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미국땅에서 한국 쪽파를 찾는 방법

본가텃밭에서 키우시는 한국 쪽파. 볼때마다 부럽다.

요약
1. 한인마트가 가깝다면 8월말-9월 출하시기를 노린다.
2. 한인농장이 가까이에 있다면 김장철 이전에 주문해서 받는다. (보통 박스단위)
3. 한인 커뮤니티에서 이미 갖고 있는 분들께 구입 또는 나눔을 부탁한다. (제발 예의 장착 필수)
4. 대신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대체품 종구를 구입해 키운다.
5. 그냥 미국 마트에서 파는 Scallion/salad onion으로 만족한다.

⬇️
자세한 설명, 이유와 각종 구입처는 아래 내용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엄청 긴 썰 주의*

Intro
미국(또는 다른 외국 지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농산품 관련 5대 시름이 있다. 첫째, 미국 딸기가 맛이 없다. 둘째, 미국 고구마가 맛이 없다. 셋째, 한국 미나리를 먹고 싶다. 넷째, 봄나물(돌나물, 달래, 냉이 등)이 먹고 싶다.
그리고 대망의 다섯째, 한국 쪽파가 먹고 싶다…!!!!

다섯가지 시름을 모두 겪은 나는 이것들을 어떻게든 극복해보고자 노력하였다. 나의 갖은 노력과 애타는 검색의 결과를 이국땅에 사는 동포들과 나누고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쓴다. 네 가지 시름 관련해서는 글을 짧게나마 쓴 적이 있어 이번 글에서는 쪽파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자 한다.

짚고 넘어갈 사항
쪽파는 실파도 green onion도 아니다!
한국 쪽파는 파x양파의 교잡종으로 씨앗으로 번식하지 않고 뿌리가 여러갈래로 나뉘어지는 다년생 작물이다. 소위 ‘실파’라고 하는 것과 많이 혼동하는데, 실파는 대부분 어린 대파, 즉 덜자란 대파이다. 실파를 사다 밭에서 쭉 키우면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보는 대파가 된다. 혹은 씨앗을 심어 키워도 얇게 자라는 파 종류가 있는데, 이걸 지역에 따라 실파라고 하기도 하는 듯.

미국에서 파는 Spring onion/Salad onion/Green onion/Scallion과도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이 명칭들도 다 구분해야하지만 모두 맘대로 섞어부르니 생략하겠다. 얘네가 대파보다는 가늘고 짧다보니 가끔 이걸 미국쪽파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음… 그것도 자세한 반박은 생략한다. 한가지 재미난 점은.. Spring onion은 말그대로 봄양파인데 얘네 사다가 심어서 쭉 키우면 아래 흰 대 부분이 양파처럼 불룩하게 커진다. 그러니 이건 절대 쪽파라 할 수 없다.

언제한번 날잡고 파 분류에 대한 글을 써야지…


미국에서 쪽파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
현재 온라인에서 한국 쪽파를 종구로 판매하는 경우는 찾지 못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뉴저지, 애틀랜타에서는 마트에 가을쯤 잠깐씩은 나온다고 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메사추세츠엔 보이지 않는다. 한인마트 접근성이 좋은 나도 쪽파 구경하기가 힘든데 한인마트와 3시간 이상 거리에 사는 분들은 얼마나 더 아쉬울까 싶다.

쪽파를 찾기 어려운 이유를 나름대로 유추해보자면 뿌리(종구, 종근, bulb)로 번식하는 개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USDA 규정을 찾아보면 집에서 채종한 씨앗을 온/오프라인으로 소량 판매하는 것에는 따로 permit이나 license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쪽파는 ‘먹는 것(produce)+구근’이고 미국 자생 식물이 아닌지라 뭔가 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구근이니 씨앗 대비 배송료도 만만치 않을듯하고, 종구를 만드는 것도 꽤나 까다로운 일이라.. 노력 대비 위험부담과 수익이 크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안되는가? 미국에 사는 한인이 이렇게 많은데 수요는 충분하지 않은가?

몇년 전, 예천에서 수확된 쪽파 종구가 미국에 수출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원물 검사(raw material testing)이 까다로워 1회 수출 후 중단했다고 한다.

출처: http://www.senior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38591

[ 귀농. 귀농인] (67) ‘쪽파 여왕’  경북 예천 김채윤 대표 - 시니어매일

이때 수출된 쪽파 종구가 미국 전역 한인농장에 조금씩은 남아 있는 모양인지, 다른식으로 수입된 종구가 있는지 (don’t ask, don’t tell일지도), 한인들이 운영하는 미국 내 농장에서 꽤 많이 쪽파 재배를 하고 있다. 쪽파 종구를 직접 구할 수 없다면 이렇게 한인농장에서 판매중인 쪽파를 사서 파테크 하듯 땅에 심어 종구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 뉴스나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 중에서 ‘쪽파’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을 추려보았다.
(Disclaimer: 나랑 아무 연관도 없는 곳이다. 또한 내가 직접 주문해본 것은 아니니 품질과 배송 등의 자세한 사항은 모름)

뉴저지 늘푸른농장 609-548-0071
http://www.koreatimes.com/article/416031

늘푸른 농장 서리태 출하 - 미주 한국일보

캘리포니아 벧엘농장 760-995-6060
https://news.koreadaily.com/2017/09/15/society/generalsociety/5608145.html

[벧엘농장 정병호 대표] "콩 한 포기라도 직접 심어 먹어야"

뉴욕 이씨농장 631-786-8138
https://news.koreadaily.com/2016/09/21/society/community/4615596.html

사람한테 받은 상처 땅에 묻고 '희망'을 수확한다…롱아일랜드 캘버튼 '이씨농장' 이종홍 대표

지인분들께 여쭤보고 받은 전화번호들이 몇개 더 있지만 온라인으로 그 번호가 공개되어도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이 블로그에는 쓰지 못하겠다.


