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landscape fabric을 깔면서, 뒷마당의 가든베드들을 다 조립해서 얹어주었다. 지난 가을 미리 조립해둔 베드 안에는 겨우내 썩어서 compost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꾹꾹 채워둔 낙엽들이 이미 그득했는데, 정작 이걸 채울때는 밑에 fabric을 전혀 깔아주지 않았어서; 뒷마당 터줏대감인 creeping charlie라던가, 냉이(...)라던가 이런 애들이 베드 주변을 침범하고 있었다. 결국 이 낙엽들은 fabric 위에 설치한 새 베드 안으로 옮겨주기로 하고, 이 베드들은 다 걷어내고, fabric을 깔아준 후 다시 올려주기로 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의 전형)
새 베드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는 뒷마당 나무를 전지한 가지들을 아래에서부터 채워주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방법인데, 특별히 그 비율을 지키거나 큰 log들을 넣는건 아니고, 나는 그냥 맘대로 쪼대로... 마당에 굴러다니는 가지들을 잘게 썰고 낙엽과 잔디 깎은 것들을 되는대로 모아 막 채워주고 있다.
내가 로또라도 당첨된다면 여기에 그득그득 봉지 흙을 사다 때려부을텐데 ㅋㅋㅋ 나는 그럴 돈이 없으므로 이것저것 다른걸 미리 채워주어야 한다. 흙 사다 100% 채우는건 진짜 요거트 뚜껑 안 핥고 버리는 것 이상의 사치라고; ㅋㅋㅋ
뒷마당 아치 아래에서 발견한 크로커스는 꽃이 지고 파리한 이파리만 남았다. 위치를 제대로 기억할리가 없는 나는 크로커스 구근이 있던 곳을 생수병으로 커버해두었다. (아래가 뚫려있다. 급서리가 올때 식물들에게 미니 온실처럼 씌워주려고 지난 봄에 만들었다)
크로커스 자리를 확인하고 주변 이끼를 박박 뜯어주고, 베드를 채울 낙엽을 걷어내주었다. 그러다가 한켠에서 발견한 poppy 새싹들. 지난 2월에 iceland poppy와 shirley poppy seeds를 구석구석 뿌려주었는데, 날씨도 들쭉날쭉이고 비가 오질 않아 전혀 발아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낙엽 아래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뿌린 씨앗만큼 많이 자란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개 살아남아 꽤 커 있는걸 보니 왠지 뭉클하였다. (이렇게 썼는데 저것들 그냥 잡초면 나 운다)
지난 가을에 뒷마당 낙엽을 쓸어 채워놓은 베드는 겨우내 반쯤 분해되고 반쯤은 축축한 낙엽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래도 분해된 부분은 제법 흑토 느낌의 compost가 된듯. 어차피 베드 아래로 다시 들어갈 아이들이니까 compost가 된 부분과 낙엽이 남은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냅다 옆 베드로 퍼담아넣었다.
저 날은 베드 아래 나뭇가지 주워다 채우고, compost 옮겨 담아주니 금방 해가 뉘엿뉘엿 지더라. 하루종일 가든에 나가 있으니 시간은 무척 잘간다. 긴긴 겨울 보일러실 한켠에서 하던 가드닝의 스케일을 키우니 나의 행복도가 올라가는 느낌이다. 물론 내가 가드닝에 몰두하면 할 수록 고양이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둘째놈은 특히 분리불안이 만땅이 되었지만 말이다.
전날 삽질을 너무 열심히 한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밤새 누가 두들겨 패기라도 한건지, 몸 곳곳이 결리고 우리해서(!) 죽는 줄. 겨우내 내가 얼마나 운동부족 상태였나 싶었다.
오늘 아침도 앞마당 꽃들 체크로 하루를 시작한다. 원래 있던 작약은 오늘 다시 세어보니 새순이 10개쯤되는 것 같다. 올해 이 작약이 풍성하게 피면 얼마나 예쁠지 무척 기대된다. 올해는 쓰러지지 않게 꽂받침도 제대로 해주고, 흰가루병 안 걸리게 물주기도 조절하고 통풍도 잘되도록 신경써줘야겠다.
