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소일블럭에다가 파종해 놓은 배추들이 싹을 내기 시작했다. 역시 Brassica류들은 새싹 나는 속도가 남다르다. 키우기는 까다로운데 발아는 잘됨..
아침에 일어나니 둘째녀석이 이러고 오도카니 날 쳐다보는 중이더라. 눈뜰때까지 바라봐주는 남정네는 로판소설에나 나오는거 아니었냐구...?ㅋㅋ
장미를 심어 키우기 전에는 그저 6월에만 피는 꽃인줄 알았더니, 8월이 되어도 여전히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아마 내가 주문할때 continuous blooming 카테고리에서 사서 그런 모양...? 아무튼 경이로운 earth angel. 지금은 작은 널서리팟에 묶여있지만 뒷마당 정리가 좀 끝나고 나면 지구화분으로 옮겨심어주마 ㅠ 그러면 맘대로 뻗어나가서 꽃을 크고 많이 펑펑 피워내 주겠지?
HJ언니에게 나눔한 마이크로 드워프 토마토 종류 중에 골든아워라는 게 있다. 언니네에선 이미 익어서 수확하셨다는데 너무 작은 화분에 심어 반그늘에 두었더니 우리집은 영 속도가 더디다. 언니가 보내준 사진에는 우리집보다 토마토 크기들도 1.5배 정도는 되어보였다. sun익빈sun익부랄까 ㅠ 흑..
화분에서도 잘 자라고 잘 달린다는 오크라 종류를 찾아서 파종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소동물들한테 다 털리고 (토끼 또는 그라운드호그로 추정... 오크라를 화분에서 줄기째로 씹어놓는 녀석이 있었다) 겨우 실내에 뒀던 거 하나가 남았다. 높이가 있는 화분에 올려두어서. 겨우 살아남은 녀석.
무궁화, 히비스커스 같은 모양의 꽃이 핀다. 아마도 친척뻘인 모양.
찰스다윈 장미도 데드헤딩해준 줄기에서 새순이 올라와 계속 계속 피어난다. 장미는 처음에 필때 봉오리상태에선 엄청 진한 색상이 발현되고, 점점 꽃 크기가 크게 펴지면 색이 옅어지는 모양이다. 전부 그런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집에 있는 애들은 전부 그렇다 ㅋㅋ
비료를 더 얹어주는걸 깜빡해서인지, 처음에 피는것보다는 크기가 작게 피는 퀸오브스웨덴 장미. 그래도 꼿꼿하게 뻗은 곧은 줄기 위에 독야청청 하나씩 피어나는 게 청초하고 아름답다.
파종을 너무 많이 해서 화분양이 넘쳐나는 바람에 여기저기 나눔도 많이한 sirius blue sage salivia. 사실 이렇게까지 계속 예쁘게 피어줄 줄 몰랐다. 비올라도 그렇고, 얘네도 그렇고 개화기간이 길고 색감과 모양이 아름답다. 구박한걸 후회할 정도 ㅋㅋ
끝에서부터 옴브레로 붉어지던 txorixero pepper 드디어 수확. 크게 맵지 않고 색깔이 예뻐 요리에 넣기에도 좋았다. 아직 홍고추가 된 건 쟤 하나뿐이라 (은근 수정이 까다로운듯..) 파프리카 파우더로 만들어 먹지는 못했다. 그 외 당조고추, 꽈리고추, 풋고추, 근대, 방토, 그리고 끝이 없는 깻잎 수확.
텃밭에서 뜯어온 푸성귀는 양푼에 죄다 때려넣고 인원수대로 계란프라이 부쳐 된장 베이스로 슥슥 비벼먹으면 이보다 더한 별미가 없다. 함께 따온 풋고추는 비빔밥에 썰어넣었지만, 남편이 당조고추 식감을 좋아해서, 당조고추는 쌈짱 찍어먹을 용도로 그대로 둘었다.