미국땅에서 쪽파 대체품을 찾아보자

쪽파 대체품을 찾으려면 우선 한국 쪽파의 특징을 알아야한다. 쪽파는 씨앗을 맺지 않으며, 종구(bulb, 종근, 뿌리)로 번식한다. 애초에 쪽파가 파와 양파의 교잡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etsy의 Pure and Wise 셀러가 판매중인 쪽파 씨앗은 한국쪽파라고 할 수 없다!!!! 이거 사면 종구가 오는줄 알고 낚여서(?) 사는 한인들 많은데, 설명이라도 좀 덧붙여줬으면 좋겠다.

⬇️ 이거 한국 쪽파종류 아님. 종구 배송되는거 아님. 아마 일본 Wakegi나 다른 얇은 잎대파 종류의 씨앗을 판매중인 것 같음.
https://www.etsy.com/listing/771976254/

쪽파 Seed 100 Jjokpa Korean Bunching Onion Seed - Etsy

쪽파는 수확까지 40-50일 정도 걸리므로, 한국에서는 김장철에 수확할 수 있도록 8월말-9월중순에 심는다. 이듬해 종구를 수확할 목적으로 하는 쪽파는 9월말-10월초에 심어 해가 잘 드는 밭에서 월동시킨다. 이듬해 봄에 뿌리가 여러갈래로 나누어지는 분얼(분구)이 이뤄지고 5월 이후 초록부분이 누렇게 바뀌어 밭에 눕기 시작하면 종구를 수확한다. 이렇게 뽑은 종구는 한알씩 떼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바싹 말려줘야 여름 휴면기(7-8월)를 지나고 다시 심을 수 있다.

분류에 따라 조생종/중생종/만생종으로 나뉘며 조생종은 갈색, 만생종으로 갈수록 보라색을 띈다. 종구의 크기 역시 만생종으로 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고, 보라색의 큰 종구일수록 여름에 심어도 잘 자라는 일명 ’여름쪽파’인 경우가 많단다.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567510&memberNo=49828505

쪽파농사 쪽파재배의 특성과 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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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쪽파는 다년생이고 분얼(multiplying onion)하는 종이며, 월동이 가능하고 잎이 가늘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찾아본 대체품은 아래와 같다.

쪽파 대체품 1. I’itoi onion (이이토이 어니언)
미국 중부의 Sonoran Desert에서 Native American들이 대대로 키워왔다는 multiplying onion 종류다. 쪽파와 같이 10개 이상으로 분구되고 잎도 가늘다. 실제로 중부 지역에 사는 한인들이 쪽파를 이것으로 많이 대체한다고 한다.

I’itoi onion 소개 및 재배요령
https://growinginthegarden.com/how-to-grow-iitoi-onions/

How to Grow I'itoi Onions

I’itoi onion 판매처
지금은 out of stock이다. 나는 5월쯤 구매하였다.
사진 속 뿌리는 자색에 가깝지만 내가 받은 종구는 갈색이고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https://www.etsy.com/listing/1061702621/

Iitoi Multiplying Green Onion - Etsy

직접 구매한 i’itoi onion 사진
아직 심어보지는 못해서, 어떻게 자라는지 맛은 어떤지 모르겠다.

쪽파 대체품 2. 대만 쪽파
한국에서도 제주도나 남부 지방에서는 온화한 기후에서 키우기 좋은 대만산 쪽파 종구를 수입해서 재배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대만쪽파를 재배하는 곳이 꽤 있는지, 인터넷에서 종구를 판매하는 농장을 찾을 수 있었다. 농장 설명에는 대만의 Yilan이라는 County의 삼성(Sansing)에서 나는 다년생 쪽파종이라고 한다.

한국쪽파처럼 여러갈래로 뿌리가 분구되는 종이고, 사진으로 보기에도 잎이 얇고 길다. 다만, 이것 역시 내가 직접 주문해서 재배해 본 것은 아니다. (지금 밭에 파가 너무 많다)

대만 쪽파 판매처
https://www.the-clayton-farm.com/product-page/10-plant-of-perennial-taiwan-yilan-sansing-pearl-scallion

10 Plant of Perennial Taiwan Yilan Sansing Pearl Scallion | the-clayton-farm

내년엔 이걸 한번 사서 키워봐야겠다. (파 종류가 배달될 때마다 남편 동공이 흔들려서 올해는 더 못 사겠다)


결론
미국에서 쪽파를 구하려면 한인마트에서 때를 기다리거나, 한인농장에 컨택을 하거나, 한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종구를 구해 키우거나, 대체품을 사서 키워야한다.

가끔 ‘한국 가서 가져오면 안돼?’ 혹은 ‘ems로 받으면 안돼?’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직접 들고오다 걸리면 세관 블랙리스트 직통열차, ems에 넣었다가 걸리면 바로 반송 엔딩되시겠다. (저걸 둘다 해본 경험자들 얘기를 들으니 성공확률은 ems쪽이 더 높다나.. 쓰고 있지만 찜찜하군..) 덧붙이자면 세관 블랙리스트 걸리면 미국 공항 드나들때마다 무조건 가방 오픈 당첨이라는 뜻이다. 한번 걸리면 족히 5년은 그런다고 들었다. 쪽파 구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직접 밀수하는 건 웬만하면 말리고 싶다.

이 글이 미국 쪽파원정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저 농업 전문가 아니고 그냥 인터넷 찾아서 모은 내용들이니까 틀린게 있다면 둥글게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