac appleblossom snapdragon이 심어졌다. 나름 기대주였는데 너무 이른 파종 + 화분에서 너무 오래 둬서 그간 애물단지취급을 받았었지.. 나를 용서하고, 무사히 꽃을 피워워다오.
Potomac appleblossom/yellow 품종 여기저기 팔지만, 나는 johnny's seeds에서 샀다. 애플블로썸이 진짜 독보적으로 예쁜듯.. 뿌리가 아직 잘 형성되지 않아서 저렇게 풍성하게 피어줄지 모르겠다.
좌 미뇽 우 댄디 ㅎㅎ 의도한건 아니지만 한 베드에서 겹꽃 달리아 홑꽃 달리아를 둘다 볼 수 있겠당!!
달리아 뒤쪽 수국들은 작년과 같다면 주로 푸른색을 띌 것이다. 달리아들이 주로 웜톤이니, 알록달록하게 잘 어우러질 것 같다. 우후훟 기대된다 *_*
이번에 구근을 파내면서 느낀건데 구근 파낼 계획이 있으면 그 주변에 꽃씨앗을 미리 뿌리지말자ㅠ 이미 발아한 lace flower 새싹들이 구근이랑 같이 들어내지는 바람에 다시 하나씩 심느라 고생했다.
구근에서 떼어낸 잎들은 아직 흙을 채우지 않은 베드에 일용할 질소 양식으로 추가되었다. 새로 심어질 작물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흙으로 돌아가려무나.. ㅎㅎ
앞뒷마당에 물을 주기 시작하면 꼭 나타나는 새, 로빈. 물을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물을 틀었을때 땅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지렁이나 벌레들을 잡아먹으려고 기다리는건지 ㅎㅎ 아무튼 똑똑한 새임에는 틀림없다.
물을 좋아하는 로빈을 위해서 준비한 bird bath. 근데 쟤네의 덩치에 비해서 bath 크기가 좀 아담한듯^^; ㅎㅎ 이걸 사고 오는길에 차에서 주문한 solar fountain이 도착해서, bath 안에 넣어주려고 바로 조립했다. 근데 저 다리?를 붙이니까 bath보다 크다고요 ㅠㅠ
bath size가 작고, 깊지 않은데다가 기계가 가벼워서 물에 띄워도 푹 잠기지 않고, 둥둥 잘 뜬다. 결국 저 다리들은 다 떼어주고 bath 위에 띄워주었다. 물이 나오는 spout이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물이 나오는 높이가 제일 낮은걸 끼웠는데도 bath 바깥으로 물이 다 튀어나갔다 ㅠ
차라리 물높이가 높으면 바깥으로 물이 안 샐까? 싶어서 다른걸로 갈아 끼웠는데...
결국 제일 단순하고 얌전하게 나오는 1번 스파웃을 끼워주었다.
전날 설치한 outdoor grow light은 안정적으로 호박, 오이들을 비춰주고 있다. 햇빛을 잘 못 받을떄 나온 연한 초록색 잎들이 불쌍해보인다 ㅠ 새 잎이 빨리 나오는 옆의 샐러리들은 grow light을 설치해주자 마자 진초록 잎을 뿜어내고 있다. 그간 힘들었지 얘들아... ㅠㅠ
오늘 수확해온 구근들은 잎을 잘라주고 흙을 살살 털어 정리해주려고 한다.
이럴때(?)를 대비해서 모아둔 양파망을 꺼냈다.
흙을 털고, 양파망에 넣은 구근들은 종이가방에 넣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한다. 실리카겔 같은걸 좀 넣어주거나, 제습기가 틀어져있는 지하실에 두어야겠다.
구근 정리하는 도중에 고양이들이 어어어어찌나 방해를 하던지, 잎을 뜯지 못하게 막느라 용을 너무 써서 승모근이 다 아프다. 나는 이렇게 기진맥진한데 둘째놈은 뭘 잘했다고 드러누워 뿌듯한 표정으로 뒹굴고 있는지..
잡초 수준의 생명력을 보여준다고 해서, 펜스 주변에 직파하려고 사뒀던 미국 채송화 씨앗을 오늘에서야 뿌린다. 씨앗이 너무 미세해서 비닐포장도 엄청 작다. 만개나 들었다고 하는데, 일일이 세어볼 수는 없어서 그런갑다 하고 뿌리는중.