작약 옆에 심어둔 히아신스들도 서서히 꽃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튤립과 크로커스, 그리고 알리움도 웅장한 잎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막상 이 베드에 구근을 심을땐 별생각이 없이 수국 심고 남은 빈자리에 심은건데, 구근을 full sun area에 심어야 싹도 두텁게 올라오고, 나중에 구근 번식하기 좋다고 해서 좀 걱정했다. 그래도 싹이 튼튼하게 올라오는 걸 보니 얘네한테는 이정도 햇빛이면 충분한 가보다. 꽃이 피고 진 후에 구근 번식도 잘 되어 주기를...!
처음 이 집에 이사와서 죽은 수국가지를 아무생각 없이 막 잘라냈었는데, 이듬해 수국 키가 반절 이상 작아지고 꽃도 반의 반도 안 피는 걸 발견하고 좌절했었다. 꽃나무는 전년지(이전 해까지 자란 나뭇가지)에서 꽃눈이 생기는 종류도 있고, 당년지(올해 새로 올라오는 나뭇가지)에 꽃눈이 생기는 종류도 있다. 수국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집 수국들은 전년지에서 더 많은 꽃눈이 생기는 것들이라 그랬던 것이었다 ㅠㅠ 이를 교훈 삼아 지난해에는 전지를 많이 하지 않았다. 수국을 옮겨심고 시든 꽃부분까지만 잘라준 뒤 무사히 꽃눈이 월동하길 바라며 기다렸을 뿐.
사실 물을 무척 좋아하는 수국과 과습을 끔찍히 싫어하는 작약, 그리고 구근들을 한 베드에 심어둔 작년의 멍청미 넘치는 나로 인해.. 이 베드는 혼돈의 카오스 짬뽕탕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식집사의 어리석은 만행에도 불구하고 이 베드 안 식물들은 각자 너무나 잘 자라주고 있다 ㅠㅠ 이대로 쭉 잘 자라주면 진짜 내가 늦가을에 이 베드한테 절이라도 해줘야할듯. 희망적인 점은 베드는 물빠짐이 그냥 땅 보다는 좋을테니, 작약과 구근들이 많은 데미지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여기 있는 수국들한테 물 줄때는 최대한 지엽적으로 줄 수 있도록 신경써야겠다.
앞마당 Scilla, iris, phlox도 어제보다 조금씩 더 자라있는 기분.
앞마당에 봄이 성큼 다가온만큼 뒷마당의 봄맞이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록 어제의 작업으로 근육통이 잔뜩 올라와 있어 죽을거 같았지만 ㅋㅋㅋ 며칠 더 쉬어보겠다고 꾸물거렸다가는 당장 굵어지고 있는 양파부터 제때 내다 심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만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새로 파종한 달리아 새싹들은 VIP케어를 받으며 순서대로 싹을 틔우며 잘 자라고 있다.
한편 지하 보일러실에서 자라고 있는 달리아 모종들은 이미 pinching, 삽목도 끝냈고 키도 6-8인치에 육박한다. 크기에 비해서 화분이 너무 작은 것 같아 사이즈를 조금 더 큰걸로 옮겨주기로 했다.
보일러실 raised garden bed가 이제 비어서, 거기 있던 흙을 모스키토 바이트와 섞어서 재활용하였다. 여담으로, 이 베드에 심었던 채소들은 겨울동안 우리 가족의 좋은 반찬들이 되어주었다. 미니 양배추는 쪄서 쌈 싸먹기 좋았고, 일본 교야사이(교토의 유명한 채소들)들도 겨우내 반찬에 줄지어 올렸었다. 같은 공간에서 보일러가 돌아가다보니 바깥 기온이 미친듯이 떨어지는 때가 아니면 대략 15-20도 정도의 기온을 유지해주었고, 공기순환도 잘 되어서 식물들이 꽤 잘 자라주었다. 다만 습도가 무척 낮아 물을 제때 주지 않으면 순무같은 뿌리 작물들이 크게 자라지 않았고, 건조에 약한 채소들은 죽어나가기도 했다. 올 겨울에 여기다가 작물을 심을때는 점적관수 팩을 달아주거나, 질석을 좀 채워 수분 조절을 해야할까 싶다.
얼른 last frost date가 지나 바깥에 달리아를 내다 심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이만큼 키워서 내다심는 거니까 달팽이나 병충해 피해도 적을 것을 예상해본다. 앞마당 가득 달리아 꽃이 핀 여름날을 상상하며 일지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