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식 텃밭 가꾸기

미국에서 한국 돌나물(돈나물) 키우기

게으른보농 2023. 3. 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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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본
1. 어디서 구하나? 
- Etsy에서 주문 또는 H mart 등의 한인/아시아마트에서 구입 (단, 5월 이후)
2. 어떻게 키우나?
- 다육이 종류이므로 다육이 삽목하듯이 흙이나 질석(vermiculite)에 꽂아 두면 뿌리가 나옴
3. 월동 가능한지?
- Yes, Zone 6b에서 월동해서 매년 다시 나온다. 

 

 

해외에 오래 살다보면 한국에 있을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채소나 식재료가 갑자기 먹고 싶을때가 있다. 아주 어릴적 먹어봤던 기억이라도 있으면 덜 억울한데, 정말 처음 보는 거에 꽂히면 애써 구해서 먹어본다해도 내 입맛에 맞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나에게는 전자 후자의 경우가 모두 발생했는데, 그 중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돌나물이다. (후자는 무려 두릅나무… 땅두릅도 아니고 두릅나무순 말이다)

돌나물은 어릴때 마당에 아무렇게나 퍼져서 자라던 나물(?)이다. 식물이라고 봐주기엔 생긴거부터가 그냥 ’날 어서 초장에 찍어 잡숴요‘이기 때문에 그냥 나물이라 하련다.

돌나물은 해외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가끔 뜬금없이 봄이 되면 먹고 싶어지던 것이었다. 성인이 되고 찾아먹던 건 아니었는데, 아주 어릴때는 돌나물 반찬이 있으면 내가 그렇게 밥을 잘 먹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나는 12살까지 체중미달에 입이 짧고 단걸 전혀 먹지 않는 땅꼬마 말라깽이였다.)

돌나물. 약간은 쌉싸름하고 수분감이 살짝 있으면서 상큼한 그 맛은 다른 어떤 나물과도 식감과 맛, 향이 전혀 다른 존재였다. 꼭 그 맛이 땡길때가 종종 있었지만 유럽에 살땐 도무지 이걸 어디서부터 어떤 단어로 검색할지 몰라 포기한 상태였다. 어쩌다 한국을 갈때면 돌나물 철이 아니거나 한창 먹고 싶던 때가 지나간 후이기도 했다.

미국에 살기 시작한 이후 봄이 오고 또 나는 돌나물이 먹고 싶어졌다. 며칠 이러다 말겠지 싶어 포기하려다가 문득 여긴 영어를 쓰는 나라이고 아시안 비율이 유럽보단 높으니 검색해보면 돌나물 비슷한거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국인들이 많은 서부의 한인마트에선 종종 채소코너에 깨끗하게 씻어 포장된 돌나물이 나오기도 한다는데, 아직까지 보스턴 근교 h마트에선 돌나물이 나온 걸 본적은 없다.

돌나물(돈나물)을 영어로 sedum이라고 한다기에 sedum으로 여기저기 찾아보니 웬 다육이 종류만 잔뜩 나왔다. 아무래도 binary name의 반쪽만 공유하는 식물들인듯.. 먹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먹고 싶게도 안 생겼다. (궁금하면 찾아보세요)

그러다 어느 날, Etsy에서 뜬금없이 ‘dolnamul’이라 써놓고 파는 판매자를 찾았다. (https://www.etsy.com/listing/861197860/)

 

 


나물…인데 대체 배송이 어떻게 오는거지? 화분에 담겨서 택배로 오나? 싶어 약간 주문를 주저하긴 했다. 이내 내가 삼동파, 씨생강, 양파종자나 딸기모종까지 etsy에서 찾아 시키고 있는 마당에 돌나물이 어떻게 배송올지 몰라 못 시키는 게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돌나물은 그냥 바위에 던져놔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하니 어떻게 보내든 와서 잘 크겠지 싶어 6마디 정도 잘라보내주는 옵션을 골라 주문해보았다.


주문하자마자 한시간도 안되어 판매자가 발송준비 버튼을 눌렀더라. 워싱턴 주에서 나에게 오기까지 4일정도 걸렸으니 배송도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택배상자에 담겨올거라는 나의 생각과 달리 돌나물은 아주 작은 뽁뽁이 봉투에 담겨서 왔다. 봉투를 뜯기도 전부터 ‘그래도 식물인데 무거운 것 사이에 깔리면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쿨하디 쿨한 미국애들이 언제부터 그런 보시라운(?)걸 신경 썼던가.