나는 그저 잡초대신 자랄 채송화 씨앗을 뿌리려던것뿐인데, 아침잠을 곤히 자던 두꺼비를 놀래켜버렸다. 땅 색깔이랑 똑같아서 잘 안 보였다구.. 미안해 ㅠㅠ 처음엔 돌이 움직인줄 알았어..
내가 두꺼비에게 공손한 이유는 두꺼비가 달팽이를 잡아 먹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쟤는 내 가든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달팽이만 잡아먹어주니 어화둥둥 예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맘같아선 여기서 대대손손 있어줬으면. 온 가족이 다 여기서 살아줬으면.. ㅎㅎ
씨앗부터 파종해서 키운 라벤더 모종이 비좁은 화분에서 고문당하고 있는 것 같아 메인베드 빈자리에 여기저기 심어주었다. 아직 화분 하나 더 있는데, 걔는 뒷마당 호박들 사이에 심어줘야겠다.
중구난방 + 의식의 흐름식 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두 눈치채셨겠으나, 나는 인터넷에 떠도는 성인 ADHD 자가테스트 기준 거의 ADHD 확정이다. 가드닝처럼 소소하게 할일이 많은 활동을 하다 보면, 원래 하려던 것을 정작 잊고 하루가 다 가버리곤 해서 곤란하다. 어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할 중요한 task들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서 순서대로 하기 시작했다.
전부 다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해낸 task가 뭔지, 남은 task는 또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리스트를 한눈에 보니 일의 순서와 같이 하면 효율적일 일에 대해 생각하며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다.
체크 리스트에 있는 일을 하나 둘씩 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더 무리하지 않고, 남은 task는 다음날로 넘기기로 한다.
야생의 식탁을 하루에 한챕터씩은 읽으려고 노력중이다. 처음에 내가 생각한 느낌의 책은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는 있다. 그러나 괴로운 점은, 뉴잉글랜드 지역만큼이나 저자가 사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겨울이 길고 우울하다는 점이다. 덕분의 책 초반 몇 챕터는 저자가 채집을 하러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오는 날씨 때문에 고생하는 이야기다. 게다가 1년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엔 주로 채식을 하던 저자가 물물교환/선물로 받은 야생 동물 고기를 섭취하며 느끼는 우울이 이어지는 챕터에서 고스란히 전달된다. 더욱이.. 작가의 프로젝트는 브렉시트 직후, 팬데믹 봉쇄 기간에 진행된거라 앞부분을 읽다보면 우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야 만다. 하루에 한 챕터씩 읽으려던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오랜만에 파이어핏에 불을 피워놓고, 느긋하게 앉아 즐겁게 읽으려던 책에서 우울감이 전이되는 걸 참지 못한 나는 책 속에서 봄이 올때까지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말았다.
우리집은 주로 duraflame을 장작으로 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작인데, 불이 잘 붙고, 3시간 쯤 활활 타다가 알아서 귀신같이 꺼지고, residue가 거의 남지 않아 좋다.
오랜만에 보는 불꽃이 반가워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디다스 모기 몇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모두 때려잡으면서도 불멍을 즐겼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duraflame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귀신같이 꺼지는데, 불멍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하나의 장작을 추가해서 3시간을 또 앉아있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런 내 눈에 목질화된 vine들이 들어왔다. 이 vine들은 별목련 나무를 정리하면서 펜스 아래에서 튀어나온 oriental bittersweet 의 목질화된 줄기이다. 얘네를 다른 나뭇가지들처럼 garden bed에 넣으면 되살아 날 것 같아, garden waste에 넣어 버리려고 쌓아놨었던 것이다. 질긴 생명력을 가진 bittersweet을 퇴치할겸, 부족한 불멍에 연료를 추가할겸, 나는 몇개의 vine들을 장작에 무심코 던져 넣었다.
확실히 duraflame보다 dramatic하게 탄다.
근데 문제는 연기도 dramatic하다...!
타기 시작하고 5분쯤 지나니까 앞뒷집까지 연기가 자욱하다. 동네에서 화재 신고가 들어올까 걱정되어 가든호스를 끌어다가 황급히 불을 끌 수 밖에 없었다는 ㅜㅜ 오늘의 교훈: oriental bittersweet은 장작으로 쓰지말자. (사실 HJ언니께서 생나무 장작 태우면 화생방이라 하셨는데.. 그 말 들을걸)
연기가 자욱해진 덕에 grow light의 빛번짐이 엄청나다.
이 짤을 본 HJ 언니의 반응. ㅋㅋ
마무리는 어쩔 수 없이 황급히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오랜만에 일렁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먹는 맥주 맛은 꿀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