한국에서 사와놓고 몇번 안 쓰는것 같아 콩나물 머신을 다시 꺼냈다. 머리가 작은 청태를 넣고 물에 살짝 불려 기계 가동 시작! 여름이니까 물을 두세번씩 갈아줘야할 것 같다. 선선해지면 자주 써야지. 아, 선선해지면 막걸리도 다시 담가야지.
금요일마다 홀푸즈에 가면 굴을 10개에 10불 이런식으로 싸게 판매한다. 생굴을 사다가 집에서 먹어도 되나 무서워하는 누가 있어 그동안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유튜브에 모든 자들이 그렇게 사다 먹고 있다며 열심히 구슬려서 겨우 도전했다. 2 더즌이니, 24개를 사다가 열심히 까고... 함께 할인중인 새우들도 사와서 소금구이로 먹었다. 뉴잉글랜드 거주민에게 주어지는 작은 사치.. ㅎㅎ
홀푸즈에서 샴페인 포도라는 것도 사왔는데, 아주 작고 씨앗이 없는 달달한 적포도였다. 너무 맛있어서 오랜만에 포도 먹고 놀랐다. 당연히 나는 샴페인 포도 나무가 얼마인지 어디서 파는지 검색해야만 했다.
8월 3일
스타듀밸리 3년차가 되니까 할아버지가 농장에 방문하셨다. 비석에 3년차에 온다고 써져있길래 오 와서 뭐 주나, 했는데 특별히 뭐가 달라지는지는 모르겠음. 비석에 가니까 다이아몬드 모양이 비어있다나.. 다이아몬드 끼워봤는데 별일 안 일어남;; ㅋㅋㅋ 뭐야 내 다이아몬드 내놔요.. 750골드인디..
가상농사는 이정도 하고, 이제 현실농사 지으러 고고.
미니수박은 별 기대없이 뒀는데 알아서 뽈뽈 기어올라와서 옆에 오이 트렐리스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면 쪼꼬만 수박도 달려있는데 매일매일 쳐다봐도 그리 커지는것 같진 않다. 그로우라잇 하나를 아예 수박쪽으로 틀어 편애를 주기 시작했는데도 말이지.. 흠 ㅎㅎ
둥근 베드 반 이상을 점령하며 마구잡이로 자라난 자연발아 호박은 아무래도 교잡된 잡종 녀석인가보다. 암꽃이 열리는 빈도가 너무너무 낮고, 영 수정될 기미도 안 보여서.. 그냥 뽑아내야겠다. 암꽃 생긴걸 보니 둥근호박 종류인듯.
따고 따고 또 따도 계속 자라는 깻잎. 반그늘에서 자라 오히려 야들야들하고 향기가 좋다. 햇빛을 너무 쎄게 쬐면 뻐덩뻐덩해지더라고 ㅠ
유일하게 깊은 베드에 심은 토마토인 ancho white cherry tomato의 성장세가 무섭다. 그로우백에 키우는 애들도 뭐 아주 비실한 건 아니지만.. 생산량과 성장 속도가 5배정도는 차이나는 것 같다. 그래서 가드너들이 토마토는 그로우백에 심더라도 10갤런 이상에 심으라고 그랬던 모양..
양파 베드 옆에 쪼롬히 심어둔 한련화들도 폭풍성장중.
Reisetomate와 Phl's one은 아무리 봐도 생긴게 정말 신기하다.
내사랑 블랙뷰티. 빵이 와방방하게 커지는 건 좋으나, 조금이라도 빨갛게 변하는 기미가 있었으면..
