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고 임시저장만 쭈루룩 올려놓은 게 벌써 3개째 쌓였다. 이러다가는 나중에 사진 캡션만 달아 올리겠다 싶어서 급히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얼른 써놔야지.
뒷마당 중간에 애매한 데 심어져 있는 별목련 한 그루가 있다. 지난 겨울 내내 째려보면서 자를까말까 고민중이다. 더군닥나 나무가 아직 그리 크지 않아서, 그냥 작은 톱 들고 잘라도 쉽게 제거할 수 있을법한 사이즈라 더 하다. 태풍 와서 바람이 많이 불거나, 눈이 많이 쌓이면 가지가 툭툭 부러지기 일쑤라 수형도 제멋대로다. 올해 자른다고 결정하더라도, 꽃은 한번 더 보고 자르자 싶어 일단 두기로 하고, 못생긴 나뭇가지들만 조금 전지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잘라서 몇개 들고 들어와 앞마당 자목련처럼 꽃병에 물꽂이 해주었다.
꽃을 보고 나니 또 은근 예뻐보여서 고민만 더욱 깊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뭐 파내서 다른데 옮겨 심고 그럴만한 나무는 아니어서 고민은 두배세배로 깊어지는 중...
올 초 홈디포에서 업어온 Epipremnum snowy morning (aka 스킨답서스)는 불투명 창문으로만 빛이 들어오는 1층 화장실로 자리를 옮겨줬는데도 새 잎이 펑펑 나오는 중이다. "그건 너무 잘 크는거 말곤 단점이 없어"라는 Vivian 선생의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ㅋㅋ 오래된 잎이 하나씩 노랗게 변하는 중인데, 자연스러운 잎의 노화라는 Vivian 선생의 대답을 듣고 또 안심했다.
겨울이 끝날 줄을 모르는 뉴잉글랜드에도 봄이 왔다.
우리집의 봄을 알리는 첫 꽃은 수선화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Iris가 뿅하고 먼저 튀어나왔다. 지난 가을에 처음 심은 구근이라 나도 실물 영접은 처음인데, dwarf종이라 키도 작고, 색이 화려해서 처음엔 벌레가 앉은 줄 알았네; 아무튼 난데없이 독야청청 혼자 뿅하고 올라와 갑자기 꽃이 피어서 엄청 놀랐음 ㅋㅋㅋㅋ
무슨 수채화로 그려놓은것 같은 색감이라 신기했다. 우리집에 처음 봄을 알려준 이 꽃이 넘 예뻐서 한참 쪼그려앉아 쳐다보다가 들어왔다. 남편은 추운데 밖에서 대체 왜 그러고 있냐고 걱정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머 꽃이 피었구나 하고 덕담해주고 갔다. 귀여운 우리동네 사람들.. ㅋㅋㅋㅋ
꽃은 이제서야 머리를 올려주었지만, 일찌감치 머리를 들이밀고 나온 파들은 벌써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주고 있다. 아무래도 나무 베드나 city planter가 물빠짐이 그리 좋지 않아서 그런가 길이만 길어지고 옆으로 굵어지질 않는다. 새로 설치한 메탈 베드들로 하나둘씩 옮겨주고, 나무베드에는 허브나 샐러드 채소를 키우고, city planter는 물구멍을 더 많이 뚫어 dwarf tomato나 고추들을 키워야겠다.
Epic gardening의 자크 아저씨가 그로우백에 완두콩을 파종하는 걸 보고 급 뽐뿌가 와서 (끝나지 않는 파종병) 작은 그로우백 두개에 흙을 채워주었다. 생각보다 spacing이 빡세지 않아 한 백에 여러 개를 파종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파종한 씨앗 종류는 Botanical interests 사의 Wando. 진짜 완두콩이다.
이러고 Tomato cage를 꽂아주어야 타고 올라가서 자랄텐데, 하나 있는 걸 작약에 꽂아둬서.. ; 새로 시키던가 싹이 나고나면 대충 실로 유인해서 키우던가 해야겠다.
3월 19일
오늘도 새로 iris가 또 올라온 게 있나 싶어서 앞마당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난데 없이 월동에 성공한 패랭이꽃(phlox)을 발견.. 사실 지난 해 옆집 이웃분이 선물해준 화분에 있던 건데 얘는 perennial이라길래 반신반의하면서 심어준 건데, 진짜 살아남을 줄이야? phlox 씨앗 직파하려고 사놨는데 얘 근처에 같이 뿌려줘야겠다.
