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마당에 있는 나무의 80%를 잘라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무의 높은 키 때문에 뒷마당에 그늘이 깊게 드리우기 때문이었다. 나무그늘이 주는 시원함과 늦은 오후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었지만 바로 그 그늘때문에 꽃이나 채소를 키우기에 충분한 광량이 들어오지 않거나, 흙바닥과 Shed 지붕에 이끼가 끼게 된다는 점이 매우 큰 단점이었다. 결국 몇천불을 들여 족히 30년은 자랐을 그 나무들을 몽창 다 잘라내었다. 특히 남쪽 펜스에 붙어 자라는 녀석들은 웬만하면 다 잘라내려 했다. (물론 아직도 4그루 정도 남았다. 이거 다 베어내고 싶어서 남편과 협상중)
사실 우리집과 현관을 마주한 옆집 뒷마당은 우리 뒷마당보다 심각한데, 거의 나무 밀도로만 보면 핀란드나 노르웨이의 자작나무 숲을 방불케한다. 우리 이웃이 마음이 바뀌어 그걸 다 잘라내주지 않는 이상 남쪽에서 일출과 함께 쨍하게 드리우는 햇살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 마당에 있는거라도 자르고 나니 10시 반 쯤부터는 마당이 화사하게 밝아지는 게 느껴진다.
뒷마당이 햇살을 되찾았다고 해서 이미 마당을 점령한 이끼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겨우내 흐리고 눈이 오는 날이 많아 이끼 개체군이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결국 나는 직접 rake를 들고 나가 한겹씩 벗겨내며 이끼를 치워줘야 했다. 그래서 요즘은 날씨가 좋은 날마다 마당에 나가 맨손으로 이끼를 뜯어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끼를 걷어내다보면 사이사이에 잡초 뿌리가 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끼가 얘네 뿌리를 덮어 이불처럼 겨울동안 보호해준건가 싶다. 나의 주적 중에 하나인 Creeping Charlie의 뿌리 시작점이라던가, Wild Violet의 dormant 상태의 rhizome이 자주 발견된다. 어쩌면 얘네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쥐고 시작하려면 이렇게 봄이 시작할때, 순이 돋아 퍼지기 전에 찾아내서 다 제거해야 했던걸까 싶다. 이미 자라나기 시작하는 초여름에는 아무리 찾아서 뽑아내도 계속 어디선가 돋아나기 때문에..
이끼에도 종류가 있는건지, 소나무처럼 생긴것들도 있고 신기하게 생긴 꽃대?가 올라오는 이끼도 있었다. 퍼내면서 우와.. 하고 사진은 찍었지만, 바로 바위 위로 던져버렸다. 예쁘거나 말거나 너네는 우리집 마당에서 사라져야 한단다.
맨손으로 이끼를 걷어내다보면 약간 명상하는 느낌도 든다. 교토식 정원에 모래를 긁는 거랑 같은 메커니즘이랄까; 갑자기 추워지거나 뜬금없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이끼를 전부 다 걷어내고 토양 살충제를 살뜰히 도포해두어야겠다. 빈땅에 잡초가 미리 자리 잡기전에 준비해둔 Cover crop/지피식물을 전부 파종해야지.
지난 해 '화분'에 파종한 냉이에서 꽃이 피었는데, 별 생각없이 그냥 두었더니 6개월만에 앞 뒷마당 곳곳에서 엄청나게 자라났다. 잘 날아가는 미세씨앗 + 자가파종 + 발아율 폭발이 주는 시너지라니.. 내가 작년에 냉이 씨앗 구해서 파종할때 서부 사는 이모께서 '그 잡초를 굳이 왜 씨를 뿌려서까지 키우려고...'하시던 말씀이 이거였구나 싶다.
후후.. 가만 두면 냉이된장국 끓여먹을 정도로는 자랄 거 같은데, 잔디용 살충제 잔뜩 뿌린 땅에서 자란 냉이를 굳이 먹어야 할까 싶다. 그래서 결국 이끼와 함께 보이는 족족 제거중이다.
