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보스턴 게으른 농경일지

마트 감자 싹 틔우기 (Yukon gold, Russet)

게으른보농 2023. 3. 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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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새로 생긴 organic food 가게가 있다기에 구경하러 갔다. 새 인테리어 향기를 뿜뿜 풍기는 그 가게에서는 여러종류의 채소를 나무 가판대 위에 쌓아놓고 팔고 있었는데, 아직 개업한지 얼마 안되어 손님이 적어 그런가 가판대 위의 감자들이 조금씩 싹이 나려하고 있었다.

3월말부터 봄감자를 심을 수 있다기에, 씨감자를 구하던 중이었는데 이게 웬떡인가.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씨감자는 아무리 적은 단위라도 4파운드씩(2kg쯤) 팔거나, 배송비를 무척 비싸게 매기는데 나는 그만큼 다 심을수도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다.

마켓에서 멀쩡한 감자를 사서 싹을 내서 심으려고 했는데 이미 싹이 난 감자를 팔아주다니. 땡큐땡큐.

가판대 앞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싹난 감자를 골라 담고 있으니 남편이 ’감자 많이 안 먹는데 하나만 사라‘고 한 마디 했다. (그는 감자튀김 외엔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단호하게 ’심을거야‘했더니 헉하고 놀란다. 놀랄법도 하지. 지금 집에다가 심는다고 만들어놓은 모종의 종류와 갯수가 몇개인데, 또 뭘 심는다고 하니 말이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Yukon Gold 감자를 4개 정도 담은 후, 약간의 욕심이 뻗쳐 손목을 Russet 감자쪽으로 뻗었더니 남편이 찌릿하고 눈총을 보낸다. ’그것도 많지 않아? 한 종류만 사‘하며 볼멘소리를 하는데 러셋감자는 유콘감자랑 식감이 다르다고 항변하며, 하나만 사겠다고 달랬다. (물론 러셋 감자는 내 주먹 두개를 합친 크기였다고, 잘라서 심을 예정)

 



그렇게 쟁취해 온 감자 다섯개는 고이 종이백에 넣고 히터 앞에 두었다. 어둡고 따뜻한 곳에 두면 봄철 땅속인줄 알고 싹을 낼까싶어서.


하루 이틀 정도 히터 앞에 둔 감자를 꺼내어 보니 곳곳에 감자 눈이 많이도 생겼다. 러셋감자는 내 기대와 같이 커다란 몸에 여러개의 감자싹이 돋아나는 중이다.


보스턴 근교는 아직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이니 아무리 싹이 펑펑 돋아난 씨감자라도 3월말에 심는건 너무 가혹한 일일것 같다. 4월초까지는 따숩게 싹을 올려내고, 4월이 오면 그로우백 3-4개 정도에 나눠 심어봐야겠다.

3월 19일

Yukon gold 감자의 싹이 더 많이 올라왔다. 아직 바깥은 춥지만 싹난 감자를 한번 심어보려한다. Russet 감자는 좀 더 기다렸다가 싹이 더 올라오면 3-4개 조각으로 잘라 심을 예정이다.

 


옆구리에 찍찍이가 있어서 아래부분을 열 수 있게 만들어둔 grow bag에 싹난 yukon gold 감자 네개를 심어주었다.


작으니까 다 같이 있어도 괜찮겠지? 올해 감자 풍년 한번 이뤄보자! (늘 만선의 꿈에 부푼 농부)


쌀겨 이불 덮고 봄까지 버텨보자


3월 23일
이젠 러셋감자도 눈이 많이 올라와서 3등분으로 잘라주었다. (이러고 한 화분에 심으면 말짱도루묵)
가을에 수확할 감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썩거나 상하기도 해서 감자를 자르지 않거나 단면에 재를 뭍혀서 묻는단다. 봄감자는 서늘할때 심느거라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고 하지만..

칼을 알콜로 소독하고 잘라준다

 

그래도 단면이 좀 아물게 두고 나서 심으려고 그릇 위에 말려주었다.


4월 26일
싹이 났어요오오오

Yukon gold
Rus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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