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보스턴 농경일지

2024년 3월 2-3일 올해 가드닝 시작

게으른보농 2024. 3.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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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이제 곧 경칩이다. 조금씩 일찍 뜨는 해를 바라보며 가드너의 마음도 설레기 시작한다. 

 

올해 가드닝의 첫 작업 대상으로 마늘이 당첨되었다.

일단 씨마늘과 마늘주아를 심어놓은 자리에 덮어두었던 볏짚과 낙엽을 걷어주었다. 겨우내 뿌리를 내리는 동안 동해를 입지 말라고 두텁게 깔아주었더니, 웃자란 싹들까지도 잘 보호해준 모양이다.  

 

볏짚에 붙은 밀알들이 싹을 틔워내는 통에 눈에 불을 켜고 뽑아야 했던 것만 빼면 보온재로 최고다. 낙엽처럼 날리지도 않고, 부피 대비 가격대도 괜찮다. 걷어낸 볏짚은 잘 말려 새로 설치하는 베드 아랫쪽에 filler로 넣어줄 예정이라 버릴 걱정도 안해도 된다. 올해는 직접 밀이나 보리를 심어 straw를 모아볼까?

 

볏짚을 슥슥 걷어낸 자리에 keene garlic에서 샀던 마늘 전용 fertilizer를 뿌려주었다. 사실 멀치 걷어주고 비료 주는건 2월 안에 끝냈어야 했는데 좀 늦은 편이다. 그래도 연약한 마늘주아까지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어주어서 다행이다. 

 

 

월동쪽파, 대파, 그리고 부추 & chive 위에 있던 멀치도 어느정도 걷어주었다. 아직 인간에게는 추운 날씨지만 서늘한 기온을 선호하는 초록 채소들에게는 딱 좋은 기온인가보다. 벌써 여기저기 정신없이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새 봄을 맞아 싹을 올려내는 이 녀석들에게는 선물로 질소질이 풍부한 bone meal을 뿌려주었다. 

 

왼쪽은 쪽파 베드, 오른쪽은 대파와 달래 등등

 

올해는 마당 한켠을 열심히 갈아엎고 manure를 섞어 파 밭을 만들어줄 예정이다. 아무래도 화분보다는 지구화분이 제일 낫겠지 싶고, 우리집에서 소비량이 제일 많은 게 파나 부추 종류라서 아예 자리를 깔아줘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듯 하기도 하고.

 

앞마당에 심어둔 daffodil (수선화)과 히아신스가 머리를 올리기 시작해서 매우 기특하다. 튤립은 아직 올라오려면 한참 멀었겠지. 처음 심어본 알리움도 기대되고, 크로커스들도 얼마나 예쁠까 두근두근한다. 채소만 챙기지말고 구근들도 챙기자 싶어 bulb tone 영양제를 한줌씩 뿌려주었다. 

 

여담인데 bulb tone 영양제 봉지에 사나운 이빨자국이 가득했다.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걸까; 그냥 비료일텐데 bone meal 같은건 멀쩡하게 두면서 bulb tone은 왜 뜯어둔거지? 다람쥐는 아닐것 같고 라쿤일까... 아무튼 미스테리다. bulb tone 영양제 비싼데 이제 그만 훔쳐먹었으면 좋겠다.  

 

3월 3일

 

어제 여기저기 비료를 뿌려주고 집에 들어오니 오후부터 비가 주룩주룩 오기 시작했다. 딱히 일기예보를 보고 선견지명으로 한 작업은 아닌데, 이렇게 자연과 손발이 맞다니 후후, 가드너 기분이 째진다. 가드너의 고슴도치 렌즈로 바라보건데, 하루만에 새싹들이 1mm씩은 더 자란것 같다. 이게 다 내가 비료를 제때 잘 줘서 그런거라고 맘대로 착각해본다. 

 

여린 종류의 쪽파도 겨울을 이겨내고 여러갈래 싹을 올리는 중이다
삼동파, 마늘, 부추 모두 하룻밤 새 더 푸릇푸릇해진 기분

 

사실 부추는 작년 내내 진짜 물도 거의 안주고 비료도 거의 안줘서 비실비실하게 자랐다. 다른 작물 챙길것들이 많아서 겉흙도 파이고 mulch도 제대로 안 해준 채로 겨울을 보냈는데도 기어코 싹을 새로 올려내는 것이 여간 기특한게 아니다. 새로 심은 부추 모종들도 있지만, 2년차 부추들은 올해 좀 더 특별대우 해줘야겠다. 

 

 

오랜만에 홈디포 흙 딜리버리를 시켰다. 여기저기 새로 채울 화분/베드들이 많지만 일단 10봉지만 주문했다. (아참 밖에 그냥 뒀는데 어제 비가 왔네..?)   

 

작년 black friday에 염가세일로 득템한 green stalk garden의 회전 화분. 2cu.ft 짜리 한봉지로 1.6칸정도 채워진다. 다섯단 전체는 세봉다리로 다 채울 수 있었다. 여기로 딸기 모종을 전부 이식해주어야겠다. 작년에는 Strawberry soil 채워넣고 애지중지해서 키웠는데, 러너가 너무 많이 나오고 정신없이 많이 자라서 올해는 그냥 혹독하게 키우기로. pH만 적당히 비료로 맞춰주고 container에서 키우면 좀 낫겠지. 

 

 

 

앞마당에 정신없이 자라고 있는 목련 가지들도 전지해줬다. 내가 자주 보는 가드닝 유튜버가 전지한 목련가지를 집에 들고 들어와 물 꽂이를 해줬는데, 꽃눈에서 목련꽃들이 피어나더라. 혹시하는 마음에 나도 잘라낸 목련가지들을 가져와 화병에 꽂아두었다. (화병은 H&M 할인할때 9.9달러에 득템. 지금은 32달러에 팔고 있는걸 발견해서 매우 즐거움ㅋㅋ)

 

꽃이 피어주면 더 예쁘겠지만 이렇게 가지를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왔다갔다 하며 볼때마다 호텔 로비를 지나는 느낌이라 뿌듯하다. 뒷마당의 별목련을 전지하면 그것도 작은 화병에 꽂아 2층 침실에 가져다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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