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이 긴 메사추세츠의 January & February Blues를 씨앗 파종으로 이겨낸다. 그러다보면 이맘때쯤, 넘쳐나는 모종들에 둘러싸여 물시중 드느라 지쳐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미 high-demanding 끝판왕인 우리고양님들 두분을 모시면서 나는 어째서 또 모실 대상을 늘려가는지..
3월5일
작년엔 감당 안되는 도라지 더덕 등을 3월쯤 파종했던 것 같은데 (한국 기준으로 파종하지 마세요) 올해는 그런건 생각도 안한다. 대신 휴면타파 해야 하는 씨앗이라던가, 뿌려놓고 잊어버려야하는 종들을 골라 냅다 바깥에 파종했다.
실외에 저렇게 내버려 두어도 되는 애들을 제외하고는 실내의 햇빛이 드는 모든 방에는 작은 포트묘들이 점령중이다.
올해 많은 꽃 씨앗중에서 특히 Snapdragon 종류를 많이 파종했다. 그 중에서도 Perennial이라는 Botanical interests 사의 Orange wonder 종류가 가장 많다. 잘 자리 잡아서 앞마당 터줏대감으로 자리 매김해주었으면 한다.
스위트피 친구들과 아네모네, 라넌큘러스, 와사비나 머스타드 등은 경화작업중이다. 곧 바깥에다 내다 심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3월6일
중요한 볼일이 있어 보스턴 시내에 다녀왔는데 그게 BU근처라서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Dollar tree 다녀와야지!' 싶었다. 후후 글라디올러스 bulb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dollar tree에서 3개 1.25불에 사는걸 보자마자 한움큼 집어왔다. 미국 내에서 다이소 느낌으로 쇼핑할 수 있는건 dollar tree뿐인듯.
원래는 hangning planter랑 그 안에 들어가는 coco coir liner 사러 간거였는데, 혜자로운 플분들이 많이 보여서 생각보다 더욱 많이 집어오게 되었다. Garden cloche도 있음 사오려고 했는데, 매장에는 없더라. 플라스틱 행잉플랜터 10개, 바퀴달린 플라스틱 플랜터 받침 10개, 코코라이너+행잉플랜터 조합 5개와 글라디올러스 구근과 사각 플분 8개까지 알차게 털어왔다. 계산대 언니가 죽은눈을 하고 한 제품당 여러번 바코드를 스캔하길래 "sorry, I'm being too greedy"했더니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는 웃으며 "No problem, these are good deals"라고 하더라 ㅋㅋ
손잡이 없는 종이 가방에 줄 줄 알았다면 집에서 이케아 봉투 들고 갈걸. 낑낑대면서 집에 돌아가는 차를 탔더니 우버 드라이버가 문까지 열어주었다.
부추, 방풍, 돌나물, 미나리, 쪽파(서부에 계신 이모의 이웃한테 받은 여러종류 쪽파중에 하나인데, 달래파라고 주장하시는 것도 받았다. 확실히 얇고 맛이 향긋하긴 한데 한국에서 부르는 그 달래파와 같은건지? 역시 그쪽은 알음알음 다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등등이 월동을 마치고 새싹을 틔워내기 시작했다.
Bone meal 뿌려준게 다이고, 며칠 내리 봄비가 내려주었던 게 끝인데도 싹들이 더욱 생기가 넘쳐보인다.
이 혹독한 함경북도의 겨울을 이겨내고 뿅뿅 올라와주는걸 보면 얼마나 기특한지.
3월 7일
앞마당 최전선에 심어둔 Katherin Hodgikin? Iris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지나는 사람들 혹은 산책 중인 댕댕이가 밟고 가기 딱 좋아서 벽돌을 가져다 바리케이트를 쌓아주었다.
전 집주인이 심어두고 간 작약을 지난 가을 garden bed로 옮겨심어주었는데, 옮기는 중에 고구마같은 뿌리가 많이 잘려나갔다. 몸살을 하진 않을지, 제대로 눈이 올라와 꽃이 피어나긴 할런지 걱정했는데 내 걱정과 달리 다섯개의 눈이 뾰로롱 올라와주고 있다. 귀여워라. 걱정해서 뿌리 나누기를 못했는데 올 가을엔 해줘도 되겠다 너.