Iris가 하나 피고 나니 옆에 있는 애들도 우후죽순으로 하나둘씩 머리를 디밀어 올리는 중이다. 피기 전에도 특유의 줄무늬가 꽃봉오리에 비치는 것이 무척이나 예쁘다. 이대로 그림이라도 따라 그려놔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다. Iris도 구근 번식을 하는건지, 한다면 얼마나 많이 퍼지는지 찾아봐야겠다. 앞마당 최전선을 전부 얘네로 채워버리고 싶은 욕망이 생겨버렸다....
벽돌에 붙어 자라길 바라면서 집벽에 바짝 붙어 심은 허니문 장미도.. full sun을 요구하는 장미종류임에도 무사히 월동하고 새 꽃눈을 올려주는 중이다.. ㅠ 미안해 얘들아 일조량이 부족할까봐 나름 spot light도 설치해줬는데, 광량이 grow light만큼 세지 않아서 만족스럽지 않지...? 그러니 얼른 키를 키워서 알아서 햇빛을 많이 받으렴......?ㅋㅋㅋㅋㅋㅋㅋㅋ
장미 베드 앞에 개념없이 막 박아놓은건 흰색과 코랄색이 섞인 수선화 종류와 Scilla라는 구근이다. Scilla는 개당으로 팔지 않고 팩에 10몇개 들어간 채 팔길래 여기저기 막 대충 심어두었다. 근데 심을 때 너무 깊게 심은건지, 꽃대가 양옆을 둘러싼 잎에 좀 찡겨(?) 올라오고 있었다. 미안... 구근 심어보는건 너네가 처음이라 깊이도 내맘대로 심었단다. 열심히 사과하면서 잎 주변 딱딱해진 땅을 벅벅 긁어내 풀어주었다.
현관 바로 앞에 며칠전 심은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들도 잘 활착되고 있는 것 같다. 새순이 뿅뿅 올라온 채 오전오후 햇빛을 잘 쐬고 있다. 베드 밑이 성긴 straw와 낙엽으로 채워져있어, 여름쯤에는 아래 organic material들이 꺼지는 만큼 베드 위쪽을 top soil이든 mulch든 사다 채워줘야 할 것 같다.
친한 언니와 함께 구매한 Floret farm의 달리아가 솜파종 2일만에 뿌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뿌리가 나오니 마음이 급해져 얼른 모종판 소독을 시작한다. 사실 나 혼자 사서 파종한 꽃들은 이런 소독 과정따위 쿨하게 패스하고 막 아무데나 심어 키웠었다. 그치만 이건 위탁생산(?)이니까 좀 더 신경써야지.
원래는 흙도 귀찮아서 아무거나 퍼담고 모스키토 바이틐ㅋㅋㅋ만 때려넣거나 worm casting 좀 넣어 양심의 가책을 덜었는데, indoor plant soil로다가 새로 주문해서 파종했다. 1월에 파종한 달리아는 순간적인 귀찮음에 jiffy 펠렛에 넣어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모종판에서 키워서 화분으로 옮겨줄 예정이다. 생각해보니 달리아는 첫해부터 서서히 괴경(bulb)이 생겨야 하는 종류인데, 아무리 뿌리가 뚫고 자랄 수 있는 소재라고 해도 갑갑한 주머니 안에서 시작하는게 좋을리가 없겠다 싶어서 말이다.
Floret 달리아는 귀하신 몸이니까 지하실로 안 보내고, 내 책상 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무려 grow light도 혼자 쓰는 걸루 ㅋㅋㅋ
여담.
파종병이 도졌을때 하도 종류별로, 그것도 많이많이 뿌려놓은 덕분에 지하실과 차고에 모종이 넘쳐나는 중이다. 얘네 전부 물시중 들어주다가 내 손목이 부러지든, 몸살이 나서 앓아눕든 할 것 같아 자동스프레이건을 샀다. 스프레이건은 예전에 Kseedz 사장님이 쓰신다고 했던 제품을 추천받아서 주문했다. (사장님은 알리 이용하셨으나 배송 기다리기 힘든 성질 급한 나는 아마존에서 같은 제품 찾아 2배 가격 주고 삼ㅋㅋㅋㅋ)
충전이 좀 귀찮긴 하지만 물 주는것 자체는 너무너무 편해졌다. 일단 이렇게 주니까 물받이에 물을 대충 부어서 해주던 저면관수보다 덜 습해서 뿌리파리 공격이 덜하고, 엽면시비로 액상비료 주기도 넘넘 편하다. 덕분에 예전에 한국에서 사온 농축 액상비료들을 꺼내 쓰기 시작함.. ㅋㅋㅋ
라벨링 귀찮아서 안 해줬다가 '내가 쑥을 또 파종했던가...' 한참 고민하게 만든 Feverfew (aka 마트리카리아) 사진으로 이 날 일지는 마무리. (아직 임시저장해둔 것들이 많다..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