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베드 영역 아래로는 Landscape fabric 깔기 작업을 완료했다. 욕심같아서는 펜스 끝까지 전부 fabric으로 막아버리고 싶지만 지난해 가을 자른 나무 밑둥이 남아있어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최대한 양옆으로 꼼꼼히 fabric을 깔아주고, 베드 속에 흙 채우기가 완료되면 fabric 위를 낙엽 블로어로 청소해준 다음 자갈을 깔아줄 예정이다.
아직 썩지 않은 낙엽 반 부엽토 반정도로 큰 베드들의 80~85%정도는 다 채운 것 같다. 그 위를 덮는 흙은 새로 주문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년에 city planter와 쪽파 베드, 그리고 겨울동안 보일러실 나무 raised garden bed에 채워넣은 흙들을 퍼나르고 나니 양이 꽤 많았다. 다 갖다 채워보니 큰 베드들 윗부분은 다 커버될 정도. 아직 남은 city planter도 있고, 삼동파(엄밀히는 Egyptian walking onion) 베드와 달래파 베드의 흙들도 있어, 그것들을 다 옮겨심고 나면 흙은 많이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올봄은 통장을 많이 아프게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 (대신 내 등허리가 아프다)
우편물을 수거하러 나갔다가 우체통 옆에 못보던 파란꽃이 올라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 세상에 난 아무것도 심은적이 없는데 너는 누구니...?
아마도 또 다람쥐들이 어딘가 집에서 훔쳐다 묻어놓은거 같은데, 꽃이 피어봐야 어떤 구근인지 정확히 알 것 같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 굳이 파내어 보관해야 하는 구근 종류가 아니라면 쭉 여기서 자리 잡고 자라 번식하게 해도 될 것 같다.
지하실과 차고의 모종들은 키와 빵(?)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모종판에 오래 두기에는 뿌리가 깊게 자라는 것들도 있어 일일이 작은 화분에 옮겨 심어 줬더니 자리를 꽤 많이 차지하게 되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아 생육이 불량한 것 같기에 화분받침대와 빨래걸이, Outdoor grow light을 전부 데려와 설치하고 화분들을 재배치 해주었다.
이걸 읽을지도 모르는 내년의 나야.. 제발 파종은 빨라야 3월초부터 좀 해줬으면 해.. 아니면 3-4달을 이렇게 물시중 빛시중 들어야한단다...? (어차피 안 듣겠지)
27일부터 재외국민 총선 선거가 시작되어서 보스턴 총영사관에 투표하러 다녀왔다. 코로나 때는 재외국민선거가 열리지 않아서 투표할 수 없었던지라 꽤 오랜만에 하는 투표였다. 투표 어떻게 했더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ㅋㅋㅋ 투표소 가서도 내내 뚝딱거리다가, 기표소 들어가서는 혹시라도 내가 찍은 도장이 번질까봐 용지에 찍은 잉크를 후후 불고 반대로 접으며 유난을 떨면서 봉투에 조심스럽게 넣고 왔다. (투표권은 소중하니까)
정작 나는 투표를 하고 나니 은근 진이 빠져서 그냥 집에 가자고 했는데, 남편이 웬일로 영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Trader Joe's를 들렸다가 가자고 했다. 영사관 있는 동네쪽이 운전이 빡세서 남편이 이 동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왕 왔으니 뽕을 뽑고 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인듯했다 ㅋㅋㅋ