다람쥐가 매달려 줄기를 아작내는 수모를 겪었던 costuloto genovese tomato. 새로 올라온 sucker가 무사히 잘 자라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얘도 붉어질 기미가 영 안 보이는게 문제지만.. ㅎㅎ
일찌감치 수정되어 달려있는 허니넛 스쿼시.. 마켓에서 파는 건 색깔이 노란빛깔이던데, 그렇게 변할때까지 기다려서 따라야하는거겠지? 아님 따서 가만 두면 색깔이 변하나.. 꼭지가 아직 튼튼해보이고, 노랗게 되거나 마른게 없어보여서 일단 줄기에서 계속 두는중!
Classic beefsteak tomato는 heirloom tomato의 정석적인 비주얼로 커지고 있고, 방울토마토 종류를 제외하고는 san marzano tomato가 수적으로는 압도적 우세를 자랑하고 있다.
옆마당에서는 큐바넬 페퍼가 와방방 커지는 중.
물주고 이리저리 둘러보러 나왔다가 오이, 딸기 하나씩에 깻잎을 뚝뚝 따서 들어간다.
골든 아워 토마토는 오늘도 감감 무소식. 햇빛부족이 이렇게 유해하다!
식물들도 고양이도 좋아하는 햇빛인데, 집 주변 나무를 다 자르면 더 많이 내리쬐려나.
지난번 캠핑장 가던 길에 들러 사온 꿀주를 마시며 하루 마무리.
8월 4일
모닝커피를 내려 손님방 베드에 살짝 걸터 앉으니 어디서 첫째녀석이 뿅 하고 나타나 애교를 부린다. 가끔 이렇게 얇은 이불 덮고 누워라! 나는 애교를 떨테니! 하는 명령을 내릴때가 있음.. 그러면 꾹꾹이+침흘리기+골골송 트리오를 한참 하다가 휙 가버린다.
오늘은 자기가 만족할만큼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 불청객이 와서 생각보다 이르게 자리를 뜨셨다. 그 불청객이야 뭐 말해뭐해 둘째놈이지 ㅋㅋ 누가 엄마를 차지했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질투에 눈이 멀어 울멍울멍하며 찾아옴.
누나 있던 창가가서 누나 따라하는거 한번 해주고, 그다음부터는 엄마 단도리(?) 눈빛 발사.
뚱땡한 엉덩이를 두들기며 우수에 찬 둘째고양이놈까지 달래주니 오전 시간이 훌쩍 간다.
배추 모종내기도 시작했겠다, 더 이상 지하 보일러실 가드닝 셋업을 미룰 수 없다. 작년부터 설치해둔 가든 베드에 위로 각목을 덧대 그로우라잇 거치대를 만들어주었다.
높이 조절이 되게끔 만들 수 있다면 좋겠으나, 목공 초보에게는 저 정도도 감지덕지다. 나중에 마개조가 가능한 수준까지 얼른 목공 레벨이 올라가면 좋겠다.
날이 꿀꿀하다며 남편이 파전이 먹고 싶다고 했다. "파전이 먹고 싶다면 뽑아와라!"는 특명을 내렸더니, 자기가 잘못 보고 이상한거 뽑아오면 어쩌냐고 걱정. 같이 가서 알려줄테니 당신이 한번 뽑아봐라 하고 꿋꿋이 시켰다. 이렇게 하나 둘 가르쳐서 나중에는 부엌에서 "가라 포켓몬! 대파를 뽑아와라!"가 가능한 수준까지 키워봐야지 ㅋㅋㅋ 후후후
이 날 정말 날씨가 좀 이상하긴 했다. 온 하늘이 누렇게 떠가지고 찜찜했달까.. 사진에는 그 누런끼가 10%도 안 담긴다.
남편이 뽑아온 대파, 그리고 미리 수확해둔 풋고추, 가지를 모아 모듬전을 해먹었다. 남편이랑 나랑 처음 만난 식당이 한식주점이었는데, 거기 가지전이 진짜 너무 바삭하고 맛있단 말이지... 문제는 집에서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그맛이 안난다 ㅠㅠㅠㅠㅠㅠ 사장님한테 dm으로 물어봐야 할 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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