Doordash + 멤버십을 하면서 배달료 부담이 적어졌다. 그러다보니 grocery shopping을 자주 시키게 되었는데 shopper들이 grocery 제품에 아주 익숙한 건 아닌거 같다. 브랜드라도 있음 그걸로 집어오는데 자주 실수하는 제품들은 꼭 열에 아홉은 틀리게 사온다. 가장 대표적인데 Parsley랑 Cilantro. 웃긴건 Cilantro 시키면 Parsley가 오고 Parsley 주문하면 Cilantro를 사다준다. 라구 소스 마지막에 넣으려고 시킨 파슬리인데, 무심코 믿고 넣으려다 코 끝을 스치는 알싸한 향기에 놀라 멈칫했더니 어김없이 Cilantro더라. 하하하.. 똠얌라구될뻔.
지하실에 자라고 있던 Celosia들을 큰 화분으로 옮겨심어주었다. 왠지 얘네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 느껴서인데 옮겨주자 마자 본잎이 나오는걸 보면 뿌리가 깊게 내려가는걸 좋아하는지, 뿌리 주변 흙 aeration이 중요했던 건가 싶다.
지하 보일러실의 winter garden에는 바질과 로즈마리, 딜과 같은 허브가 있다. 요리할때마다 뜯어오는데도 성장이 빨라서인지 도무지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잡는 중이다. 올해 companion planting으로 바질을 여기저기 심어놓을 예정인데, 씨앗 파종 대신 겨우내 자란 바질 물꽂이해서 모종을 늘려야겠다 싶다.
올해 처음 키우기 시작한 채소가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아티초크이다. Green globe 품종인데, improved라고 하니 뭔가 개량종인듯. Green globe 자체는 heirloom인데 이건 hybrid려나? 아무튼. 일찍 파종해서 어느정도 추위를 겪어야 첫 해부터 꽃이 핀다기에 낮엔 내다놓고 밤에는 들여놓고 하는 생쇼를 하는 중이다. 그래도 나는 개인적으로 Artichoke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이런 고생을 해도 첫해부터 봉오리가 생겨준다면 너무 보람찰 것 같다.
3월8일
전지한 목련 가지의 꽃눈에서 꽃잎이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꽃병에 P성분이 풍부한 양액을 섞어주어서 개화가 촉진된 모양이다.
바깥의 구근 아이들도 더욱 힘을 내서 머리를 밀어올리는 중이다.
원래대로라면 크로커스가 제일 먼저 피어줄것 같은데 자라는걸 보니 튤립도 기세가 만만치 않다.
저녁에는 대책 없이 많이 심어둔 Pansy/viola들을 dollar tree 플랜터에 옮겨심어주었다. light frost는 견딘다고 해서 혹시하고 일단 5개중 하나만 바깥에 내다 걸어주었다. 저래도 살아남는지 보고 정녕 이 이른봄 날씨를 견뎌낼 수 있다면, 팬지/비올라는 내년부터 아예 바깥에서 일찍부터 키워야겠다.
Leek와 조선파, 외대파, 두메부추, chive(common)와 슈퍼그린벨트를 각각 파종해서 키우는 중인데, 그래도 파종류 2년차 파종이라 그런지, 전년대비 좀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우는 것 같다. 작년에 파종한 애들도 거의 100% 월동에 성공한 모양새인데, (실패할 줄 알았지) 후후, 그럼 얘네는 어디다 심어주어야 할까나...
3월 9일
은근히 까다로운척 하지만 생명력 강한 우리집 올리브 나무를 분갈이 해주었다. 물을 싫어하는척하지만 그 누구보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랄까.. 약간 나랑 밀당하는 느낌인데 은근 생명력이 강하다. 그래서 매력있다. 달리 말하면,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올리브 키우기에 금방 적응할 것이다.
3월 11일
이웃에 사는 할머니께서 우리가 집에 move in하고 welcome gift로 화분을 주셨다. 거기 있던 다른 annual 애들은 다 가고, 유일한 perennial이었던 크로톤만 살아남았다. 분갈이 해서 겨우내 집 안에 들여와 키웠더니 새잎을 펑펑 틔우면서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화장실에 키울 식물을 찾다가, 홈디포에서 가장 튼튼해보이는 애로 주워온 게 스킨답서스인데, 예상과 같이 정말 튼튼하다. 화장실 창으로 들어오느 작은 빛 정도로도 반짝반짝하게 피어나고, 끊임없이 새잎을 뽑아낸다. 옆에는 바질 줄기를 잘라 물꽂이 중인 애들인데, 꽂자마자 하루만에 뿌리가 나온 줄기도 나온다. 화장실에 키우기는 정말 둘다 제격인 생명력이다.
하루가 다르게 더더욱 많은 꽃송이가 피어나는 중인 목련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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