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보스턴 게으른 농경일지

후드 딸기 키우기 (Hood strawberry)

게으른보농 2023. 3. 19. 02:31
728x90

미국 딸기는 맛이 없다. 쓰는 글마다 너무 자주 얘기해서 지겨울법도 한데, 정말 사실이다. 한국에서 먹던 설향, 금실, 죽향, 고슬처럼 입안에서 달콤 촉촉한 질감은 미국딸기에게 기대할 수 없다.

미국 딸기는 한 그루에서 딸기가 많이 열리는 종, 운반할때 쉽게 무르지 않는 종을 우선해서 키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딱딱하고 맛은 시큼한 오이같다. 미국에서 그나마 맛있다는 딸기는 드리스콜(Driscoll’s)의 sweetest batch나 Wow delicious 딸기 정도란다. (가격은 매우 사악하다)


이처럼 맛있는 미국딸기를 종류별로 찾아가며 먹는 한인들의 긍지가 놀랍다. 나는 근처 마트에서 한두번 사먹어보고 도무지 미국 딸기를 또 살 용기가 나지 않는데말이다.

그러다 어디선가 미국딸기도 농장에서 바로 따면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운반을 위해 따는 딸기는 나무에서 자연 그대로 익을때까지 두는게 아니라 하얀부분이 많을때 미리 따서 인위적으로 익히는거라나? 그럼 딸기를 먹고 싶을때마다 농장을 찾아가야하는걸까…

답은 간단하다. 집에서 딸기를 키우면 되지? 나도 지금 수경재배기에 산딸기와 흰딸기를 키우고 있지만 일반딸기 종류는 아니고, 지피펠렛에 묻어놓은 일반딸기는 발아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결국 나는 딸기 모종을 구매했다. 미국 딸기 품종 중에 후드(hood) 품종이 맛있다기에 오레곤에 있는 딸기농장에서 휴면상태인 bareroot을 10개정도 주문했다. 배송은 4일정도 걸렸고, 친절한 설명과 함께 11개의 뿌리가 왔다. 심었는데 일주일 후에 딸기 잎이 나오지 않으면 다시 보내주겠다는 안내도 되어 있더라.


막상 뿌리를 꺼내보니 무척 거대하다. 뿌리를 살살 씻어 수경재배기 파이프에 넣어볼까 하다가, 뿌리 길이를 보고 이 플랜은 포기했다. 토경으로 키운데도 꽤 깊은 화분이 필요하겠다.

딸기 키우기는 물빠짐이 중요하다고 하니 질석과 상토 코코피트를 섞어 화분에 심어주었다. (3월 18일)



층층이 쌓아올릴 수 있는 화분이 있어서, 3층 정도를 쓰기로 했다. 물받침도 함께 있는 제품이라 실내에 들여놓기도 좋다.



노지에서 쨍한 햇빛을 받고 크는게 제일 좋다지만 우리동네 다람쥐들 딸기뷔페 열어주는 꼴이 될 것 같아 일단 실내에서 키워보려한다. (아직 춥기도 하고)

이제보니 화분 뒷쪽은 햇빛을 잘 못 받겠구나. 저 화분 2개 층을 더 올릴 수 있는데, 2층 더 올리고 햇빛 받는 쪽으로만 딸기가 자라게 옮겨심어줘야겠다.


무럭무럭 자라다오! 후드딸기 농장을 차려보자꾸나~

3월 21일

11개의 bareroot 중에서 3-4개 정도에서 초록초록한 이파리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Growlight 밑엔 자리가 없어서 햇빛을 쐴 수 있도록 창가에 두고 돌려주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햇빛과 빗물 맞고 자란 식물은 때깔부터 다르다. 딸기 잎도 이렇게 벌써부터 예뻐지려하는걸 보니 말이다.


3월 26일
무럭무럭 잘 크는 중. 딸기전용 흙이 도착하면 싸악 분갈이해줄 예정



4월 14일
날이 부쩍 따스해졌기에 딸기는 바깥의 온실에 내놔주었다. 햇빛을 충분히 쬐고 나니까 잎이 반짝반짝하다.


심지어! 게다가! 꽃이 피었다.
휴면상태에서 이렇게나 빨리 잎이 나고 꽃이 피다니 놀라는 생물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