#미나리
작년에 애지중지 미나리를 키우는 나를 보고 이모가 '그거 엄청 퍼지는데 조심하렴'이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이제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다. 늦가을 서리를 맞은 후에 화분 윗부분 초록부분이 다 누렇게 뜨면서 죽어가길래 안에서 월동시킬만큼만 잘라서 작은 화분으로 옮겨주고 원래 화분은 뒷마당 구석에 방치해뒀었다. 그런데 오늘보다 방치한 그 화분에서 갑자기 미나리 새순이 돋고 있는게 아닌가? 아니, 미나리가 월동이 가능한거였냐고... 다들 하우스에서 키우지 않나...? 이렇게 나의 월동 분야 상식은 치자에서 한번, 미나리에서 두번 틀려버렸다.
띠용. 이건 Etsy에서 산 미나리였고, 실내에서 월동시키는 화분은 H마트 출신인데.. 올해는 둘다 넉넉한 화분에 심어 물도 열심히 줘가며 야들야들하게 키운 뒤에 비교해보아야겠다. (그리고 절대 노지에는 심지 말아야겠다 ㅋㅋㅋ)
#튤립새순
앞마당 베드에 나가보니 어제까진 보이지 않던 튤립 새순들이 보인다. 여러종류의 튤립을 심었더니 새순 모양과 색깔이 전부 다르다. 나름 어떤 종류가 어디 심어져있는지 표시하려고 푯말도 다 꽂아뒀었는데 다람쥐가 파내고, 눈이 와서 빠지고 바람에 날려가기도 해서 어떤게 어떤건지 모르게 되었다. 뭐 자라나면 알게되겠지 (후비적..)
#코랄작약
작년에 부지런히 심어둔 코랄작약 새순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작약새순은 빨갛고 두꺼워서 비주얼이 꽤 강력하다. 얘네도 다 다른 종류로 3개 나란히 심었는데, 이름표 따위 꽂아두지 않았던 작년의 패기 넘치는 나로 인해 올해의 나는 뭐가 뭔지 모른다. 심을때 찍어둔 사진이 있나 찾아보아야겠다 ㅋㅋㅋ
#핑크수선화 #PinkDaffodil
장미 베드 앞에 심어둔 수선화 순이 어제보다 더 길어지고 있다. 토끼나 다람쥐들이 수선화 구근엔 큰 관심이 없다고 해서 제일 보호 없이(?) 키우는 중이다. 여긴 사슴이 없어 걱정할 건 아니지만, 사슴한테서도 안전한 몇 안되는 구근이라나. 예쁘게 돋아나면 분구할때까지 비료 주고 잘 키워서 우체통 앞쪽으로 옮겨심어주어야겠다.
#허니문장미
우리집이 진짜 우리집이 된 후 기념으로 식재(?)한 장미 종류이다. Arbor를 따라 올라가며 자라는 덩쿨장미 종류라서 우리집의 벽돌 굴뚝부분을 타고 자라라고 앞마당에 심어주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녀석은 광량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장미 종류라서 Full sun을 받기 어려운 건물 앞쪽에 계속 두는게 맞나 싶어서 고민중이다.
그래도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월동하고 빨간 새순이 자라난다. 엄청난 생명력이다. Full sun이 아니어도 비료줘가면서 빨리 키를 키우면 쭉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백매화 #홍매화 #매화나무 #매실나무
지난해 어렵게 구한 매화나무 접목묘 1-2ft짜리를 앞마당 큰 화분에 심었다. 역시나 얘네도 월동준비 따위 없이 그냥 냅다 흙 채워놓고, 낙엽이나 얹어주고 땅위에 방치했다. 살려면 살고 아니려면 아니겠지 하고 둔거랄까;
이렇게 쿨하게 얘기는 하지만 늦겨울 내내 가지에 꽃눈이 생기는지 초조하게 들여다보았다. 홍매화 백매화 둘다 가지만 앙상하게 버티고 있어서, 둘다 살아있는게 맞나 싶었는데 2월초부터 홍매화 가지에서 꽃눈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홍매화가 살아있어서 매우 기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백매화가 더 비쌌는데 싶어서 마음이 쓰라렸다. 게다가 듣기로 백매실이 더 맛있고 매실청 만들기 좋은 종류라던데 백매는 이렇게 훌쩍 가버린걸까하고 시무룩해졌다. 그러던 찰나 2월말이 되니 백매화 가지에서도 아주 작은 눈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원래 홍매화가 먼저 피고 그 다음에 백매화가 피어난단다. 홍매화 → 청매화 → 백매화 순으로 개화한다고 하니 우리집 백매가 홍매보다 발걸음이 늦다고 재촉할 일도 아니었다. 그저 기다리면 될일이다. 매화꽃이 피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된다.