덕분에 나는 장도 보고, 그 유명한 Trader Joe's Mini Canvas Bag도 샀다. 원래 자주 가던 지점에는 빨강, 노랑색 밖에 없어서 두개만 샀었는데 여긴 모든 색깔이 다 있더라. 하나에 2.99달러짜리인데, 크기도 크고 튼튼하고 색감도 예뻐서 좋다. 다만 이걸 왜 굳이 웃돈주고 사고 오픈런해서 사야하는지는 아직도 이해 못하는 중이다.. ㅋㅋㅋ 그래도 핫템이라 하니 색깔별로 쟁여줘야지 ㅋㅋ (너같은 애들땜에 그러는거잖아)
메사추세츠 마트에는 주류면허를 따로 갖고 있지 않는 한 술을 같이 팔지 않는데, 여기 Trader Joe's는 드물게 술을 파는 마켓이다. Trader Joe's에서 exclusive로 유통하는 와인도 있고, 다른 와인들도 리쿼스토어보다 저렴해서 좋음. 들어갈때는 장보러 간다고 했으면서 와인을 4병이나 사온건 비밀이다;;; (Viv가 추천한 NZ Marlborough Carbernet Sauvignon 포함 ♥)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 덕에 오후 시간이 남아, 해가 지기전에 쪽파를 옮겨심어주기로 했다. 지난 해 서부에 사시는 이모와 이모의 대만 친구분께서 공수해주신 쪽파 종구인데, 원산지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맛을 보니 내가 알던 그 쪽파 맛이라 만족하면서 애지중지 키워내고 있다. 다만 지난해 물빠짐이 좋지 않은 city planter에 생 흙을 꽉꽉 채워 키운 애들은 좀 비실비실하다. 새로 만든 베드는 아래 낙엽/straw들이 있어 물빠짐이 좀 나을 것이고, 흙도 빡빡하지 않으니까 좀 더 튼실하게 자라주기를...!!
쪽파를 열심히 옮겨심어주고, city planter에 꽉꽉 들어차있던 흙은 뒤쪽에 있는 깊은 베드에 채워주었다. 땅에서 지렁이들이 보일때마다 족족 잡아다가 이 베드로 살금살금 옮겨 넣어주면서 아래 낙엽과 straw들을 잘 분해해달라고 부탁했다. (근데 오늘 보니 새들이 여기서 브런치 모임하더라)
3월 28일
차고 안의 모종들은 Grow light 아래로 옮기니까 더 행복해보인다. 모두 초록초록하게 빛나는 중...! 얼른 바깥으로 나가서 예쁜 꽃을 마구마구 피워주었으면 좋겠다.
그로우백 안에 파종한 완두콩도 싹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어느정도 길이가 되면 바깥 베드로 옮겨줄까 싶은데, 새들이 또 잔치를 벌일까봐 걱정이다. 새들한테 조금 빼앗기더라도 넝쿨성으로 자라는 것들이니, 바깥에서 햇빛 펑펑 받으면서 trellis 타고 맘놓고 자라는 게 얘네한테 더 좋을 것 같다.
어제 옮겨 심은 쪽파들이 잘 활착하고 있나, 싶어 뒷마당에 나가보니 그새 쪽파들이 좀 더 푸릇푸릇해진 느낌이다. (콩깍지도 이런 콩깍지가 없어요) 옮겨심으면서 뿌리가 뚝뚝 끊기기도 하고, 비실한 애들 마른잎도 좀 무리하게 떼어줬던 것 같아 걱정했는데 새로운 베드에 잘 적응한것 같아 다행이다.
며칠 전 Kseedz 사장님께서 비루한 내 블로그 링크를 포스팅에 걸어주셨다. 아무생각 없이 '오 사장님 글 올리셨네' 하고 들어가서 글 읽다가 내 마당 사진을 보고 놀라 핸드폰 던질뻔..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 그 글에서 박스로 베드나 텃밭 아랫쪽을 채우는 걸 비추하셨는데, 나도 박스를 편채로 바닥에 까는 걸 완전 비추한다.. 작년에 grow bag 아래 잡초를 막아보겠다고 landscape fabric 대신 발에 치이는 아마존 박스를 덕지덕지 깔았었다. 근데 결론적으로 대참사였고요...?
<그래서 정리해보는 가든베드 아래에 박스 깔기/넣기 비추하는 이유>
사실 이 내용을 제목에 제일 먼저 써놓고 글 제일 마지막에 그 내용이 나오는 포스트를 극혐하던 나인데, 이게 일지이다 보니; 시간 순서대로 사진이 나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렇게 글을 써버렸네.. 죄송합니다요.....