그런데 봉투를 열어본 순간 이건 쿨하다못해 아주 쿨몽둥이로 후드려패는 수준의 포장이란 걸 알게 되었다.

뽁뽁이 봉투 안에는 지퍼백이 들어있었다. 그 지퍼백 안에는 둘둘 말아놓은 축축한 물티슈(인지 키친타올인지) 뭉치가 있고, 그 안에 돌나물이 반쯤 기절한 상태로 들어가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판매자가 ‘6 Plant of dolnamul’을 보내준다더니, 안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1 plant인지, 갯수는 어떻게 새어보아야 할지 모를 형체만 있었다.


의지의 한국인 마인드를 장착하고 마구 뒤엉킨 돌나물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말라버린 흙을 털고 크기가 큰 뿌리부터 나열하고, 줄기가 최대한 길게 붙은 것을 위주로 심기로 했다.


최대한 저 봉지 안에 있는 것들 전부를 살려보려 했지만 배송중에 이미 말라버린 줄기라던지, 잎부분만 분리되어 덩그러니 굴러다니고 있는 것들은 도저히 심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르고 고른 줄기들에게서 흙을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두번 세번 깨끗이 씻어주었다. 코코피트와 질석을 섞어 긴 화분에 반절정도 채워주고, 줄기와 뿌리들을 적당한 간격으로 심어주었다.

다육이 종류라고 하니 이렇게만 올려놔도 여길 죄다 덮을거란 기대 반, 배송중에 받았을 스트레스로 그냥 말라죽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반.

내 걱정과 달리 돌나물은 화분에 잘 뿌리를 내리고 활착되었고, 단 3일만에 진초록 빛 새로운 잎들을 올려내었다. 아래 사진은 3일 간격으로 찍은 돌나물 사진들이다.

3월 6일 정리해서 옮겨 심은 직후의 돌나물
3월 9일 벌써 잎끝에 새로운 잎들이 돋아난 돌나물
3월 12일 이파리 끝이 통통하게 차오르고 진초록색이 되었다.
3월 14일 배송 중 말라버린 잎을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에 미니 잎들이 무한생성 되는 중이다.


사실 돌나물 주문하면서 6뿌리 정도면 이번 봄엔 나물로 먹기 힘들것 같고, 다음 봄까지 열심히 키워 내년부터 새순을 수확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치만 이 돌나물이 우리집 화분에 적응하고 자라나는 속도를 보면 어쩌면 4월말쯤엔 우리집 저녁 밥상에 초장과 함께 수북히 올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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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다육이(succulents) 전용 흙을 주문해서 옮겨심어주었다. 인터넷에선 돌나물 아무데서나 잘큰다, 햇빛 없어도 무섭게 번진다 이런 얘기뿐인데, 우리집 애는 줄기만 엉거주춤하게 길어지고 퍼지는거 같진 않다 (얼마나 됐다고)

3.99불짜리 새 화분


4월 21일
날은 좀 추워도 햇빛 쬐고 빗물 맞는게 나을듯 싶어서 돌나물 화분을 밖에 내다놓았다. 사진을 비교해보니 눈에 띄게 통통해진게 보인다.


4월 26일
빗물을 며칠 내리 맞고 마니 마디마디에 애기 돌나물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5월 15일
2주정도 낮기온이 20-25도, 밤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올라오면서 모종으로 키우던 식물들이 죄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간 무관심했던 돌나물은 괴물처럼 자라난 상태..

 

 


보스턴은 h마트에 돌나물을 팔지 않는다며 징징대다가 etsy에서 웃돈 주고 사다 심었는데, 그 징징거림이 무색하게 5월 중순이 되니 돌나물을 팔아버리네…?
(진짜 작년에는 못 봤다고…!)

그것도 무려 단돈 5불에

 

사오자마자 일부는 물꽂이

 

 


이틀만에 한마디가 더 자라고 뿌리가 내렸다.

나는 뭐히러 etsy에서 돌나물을 굳이굳이 시켰는가!


결론
한인마트가 있다면 제철까지 기다리세요 (5월중순)
한인마트가 없다면 etsy 쇼핑을 고려해보세요

돌나물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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