번외 - 벚꽃/매화/복숭아/살구/자두꽃 구분하는 법 (출처는 그림 안에!)
이거 보니 복숭아 나무도 기르고 싶은데, 몇가지 이유가 발목을 붙잡는다. 첫번째 이유는 이미 집에 매화 두그루, 엘더베리 한그루가 있고 올해 새로 무화과나무와 블루베리나무를 주문해두었기 때문이다. (한달이면 배송온다) 다른 이유로는 복숭아나무가 풍수지리(???)와 토속신앙(????)에 따라 집에 심는 나무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선비들이 있는 곳에는 주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복숭아나무/복사꽃이 귀신(!)을 쫓아낸다고 해서 안 심었다나. 게다가 정경부인의 지조와 절개를 해친다며 (도화살 낀다고;;) 양반가에서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근데 뭐 나는 양반도 아니고 해칠 절개도 없어서;; 오히려 귀신 쫓는거면 오히려 심는게 좋은거 아닌가싶은데 ㅋㅋㅋㅋ 나중에 Patio Peach Tree 할인하나보고 결정해야겠다. (산다는 이야기잖아)
사고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못산 복숭아 나무 ↓
https://www.fast-growing-trees.com/products/bonanza-peach-tree?variant=13940833615924
#너는누구세요
튤립과 여러 구근을 심어둔 베드에 빨간색 새순이 올라온다. 얘는 튤립일까 다른 구근일까. 기억이나질 않는다. 왠지 붉은빛깔 튤립 종류일것 같긴한데 작약새순처럼 올라와서 신기하다.
#산마늘새싹뿅 #기쁘다명이나물오셨네
산마늘/명이나물 씨앗을 번번이 파종시기를 놓친 나. 남은 씨앗을 전부 지난 늦가을 그냥 냅다 화분에 던져넣고 흙을 덮어 마당에 두기로 결정했다. 나올 놈은 나오고 안 나올놈은 안나오겠지하는 마음으로다가 ㅋㅋ (약육강식 가드닝)
사실 작년에 동네 Farm/store에서 wild ramp roots를 20개도 넘게 잘라 뿌리채로 7불에 파는걸 발견해서 마당에 이미 심어뒀었다. 일명 믿는구석... 그래서 명이나물 씨앗 파종 실패한다고 해서 아쉽지 않았던게 큰 듯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게 무슨일이야. 자연 휴면타파가 된건지 뉴잉글랜드의 겨울이 명이나물 씨앗의 심금을 울려버린건지 화분에서 새싹이 뿅 돋아나는게 아닌가...? 오예오예 (센척하면서 필요없다던 사람 한문단만에 실종)
처음엔 그 특유의 비늘줄기 모양이 안 보여서 산마늘 아닌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보니 씨앗에서 나오는 새싹은 이렇게 생겼고 비늘줄기는 종구에서 올라오는 새순모양이었음. 아닐수도 있지만~ 명이나물 싹이 맞길 바라며 ㅎㅎ
#생강순틔우기
올해는 실내 가드닝 스페이스도 생겼으니, 생강을 제대로 키워보려고 한다.
씨생강 사려니까 무슨 날강도 같은 가격을 달라고 해서 그냥 집에 굴러다니던 생강이랑 마트에서 organic ginger 주문해서 순틔워서 심기로 했다. (Organic 선호해서 시킨거 아니고 organic 밖에 없었음)
아니 근데 doordash dasher가 내 주문을 멋대로 너프시켰다. 나는 4개쯤 주문했는데 왜 좀 더 무거운 생강 하나로 퉁쳐서 가져오냐.. 배달비랑 팁 내고 시키는건데 똑바로 좀 갖다줘라 ㅠㅠ 이러면 내가 또 사러 가야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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