1. 잡초를 박스로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잡초들이 박스 사이사이로 자라나서 두배로 귀찮고 빡친다. 박스만 깔아준다고 아래에 있는 잡초가 '어머? 위에 뭐가 덮여있잖아? 그럼 나 죽을게?'하지 않는다. 특히나 우리집 뒷마당에 자리 잡은 creeping charlie나 wild violet은 줄기가 뻗어나가 사이사이로 뿌리를 내리거나, rhizome이 땅속에서 옆으로 퍼지면서 자라기 때문에 박스 한겹 정도는 아무 소용이 없다...
2. 박스를 통째로 넣으면 생각보다 그렇게 빨리 분해되지 않는다
가든베드 안에 박스를 넣을때, 표면이 코팅된 박스는 넣지마라, 비닐테이프는 다 뜯어서 넣어라 하는 이유가 잘 분해되지 않고 작물의 뿌리와 엉키기 때문인데, 무코팅박스 자체도 그렇게 빨리 빨리 분해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박스가 두껍고 여러겹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꽤 질기고, 땅속에서 물을 먹으면 더 질겨진다. 흙을 풀어주려고 하거나, 조금 옮기려고 할때 삽 끝에 걸려서 짜증난다 ㅋㅋㅋ
3. 박스는 지렁이가 좋아한다. 그런데 달팽이 쉐키들도 존나 좋아한다... ㅋㅋㅋㅋㅋㅋ
박스가 깔려있다 = 그 아래는 어둡고 습도가 유지된다 = 달팽이 알낳기 최적의 장소
작년에 왜 이렇게 뒷마당 텃밭에 달팽이가 많은지, 잡아죽여도 죽여도 어디서 그렇게 번식해서 나타나는지 답답했었다. 그러다가 grow bag 밑에 깔린 박스를 뒤집어 보고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박스 밑은 습도가 상시 유지되고, 땅과도 가까운데 위 아래를 오가기가 너무 편한 조건이었다. 그러다보니 민달팽이들이 낮의 햇볕을 피해 아래로 들어가 숨고, 어두운 밤이 되면 박스에서 기어 올라왔던 것이다. 그러나 박스밑에서 눈 맞은 애들끼리 만나 알을 까고... 그렇게 새끼들은 어디선가 계속 공급되고... 내가 작년에 작물을 키운건지 달팽이를 키운건지.. 휴...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극복하면서, 박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바로 박스 갈아서 쓰기...!
요즘 파쇄기들은 신용카드도 갈아버릴 정도로 강력해서 두꺼운 박스도 아주 잘 갈린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우편물 갈아놓은거랑, 틈틈이 갈아놓은 박스 조각들을 베드 안에 낙엽-종이조각-낙엽-종이조각 순서로 라자냐처럼 채워주면 표면적이 증가해서 분해도 빨리되고, 작물의 뿌리도 방해하지 않으면서, 달팽이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불상사도 피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캐나다 가드너/유튜버인 Planted in the garden(@plantedinthegarden) 아조씨한테서 배웠다. 요렇게 하면 개인정보 보호도 되고 통장 보호도 되고 일석이조♥ (다만 파쇄기가 몹시 힘들어해서.. 30분씩 쉬엄쉬엄 텀을 두고 갈아야한다는..)
오늘은 꽤 비가 많이 와서, 파쇄기 안에 꽉꽉 들어차 있던 종이 조각들을 가지고 베드 안에 냅다 부어주었다. 베드에 흙 말고 이것저것 채울때는 사실 layer by layer로 물을 뿌려주면서 해야하는데, 귀찮아서 잘 안하게 된다. 대신 이렇게 비올때 내용물을 갖다 채우면 하늘이 알아서 물을 뿌려주는 효과가 있어서 좋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